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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 그 남자! 그 여자! 1-21 [츠다 마사미] 본문

감상과 비평/책

만화 - 그 남자! 그 여자! 1-21 [츠다 마사미]

☜피터팬☞ 2008. 10. 10. 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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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때까지 줄곧 1등을 하며
남들의 주목을 받아온 미야자와 유키노.
그녀는 남들에게 칭찬받고 인정받는 것을
삶의 목표로 삼고 살아가는 허영덩어리다.
그런 그녀가 고등학교에 진학하자마자
소이치로 아리마라는 거대한 벽을 만나게 된다.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자신의 평소 모습까지 들키게 된다.
그러나 아리마는 유키노를 좋아하게 되고...

조금은 오래된 이 작품은
만화책이 아닌 애니메이션으로 처음 접했다.
동생이 가지고 있는 CD중에 이 만화의 1, 2편이 있었던 것이다.
우연히 접한 이 작품의 재미에 확 빠져들었지만,
겨우겨우 원작인 만화책을 접한 것은 대학원 무렵.
그러나 그 재미만큼은 변함이 없었다.

이 만화는 겉보기에 완벽하게 보이는 유키노와 아리마의
사랑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두 사람의 성장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미 많은 작품에서 다뤄왔고, 앞으로도 다룰 그런 내용이다.

이 만화가 내게 재미있게 다가왔던 이유 중 하나는
사귀기까지의 과정보다 사귀게 된 후의 일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소년만화라고 분류되는 만화에서 사랑에 관한 초점은
두 사람이 어떻게 주변의 방해를 물리치고 사귀게 되느냐이다.
수많은 라이벌들과 엇갈리는 우연과 오해 속에서 사이사이 드러나는 두 사람의 마음은
아무리 중간에 서로 좋아하는 마음을 확인하고 암시해도 별 의미가 없다.
'그리고 그들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와 같은 동화의 마무리 문장처럼
사랑의 고백과 완성은 만화가 끝날 무렵이 되어야 분명해지는 것이다.
물론 슬램덩크처럼 아예 그런 것은 거의 이야기되지 않는 만화도 있지만,
슬램덩크야말로 예외 중의 예외이며 내가 소장한 만화들의 대부분은 그러한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이 만화에서 위의 내용에 해당하는 부분은 사실 1권에서 모두 나와버린다.
1권이 끝나면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연인으로 인정되어버리니까.

연애를 해본 사람은 아마 공감하겠지만, 누군가가 고백을 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사랑의 완성이고, 그 후의 일은 모두 다 행복하게 진행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주변의 방해와 서로간의 오해, 그리고 수많은 사건 속에서 얼핏 확인되던 두 사람의 애틋한 감정이
결국 말로 표현되고, 서로에게 분명히 전달되었다고 해서, 그걸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사랑을 시작하게 됨으로써 더 많은 문제가 생긴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잖은가..-ㅂ-
요컨데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았고, 그 사람과 연인이 된다는 것은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연인이 된다는 것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관계 속에서 서로를 바라보게 된다는 것이며,
그 속에서 요구하는 것도, 요구되는 것도 사귀기 전과는 다르게 되는 것이 정상이다.

이 만화의 전반부는 유키노를 중심으로 연애 초반의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변화된 관계에 의해서 생기는 일들.
주변의 시선,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환경과 라이벌들.
물론 많은 이야기들이 두 사람이 굳이 사귄다고 하지 않아도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연애를 하기 전이나 연애를 시작한 후나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서로의 마음을 모르면서 상대에 대한 호감을 확인하고 그 사람을 알아가는 것과
서로에 대한 신뢰를 기본으로 하는 상태에서 서로에 대해서 알아가는 과정은
만화 속 두 사람에게도, 그 두 사람을 지켜보는 독자의 입장에서도 다른 느낌을 주는 것 같다.
이를테면 '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하는 마음으로 '그 사람에게 잘 보여야지'하는 사건과
'그 사람은 나를 사랑해주는 구나'라는 마음으로 '그 사람에게 잘 해주고 싶어'하는 사건은
같은 내용을 다루더라도 그 안에 흐르는 정서는 전혀 다르지 않겠는가.
이 만화의 전반부가 재미있으면서 흐믓한 것은
사랑을 확인하기까지의 아슬아슬하고 위태위태한 여러 사건들의 스릴보다는
서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를 알아가고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에피소드로 인해서
좀 더 안정적이고 편안하게 바라볼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훈훈하고 풋풋해서 말랑말랑하기까지 하던 전반부의 유키노 중심의 이야기는
후반부로 넘어가며 아리마의 어두운 과거가 나오면서 점점 무거운 색채를 띠게 된다.
자신의 몸 속을 흐르는 피를 두려워하던 아리마는 유키노를 만나면서
점점 더 자신의 내면에 감추어진 본성을 피하지 못하고 거의 파멸 직전까지 추락한다.
그래서 이 만화의 후반부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더라.
다만 나는 전반부의 상큼한 이미지가 너무 강렬해서 후반부의 우울한 분위기를 어느 정도 중화할 수 있었던 듯.
내가 아쉬워했던 부분은 후반부에 등장하는 아리마의 이야기가... 너무 상투적이랄까, 아님 작위적이랄까하는 부분이었다.
이건 너무하다싶을 정도의 억지 설정같다라고 이야기하면 좋을까.
어쨌든, 아리마의 우울한 과거를 정리하면서 두 사람의 긴 에필로그를 끝으로 만화의 내용은 일단락된다.

연애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이 아닌 연애를 시작한 후의 과정을 다루는 것이 이 만화의 한 축이라면
또 다른 한 축은 연애를 하면서 등장인물들이 성장해가는 과정이다.
허영덩어리인 유키노가 아리마를 만나면서 거짓된 자신의 가면을 벗고 진정한 자신을 찾았던 것처럼
어두운 과거의 사슬에 묶여있던 아리마 역시 유키노의 헌신적인 노력을 통해 새로운 자신을 만난다.
그리고 바로 그 점이야말로 이 만화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이자 매력이다.
그 두 사람이 거진 완벽해보이는 캐릭터라는 것은 이 부분을 강조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완벽해보이는 사람들 역시 허점이 존재하고 빈구석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러한 부분을 채워주고 보듬어주는 것은 역시 사랑이라는 것.
연애의 본질은 잘난 사람들이 서로의 잘난 부분을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부족하고 때로 어둡게 보여서 피하고 싶은 부분을 인정하면서 그 부분까지 받아들이기 위함이라는 걸
이 만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다.
사랑의 완성에 다가가는 것은 좋아하는 사람을 사귀게 되는 것이 아니라
사귀게 되면서 새롭게 알게 되는 것들에 대해서도 신뢰를 유지하고 더 큰 신뢰를 쌓아하는 것이며
그 사람이 아파하고 괴로워하는 것을 함께하고 이겨나가는 것이라는 사랑의 보편적인 진리를,
하지만 다른 만화에서는 흔하게 찾아볼 수 없는 이야기를
이 만화는 꾸준하게 펼치는 것이 이 만화의 멋진 점이며 내가 이 만화를 손에 꼽는 이유이다.
그저 마음을 확인하는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사랑을 통해서 안정을 얻고 위안을 받는 기쁨을 이야기한 점이 말이다.

유키노와 아리마를 포함해서 이 만화에는 참으로 많은 쭉쭉빵빵한...
아니, 순정만화에 저런 표현은 어울리지 않지... 늘씬샤방한 캐릭터들은 쉴 새 없이 튀어나온다.
캐릭터가 분명히 살아있는 등장인물들은 이야기를 더욱 풍부하게 해준다.
그리고 그런 인물들 역시 또 다른 누군가의 사랑을 통해 한층 더 성숙해진다.
물론 평안함과 기쁨 그리고 행복을 얻는 것은 당연지사.
이 만화에서 불행해지는 인물이 없다는 것은 나처럼 통속적인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준 것 같다.^^
하지만 주인공들의 이야기와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는 어찌보면 비슷한 구석이 많이 존재한다.
굳이 좋게 해석하자면, '사랑'이야말로 우리에게 주어진 진정한 구원이라는 이야기를 강하게 하고 싶었다고 해야겠지.
물론 남녀간의 사랑이 전부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절대 아니고.


처음 이 만화를 제대로 보았을 무렵은 나도 한참 연애를 하던 중이었다.
이 만화를 보면서 처음 연애를 시작할 무렵의 느낌이 되살아나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작품에 몰입할 수 있었고, 나와 그 애, 그리고 나의 연애를 살펴볼 기회를 얻을 수도 있었다.
그리고 그 당시의 연애를 하지 않는 최근에 다시 본 감상도 그 때랑 그리 다르지는 않은 것 같다.
처음 연애할 때를 떠올리고, 그 때의 연애와 비슷한 부분에 공감하고...
다만, 연애를 할 때는 그러한 느낌이 기분좋은 간지러움이었다면, 지금은 씁쓸하니 가슴이 아리다는 차이가 있지...ㅋ
어쨌든, 사랑이라는 것이 왜 위대한 것인 지, 사랑이라는 것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으며
어떤 영향을 끼치는 지 궁금하다면 나는 이 만화를 적극 추천해주고 싶다.
다른 만화에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과는 조금 다른 만화의 즐거움도 함께 느낄 수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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