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 Pan in NeverLand

2009년 5월 21일 목요일 날씨 비. 생활의 축이 변경하다. 본문

일상의 모습

2009년 5월 21일 목요일 날씨 비. 생활의 축이 변경하다.

☜피터팬☞ 2009. 5. 22.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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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자전축은 약 23.4도 정도 기울어져 있다고 한다.
이 자전축의 기울기로 인해 지구의 수많은 자연현상이 발생한다.
자전축의 기울기가 변화하면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자연현상은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변화하게 된다.
기본적으로 현재의 인류는 23.4도 기운 지구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아마 자전축이 바뀌면 인간에게 좋을리는 없겠지만.

저 지구를 나라는 자아로 바꾸고 자전축은 생활의 축으로 바꾸면 아마 이해가 금방될 것이다.
지구의 자전축이 변화하면 지구의 환경이 변화하듯이,
생활의 축이 바뀌면 기본적으로는 내 생활에서 궁극적으로는 마인드까지 변화한다.
생활의 축이 시험으로 바뀌면 나는 시험에 대해 준비하면서 나쁜 머리에 대한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릴 것이고,
게으름으로 바뀌면 아마 하루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TV리모콘이나 잡고 있는 멍한 상태가 지속될 것이다.

그러고보면 중고등학교 시절의 내 축은 그림 혹은 만화에 쏠려있었던 것 같다.
좀 더 포괄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창작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창작의 넓은 범위에서 내가 좀 더 관심이 있었던 것은 만화였다.
그 당시 내 머리를 채우고 있었던 것은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상을 내 방식으로 재구성하거나
혹은 괜찮은 소재를 가지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부족한 그림을 보충하기 위해 이런저런 그림들을 보고 눈으로 익히고 손으로 따라그리기도 했다.
나는 손가락같은 세밀한 묘사가 무척 취약한 편이었기 때문에
혼자서 길을 걸을 때는 손가락들로 이런저런 모양을 만들면서
머리로는 3차원의 손을 2차원으로 그리는 상상을 하기도 했다.
연습장이던 책이던 아무튼 여백이 있는 곳에는 빼곡히 그림을 그려넣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고.
내 생활의 축이 그림이고 만화였기 때문에 나의 모든 생활과 신경은 거기에 쏠려있었다는 것이다.

요즘의 생활의 축은 피규어를 지나서 프라모델이다.
도색을 할 수 없는 환경을 저주하다가(정확히는 내 게으름과 무능력에 대한 저주다.ㅋ)
완성품을 수집하는 일에 축이 기울더니 이제는 다시 프라모델 도색에 축이 넘어간 것 같다.
어릴적 막연히 그저 사서 부품들을 잘라내어 조립하는 것을 뛰어넘어 각 부품에 색을 칠하는 것에 내 축을 맞춰버린 것이다.
그런데 단순한 조립을 뛰어넘어 도색까지 하다보니 이거 할 일이 이것저것 좀 많은게 아니다.
더군다나 정교함은 물론이요 계획성과 인내심까지 요구한다.
대부분의 모델러들이 그렇듯이 나 역시도 제대로된 작업 환경을 갖추고 있지 못한 터라
한번 작업을 하려면 큰 마음 먹고 이것저것 다 꺼내놓아야하기 때문에 매일 조금씩 작업하는 것이 녹록치 않기도 하다.
덕분에 내 머리는 작업 순서를 계획하는 것부터 도색을 하는 방법에 대한 이미지 트레이닝으로 바쁘다.

하지만, 어릴적 내가 만화를 구상하고 이야기의 장면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즐거움을 느꼈던 것처럼,
프라모델을 머리속으로만 작업하는데도 알 수 없는 희열과 즐거움이 든다.
아마 이번 축은 나에게 꽤나 잘 맞는 축인 것 같다.
지구자전축이 23.4도 기울어져서 지구에 다양한 환경이 나타나고 수많은 생물이 살 수 있는 것처럼,
내 생활의 축이 프라모델쪽으로 기울자마자 내 안에서 의지가 생겨나고 즐거움이 찾아온다.
완성된 피규어를 모을 때 느꼈던 희열보다 이쪽이 더 마음에 드는 것은
아무래도 나는 손때 묻히기를 좋아하고 내 손으로 직접 만지작거리는 걸 더 좋아하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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