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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현재, 너의 과거 - #5 닮은 그림 찾기 본문

일상의 모습/너의 모습

나의 현재, 너의 과거 - #5 닮은 그림 찾기

☜피터팬☞ 2020. 7. 28.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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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내게 '너는 나랑 성격이 참 많이 닮았어. 그래서 000가 걱정이야.'라는 말씀을 하고는 하셨다.

그 때마다 대충 건성으로 알았다고 대꾸하면서도 그게 정말 그럴까 하는 의심을 했었다.

외모같은 신체적 특징말고 성격이나 일종의 습관 같은 것들도 부모의 것을 닮는다고?

뭐, 아이가 부모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은 만큼 부모의 취향같은 것이 넓게 영향을 미칠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성격이나 습관같은 것까지 닮는다는 건 너무 지나친 거 아닌가??


2020년 7월 핑과 나를 쏙 빼닮은 별이와 서울랜드에서


응. 아니야. 전혀 지나치지 않아.


지구 상에 처음 생명이 처음 생겨난 후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생명체들이 자신의 존재를 이어갈 수 있게 해준 유전자의 강력함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고 있었다.

별이와 함께 하면서 그 안에 얼마나 많은 내 모습이 담겨있는 걸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하기 전까지 말이다.

물론 과학 관련 기사나 팟캐스트 등을 보고 들으면서 유전자의 엄청난 영향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지식으로 알고 있는 것과 눈 앞에서 그 증거를 실제로 보게 되는 것의 차이는 확실히 다르다!!


2018년 11월 집에서 블럭 놀이 중


간단하면서도 매우 강력하게 유전자의 영향을 깨달은 첫 번째 기억은 바로 인상쓰기.

처음 그걸 보고서 들었던 생각은 '아니 뭘 이런 것까지 닮아' 였다. ㅋㅋㅋㅋ


이건 내가 나이를 한참이나 먹고 나서 알게 된 내 습관 중에 하나인데, 이걸 알게 된 건 아주 우연한 기회였다.

회사에서 일에 한창 열중하고 있어서 누가 지나가는 것도 모르고 있었는데, 마침 지나가던 회사의 아는 분이

"야, 모니터 뚫어지겠다."라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내가 내 자연스러운 표정을 관찰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에 내가 어떤 표정인지 전혀 몰랐다.


별이의 얼굴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2017년 11월 집에서 레고 조립 중


뭔가에 집중하고 있는 별이의 모습을 처음 봤을 때, 내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확실히 알게 되었다.

평소의 표정이 그다지 인상을 쓰고 있지 않아서 더 도드라져 보이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집중할 때는 미간에 힘이 들어가서 약간 화가 난 것처럼 보이는 저 표정이 바로 내 표정이었던 것이다.


사소한, 그래서 더욱 놀랍게 느껴지는 별이 안의 내 흔적들은 이후로도 넘치도록 많았다.

물론 그 안에는 내 모습만 있는 것이 아니고, 별이 지분의 절반을 가진 마나님의 모습도 있었다.

그리고 두 사람의 모습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건 그다지 좋은 방향으로 나타나진 않았다...-_-;


마나님과 나의 성공적인 조합으로 의심하지 않는, 그래서 한없이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운 별이의 치명적 아쉬움.

그것은 바로 먹는 것에 있다....ㅠㅜ


2018년 4월 집에서 케이크를 먹으며


별이는 빵을 좋아한다. 밥보다 더 좋아한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그렇다. 그래서 한동안 불렸던 별명이 빵식이. 

그리고 나도 빵을 좋아한다. 여기까진 괜찮다. 

그런데 나는 먹는 것에 그다지 애착이 없다. 맛있는 것을 먹는 것에 대한 즐거움이 그리 크지 않다.

먹는 것은 단지 허기를 채우기 위한 수단일 뿐이고, 그거 자체에 그다지 비중을 크게 두지 않는다.

음식에 대한 호불호가 있지만, 같은 양이라면 못 먹을 음식이 아닌 이상, 진수성찬을 먹나 단촐한 식사를 하나 마찬가지다.

별이가 딱 그렇다...ㅠㅜ

별이는 먹는 것보다 노는 것, 보는 것을 더 좋아하고, 더 중요하게 여긴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마나님은 '난 안 그랬는데...'라며 은근슬쩍 타박 아닌 타박을 한다. 

마나님은 맛있는 걸 먹는 걸 좋아하는 것을 넘어서 중요하게 의미부여를 하는 편.

음식에 대한 이런 애착은 나름 공인된 편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메달(메뉴의 달인)로 불릴 정도였다.


물론 좋아하는 음식이 없는 것은 아니다.

김, 고기, 부침개 등 선호하는 음식이 있긴 있고, 각종 군것질거리와 과일은 주면 쏙쏙 잘 먹는다.

그런데 많이 먹지는 않는다. 

뱃골도 작은 편이고, 입도 짧아서 고기라고 무조건 다 잘 먹지도 않고 초코렛이라고 한없이 먹지도 않는다..;;

어릴 때는 입술에 물집이 잡히도록 엄마 쭈쭈를 잘 먹더니만!!! ㅠㅜ

나는 반대였다. 한번 먹을 때 정말 많이 먹는 편이어서 초등학교 시절에 네 식구가 삼겹살을 먹으면 한근 반이 시작이었다.

심지어 엄마는 냄새가 별로라고, 아빠는 우리들 더 먹으라고 삼겹살을 많이 드시는 편도 아니었는데도 말이다.

먹다가 땡기면 중간에 정육점에 가서 고기를 더 사와서 먹었다.

지금은 아니지만, 식당 공기밥은 어린 시절 내게 반공기 수준이라 기본 2공기는 먹어야 배가 불렀을 정도로 대식가였다.

물리도록, 심지어 턱이 아플 때까지 먹고는 했던 내 모습을 떠올리면 별이의 식성은 온전히 내 식성은 또 아니다.

나는 이 이야기를 하며 스리슬쩍 조금 전에 받은 타박을 마나님에게 넘긴다...ㅋㅋ


2017년 12월 집에서


이러니저러니 해도 별이는 나와 마나님이 담겨있는 그릇이다.

별이는 우리가 미처 몰랐던, 혹은 의식하지 않았던 모습들을 발견하게 하는, 

그래서 우리가 여기에 있었음을 증명해주는 놀랍고 즐거운 경험을 하게 해주는 존재다.


왜 부모들이 자식에게 자신의 꿈을 투영하고, 아이의 의지와 상관없이 부모의 마음대로 인생을 설계하려 하는지

내 자신이 부모가 되니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된 측면이 있다.

내가 만약 2회차 인생을 산다면 1회차에서 경험한 실패를 반복할 수는 없을테니 말이다.

하지만, 아이가 아무리 나와 닮았다고 해도 아이는 내가 아니고, 내 인생의 2회차는 더더욱 아니라는 걸 망각한 잘못이다.


나는 나를 닮은, 그리고 마나님을 닮은, 그래서 또 새로운 존재인 별이의 성장을 응원한다.

내가 받은 사랑을 더 많이 전해줄 수 있기를 희망하면서. 또 노력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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