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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 심령 카툰 [오차원] 본문

감상과 비평/책

만화 - 심령 카툰 [오차원]

☜피터팬☞ 2010. 10. 2.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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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실을 알기 위해 표류했으며 또 표류한다.

 책의 뒷면에 쓰인 저자의 말이다.
 이 책은 에피소드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평소에 내가 하던 방식으로
 늘어놓을 줄거리를 쓸 것은 없다.
 실화라는 설명을 곁들인 이 책은
 유체이탈, 빙의, 유령의 목소리, 지박령 등
 우리가 여러 곳에서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심령 현상들에 대한
 작가의 체험을 서술한 것이다.
 어찌보면 일기라고 해야할까?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소소한 일들을
 일기에 기록하듯이
 저자는 자신이 경험한 초자연적 현상을
 일기를 쓰듯이 이 만화로 만들었다.

 매일 들어가는 뉴스 사이트인
 오마이 뉴스에서 소개된 글을 보고
 심령 현상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별다른 고민없이 이 책을 선택했다.
 간단한 소감을 먼저 밝히자면...
 뜻뜨미지근하다..^^;;

 저자는 만화가라는 자신의 능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경험을 표현하고 있을 뿐,
 우리가 알지 못하는 세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돕기 위한 학문적 설명이나 구체적인 증거를 전달하진 않는다.
 설명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간단하게 정리되고 작가의 상황에 대한 보조적 기구일 뿐이지
 일반 독자들이 그 설명을 바탕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접할 수 없는 세계에 접근하기에는 한없이 부족하다.
 그러나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저자가 경험한 세계를 믿게 만들거나 그 세계와 접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은
 작가가 의도하는 부분은 전혀 아니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나의 이런 아쉬움은 괜히 남의 뒷다리 긁으면서 안 시원하다고 불평하는 것 딱 그 수준이다.ㅋㅋ)
 하지만 이 만화에서 작가가 의도하는 부분이 전혀 없는가라고 한다면 그것은 아니다.

 만화의 초반은 작가가 경험한 심령 현상들(유령을 보았거나 기이한 일을 당했거나)을 회상하는 정도이다.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그 심령 현상들에 대한 심령 전문가들의 설명을 곁들이고
 (물론 그 설명이 내가 기대하는 수준의 체계적이고 학술적인 수준은 결코 아니지만.)
 작가를 괴롭히던 수많은 영적 현상들을 어떻게 극복해나가는지에 대한 설명이 추가되기 시작한다.
 이러한 고백은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는, 그리고 작가처럼 자신의 경험을 남들에게 쉽게 밝히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비록 소수이긴 하지만 혼자는 아니라는 안도와 함께 자신의 상황에 대한 이해를 돕고
 그들도 밝고 건강해질 수 있다는 희망을 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비슷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작가는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만화를 그리지 않았을까.

 이 만화는 자신의 심령 경험에 대한 일기적 고백이라는 점을 포함해서
 우리가 흔히 접하는 여타의 만화들과는 다른 연출 방식을 지니고 있다.
 웹툰이라는, 새로운 형식의 만화 연출 방식을 계속해서 창조해내는 매체적 특성도 있겠지만,
 나에게 이 만화는 만화라기 보다는 동화같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아마도 컷과 말풍선 대신 일러스트같은 그림들과 문단 형식의 글 조합 때문일 것이다.

 일기같은 내용에 자신의 경험 중 심령 현상에 대한 것들로 내용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짜임새있는 이야기 구성도도 사람을 빠져들게 하는 흡입력 강한 스토리도 별로 없다.
 또한 작가가 후기에서 밝혔듯이 따로 기록을 해둔 것을 바탕으로 해서 그린 것이 아니라
 순전히 기억에 의지해서 만화를 그린 부분이 많기 때문에
 모든 내용이 완벽하게 진실이라고 강하게 주장하기 힘든 부분도 있다.
 더군다나 개인적으로 경험한 심령 현상이라 물리적이고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할 수도 없다.
 그러나 그것이 이 이야기가 거짓이라는 것을 반증하지는 않는다.

 세계를 바라보는 방법은 단 한가지만 존재한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내가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과 다른 방법이 있다고 하여서 그것을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다.
 무엇보다 작가가 자신의 어린 시절을 지배하던 어둡고 무서운 분위기를 이겨내고
 스스로의 삶을 밝고 긍정적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 모습은
 꼭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진 않더라도 읽는 사람에게 희망과 나름의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록 그런 작가의 마음이 내게는 좀 약하게 전달되긴 했지만 말이지..-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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