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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현재, 너의 과거 - #1 행복과 고난의 이중주 본문

일상의 모습/너의 모습

나의 현재, 너의 과거 - #1 행복과 고난의 이중주

☜피터팬☞ 2018. 7. 4.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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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띡띡띡띡띡..."


"띠리리~"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잠긴 도어락을 풀고 문을 열면, 먼저 퇴근한 아내가 저녁을 준비하고 있거나 혹은 뭘 먹을지 고민하던 모습이 결혼 후 가장 흔하게 접하는 저녁 일상의 첫 장면이었다. 결혼 후의 첫 일상엔 불같이 타오르는 연애 시절은 아니지만, (아니, 애초에 나는 연애 시절에도 그렇게 불같이 타오르진 않았다. 타오르는 건 타오를 필요가 있을 때만..^^;;) 소박한 행복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특별히 부담될 것도 없고, 미처 끝내지 못해 밀리는 집안 일들은 주말로 조금씩 미뤄두는 여유도 부리는 소소한 나날들. 텔레비전을 틀어놓고 아내와 침대에 누워서 노닥거리며 각자 하고 싶은 일들을 하던 그런 느긋한 일상. 그러다 한율이가 태어나고서는 이 장면들에 좀 더 극적인 부분이 추가되었다. 야근이 없는 날 퇴근하고 돌아오면 가장 첫번째로 해결해야하는 문제는 저녁 식사라는 점은 그 때나 지금이나 매한가지이긴 하지만.^^;


아이가 기어다니기 시작한 후, 퇴근 후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 내 눈에 처음 보이는 장면은 이제 집안의 전체적인 모습이 아니라 환하게 웃으며 나를 기다리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되었다. 그리고 거의 들리는 기쁨과 안도, 피곤함이 묘하게 섞인 엄마의 목소리.


"아빠 오셨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처음으로 해야하는 일은 화장실에 들어가서 손과 발을 씻는 것. 손발을 씻는 중에도 아이가 즐거워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방에 들어가서 아이를 꼭 안아주는 것은 마치 신성한 종교 의식처럼 한번도 거르지 않고 행하는 행위가 되었다. 내 품에서 전해지는 아이의 체온과 내 등을 두드리는 아이의 작은 손은 지친 일상에서 돌아온 내게 엄청나게 큰 위안이 되곤 했다.

분명히 그렇다. 아무리 회사 일에 지치고, 이런저런 사정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돌아왔어도, 나를 보며 환하게 웃는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기쁨이었다. 아이가 생기면 책임감과 부담도 생기지만, 그 작고 순수한 존재의 모습은 그 이상으로 에너지가 되어 나를 지탱해주었다. 한율이를 안았을 때 내 등을 토닥이는 작은 손은 내 피로를 모두 잊게 하기에 충분했고, 그렇게 기운을 받고서 나는 아이를 번쩍번쩍 들어올리거나 비행기를 태워주고는 했다. 아이의 기뻐하는 얼굴과 환호하는 소리는 내가 아이에게 할 수 있는 선물이 만족스럽다는 것을 확인하는 증거였고, 더 열심히 놀아달라고 아이가 보내는 격려의 반응이기도 했다.



비록 그게 보통 30분을 넘기지 못 했다는 것이 함정이지만...-ㅂ-;;

한율이가 아기라서 가볍고, 평균 체중 정도의 보통 아기였지만.... 결혼 후 운동을 접은게 이미 수년 전.... 아무리 가벼운 물건이라도 들고 내리고를 반복적으로 하다보면 지치는게 당연하다. 게다가 한율이를 만나는 시간은 이미 회사일로 지치고 지친 상태. 아... 나는 어쩌자고 시작부터 그렇게 격렬하게 던지듯이 아이를 들어올렸느냔 말이다. 시작이 격렬했던만큼 계속 그 수준을 유지하거나 아니면 더 격렬해지지 않으면 만족도는 점점 떨어진다. 아이의 웃음이 기계적(?)이 되고, 팔도 슬슬 아파올 무렵 '더 이상 널 들어올리는 것은 힘들고 이제는 나도 좀 쉬고 싶다'는 어필을 해도 아이는 손을 들고는 내 다리에 메달린다. 이미 처음처럼 재미있지 않은 반응을 하면서도 여전히 기대에 차서 '조금만 더'를 외치는 아이의 눈빛을 어찌 외면하리오...^^;; 그리고 결혼 후에도 계속 운동하지 않았음을 후회하면서 아이가 잠드는 시간에 지쳐서 같이 잠드는 날들이 반복되었다.


이런 일상이 반복되던 어느 날, 퇴근하고 집 앞에서 도어락을 눌러서 집안의 사람들에게 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리기 전에 살짝 망설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분명 아이는 좋고 행복하지만, 그 아이와 노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머리로도, 경험으로도 충분히 알고 난 후 일종의 두려움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집말고 어디 갈 곳도 없는 나는 체념하듯 도어락을 열고 집에 들어갔고, 아이의 웃는 얼굴을 보는 순간 그런 두려움은 매번 말끔히 사라지고 아이를 안아주기 위해 즐거운 기분으로 손발을 씻고있는 나를 보는 것은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그리고 여전히 30분을 넘기지 못하고 후회하는 나를 발견하는 것도.^^;; 그렇게 다시 열심히 아이와 놀고, 아이와 함께 지쳐쓰러지는 날들은 변함없이 이어진다.

그래도 그게 그 당시 아빠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이었다. 나는 엄마처럼 모유가 나오지도 않았고, 임신 때부터 이어지는 감정적인 유대감도 적었으니까. 힘이 부치는 마나님을 대신해서 몸으로 놀고 싶은 아이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아이와 감정적 유대감을 강하게 하는데 몸으로 노는 것 이상의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창의적일 것도 없이 그냥 아이를 번쩍 들었다 내렸다 하는 놀이의 연속. 그나마 아이가 그런 놀이에 즐거워하고 기뻐했다는 것이 이 단순하고 지루한 놀이를 한동안 계속할 수 있게 만들었던 것 같다. 뭐, 애당초 말을 하기 전의, 아직 자기 몸도 제대로 잘 못 가누는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몸으로 노는 것 이외에 뭐가 있을 수 있겠는가. 


그 일상은 한율이가 4살이 된 지금도 그렇게 달라지진 않은 것 같다. 전과 방법은 다르지만 역시 아이는 몸으로 노는 걸 가장 좋아하고, 아이의 즐거운 얼굴을 보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만, 여전히 육아는 체력적으로 많은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아빠 체력이 저질...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빠는 최선을 다 하고 있다. 이것만은 믿어줘...-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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