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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3월 10일 화요일 날씨 맑음 근데 춥네.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본문

일상의 모습

2015년 3월 10일 화요일 날씨 맑음 근데 춥네. 시간의 흐름 속에서.

☜피터팬☞ 2015. 3. 10.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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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그러니까 대학생 무렵에,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핵심을 알기 위해 애쓰던 때가 있었다.

현상과 실체를 구분하려는 그런 것이었다기보다는 보이는 것과 숨어있는 것들 모두를 알고 싶어했다랄까.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난 파우스트적인 열망 속에서 세상을 낱낱이 헤집어보고 싶었다.

뭐, 결론적으로 세상의 모든 것을 아는 것은 젊은 날의 치기였고,

지금은 다른 사람의 시선이 아닌 내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정착했다.


아무튼, 그 무렵에. 20살 중반이 넘도록 연애 한번 못해보고 짝사랑만 하고 있었던 그 무렵에,

꼭 누군가와 일대일의 관계를 설정하는 관계, 즉 연애가 반드시 삶의 필수적인 요소가 될 필요는 없겠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이야기가 잘 통하는 사람들과 만나서 서로의 시간을 나누는 것으로도 충분하지 않느냐고,

연애를 통해서 채우고 싶어하는 합일에 대한 욕구라던가 외로움에서의 탈출이라던가 하는 것들을

이미 나는 다른 식의 방법을 통해서 충분히 만족스럽게 해결하고 있지 않느냐고, 스스로 대견스러워했었던 것 같다.


..... 참 중2병 돋던 시기였구나. ㅋ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때의 그 시기가 부끄럽거나 쓰잘데기 없었다거나 생각하지 않는다.

당시의 내가 처한 상황과 내 주위에 있었던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내가 저렇게 생각한 것은 결코 이상한 일은 아니었고,

그 때의 생각과 지금의 내 생각이 완전히 모순되거나 혹은 지금 내가 저 때의 생각을 극복했다고 여기는 것도 전혀 아니다.

저 무렵에 저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이고, 그저 지금은 그 때보다 더 성장하고 배운 것일 뿐.


아무튼, 그렇게 혼자서도 잘 지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가졌던 내가 이제 곧 아빠가 된다.

저 당시에는 몰랐던 수많은 것들, 감정이라던가, 관계라던가, 내가 추구하는 자세라던가, 

아무튼 수많은 것들을, 나이를 먹어가며 또 열심히 부딪히고 다시 깨닫고 계속 나아가면서

지금의 내 모습으로 자연스럽게, 어쩌면 매우 평범하게, 아빠가 된다.


아빠가 된다는 말 안에 담긴 의미와 내가 주어야할, 그리고 받게 될 사랑같은 것들을,

오래 전의 내가 지금의 나를 결코 알 수 없었던 것처럼, 아직은 잘 모른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지금 내가 가진 것은 어떤 아빠가 되고 싶다는 내 나름대로의, 그것도 어쩌면 두루뭉술한, 모습일 뿐.

하지만 아마 오래 전의 내가 가졌던 그 모습이 지금의 나로 이끌었던 것처럼,

지금의 내가 추구하는 모습이 미래의 나로 이끌어가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그 시기에 내가 나로 있어서 참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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