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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과 비평/책

비소설 - 고고학 탐정들 [폴 반]

☜피터팬☞ 2005. 9. 29.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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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고고학 관련 서적을 고를 때 특정한 규칙을 갖게 되었다.
일종의 습관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그것은 바로 책의 출판연도를 따져보는 것.
일반적인 소설책이라면 출판연도를 따지는 것은 별 의미가 없을 지도 모른다.
인터넷 서점에서 찾은 책 목록에서 제일 앞에 있는 책이
글을 세로로 배치해서 읽기 힘든 7, 80년대의 책일 가능성은 상당히 희박하니까,
그냥 나오는데로 주문한다고 해서 특별히 손해볼 일은 없다.
(단 외국 번역서의 경우 가끔 오역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학술적 성격을 띄는 책의 경우엔 출판연도가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
새롭게 나오는 책은 과거의 이론의 약점을 들추거나 잘못된 내용을 고쳐서 나오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따라서 그런 류의 책들은, 이를테면 물리학 분야의 책이라던가, 고고학분야의 책들의 경우엔
출판연도를 한번쯤은 살펴보고 사는 편이 훨씬 도움이 된다.
(물론 과거의 이론이 잘못된 것으로 증명되어 수정되는 경우는 그렇게 흔하다고 볼 수는 없긴 하다.)
뭐, 그렇다고 해서 과거의 역사서나, 물리학 서적들이 다 쓸모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게다가 새롭게 밝혀진 것이 꼭 진실에 가까우리라는 법도 없다.
간혹, 과거의 것이 잘못되었다고 여겨지다가도 또다른 발견으로 과거의 이론이 옳다는 것이 증명되기도 하니까.
그러나 이러한 이론 서적들은 아무래도 새로운 책일 수록 그 가치가 높은 것이 일반적이다.
그것은 과거의 잘못된 이론들을 수정해서 들고나올 테니까.
(지금와서 문명의 시작이 세계 4대강 유역이라고 말하는 구시대 지식을 공부할 것인가??)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현재에 상당한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가장 최근의 고고학 지식을 우리에게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고고학 유물들의 최신 자료라는 것은 적어도 몇년은 거슬러 올라간다.
유물이 발견된 후에는 그 유물과 관련된 대략의 정보는 알 수 있을 지언정 정확한 정보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때때로 과거의 유물들과 과거의 이론이 상충될 경우에 유물의 진실에 관한 서적은 더욱 늦게 나오게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상당히 최근에 발굴된 유적들에 대해 많은 삽화를 제공한다.
앞서 두권의 책들(신의 봉인, 풀리지않은..)이 탄탄한 이론과 친절한 설명을 통해 독자들의 이해를 도왔더라면,
이 책은 설명보다는 많은 양의 컬러 사진을 통해 독자들에게 과거의 문명에 대한 찬탄을 자아내게 한다.
나는 이 책의 '우르 시'편을 보다가 왕가의 계곡에서 나온 무덤 사진 한 장에 온통 정신을 빼앗기고 말았다.
이루 형언할 수 없을만큼의 놀라운 기술력을 보여주는 과거인의 건축술에 말이다.

고고학 탐정이라는 이 책의 제목처럼, 이 책에서 소개된 많은 유적지들은 과거의 모습을 재현할 수많은 증거들을 보여준다.
물론 좀 더 세밀한 이론 설명을 통해서 그러한 유적에 관한 지식과 역사 발전의 전반을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지만,
이러한 역사적 증거들을 실제로 눈으로 보는 것은 감동적인 일이며, 어쩌면 지루할 수도 있는 이론들을 좀 더 흥미롭게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촉매제가 된다.

현재까지 발견된 유물들을 통해서 과거의 이론들은 많은 부분 수정되고 보완되었다.
기록이 남아있지 않은 시대에 대한, 혹은 기록이 남아있다고 해도
그 신빙성이 의심스러운 시대의 존재에 대한 실질적 증거들은 바로 유물이고 유적이다.
이 책에서 소개된 몇몇 유적은 고리가 끊어진 역사의 부족한 부분을 메꾸어주었고,
또 다른 유적들은 오해받고 있던, 혹은 잘못 알고 있던 역사를 제대로 세워주었다.
그리고 또 다른 유적들은 과거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좀 더 세밀하게 다듬어 주었을 것이다.

아직 우리의 손길을 기다리는 유적들이 지구 곳곳에 숨어있다.
그 유적들이 남아있는 한 고고학자들의 손길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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