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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소설 - 군주론 [니콜로 마키아벨리]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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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소설 - 군주론 [니콜로 마키아벨리]

☜피터팬☞ 2010. 11. 22.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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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학은 근본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어떤 것이든 그것을 관통하는 맥을 찾아내고
 그것이 가지고 있는 것의 성격을 정의하는 것이
 철학이라는 학문이 수행하는 역할이다.
 그래서 철학이 인간에 대한 탐구를 할 때
 그 귀결은 윤리가 된다.
 인간에 대한 정의와 인간이 만들어내는 삶에 대한
 탐구를 통해서 근본을 파악하면서
 그 안에 숨겨진 문제를 찾아내고 분석하면서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한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서
 철학은 결국 윤리학에 관심을 갖게 된다.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가?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삶을 만들 수 있는가?
 그러나 인간의 삶은 도덕만으로 유지될 수 없다.
 도덕은 자신의 삶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고 양심을 통해
 스스로의 행동을 결정하는역할은 할 수 있지만,
 사회속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현실적 문제들에 대해서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조율할 수 있는 권한을 갖기에는 미비하다.
 그렇기에 법이 있고 정치가 있다.
 행동하는 철학자라면,
 정치를 통해서 자신이 구현하고자 하는 철학적 이상을
 실현시키려고 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꽤 오래된 정치론이다.
 플라톤의 '국가'도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거론하지만
 '군주론'과 '국가'에서 다루고 있는 정치에 대한 비중이란 차이가 많이 난다.
 '국가'에서 플라톤의 '이데아론'을 바탕으로 이상적인 국가 구성원을 통해 바람직한 국가의 형성을 그렸다면,
 '군주론'은 이미 주어진 현실에서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권력을 유지하고 통치할 수 있는가에 초점이 맞춰진다.
 '국가'보다는 '군주론'이 훨씬 더 구체적인 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다는 거지.

 '군주론'은 국가를 지배하는, 혹은 통치하는 군주의 스타일과 국가 성립의 과정에 따라 국가를 분류하고
 각 국가의 상황을 분석하고 그에 따른 대처법과 군대를 운용하는 법, 군주로서의 처신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알렉산드로스 대왕부터 그 무렵의 이탈리아 상황에 대한 설명을 덧붙인다.
 (이 부분도 플라톤의 '국가론'과 확연히 구분되는 점이다. '국가론'은 순전히 철학적 사고로 진행된다.)

 '군주론'은 국가 형태에 기대지않는다. 즉 정치체제로 국가의 우열을 가리지 않는다.
 민주주의는 우월하고 공산주의는 열등하다는 식의 이분법은 없다.
 오히려 각각의 상황에 따른 대처법을 주문하며 무엇보다 군주의 역량을 강조하고 군대의 자립을 강조한다.
 또한 '군주론'은 군주의 역량에 상당히 많은 비중을 할애하고 있는데, 그 중 내게 가장 인상이 깊었던 것은
 대중을 어떤 식으로 대해야하는가에 대한 문제를 관심있게 다룬다는 점이다.
 대중, 즉 시민에 대한 군주의 관심을 환기시키고 그들을 효과적으로 다루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은
 뒤집어서 대중들이 군주를 견제 혹은 지지할 수 있는 세력이라는 의미이며,
 현대와 같은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대중이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하는 나름의 이유이기도 하다.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에서 지적하고 있는 내용들의 대부분은
 구체적인 내용들에 차이는 있겠지만, 현대에서도 크게 무리없이 적용되는 것 같다.
 물론 민주주의라는 새로운 정치체제에 익숙해진 현대인의 눈에서 보자면 윤리적인 거부감이 드는 내용도 없지않지만,
 민주주의보다는 군주제가 더 효율성이 있는 것처럼
 '군주론'에서 말하는 내용은 윤리적 거부감을 넘어선다면 현대에서도 효과적일 것으로 생각된다.
 (마키아벨리는 이 부분까지 짐작했던 것인지, 군주라면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윤리에 구속받지 말라고 권한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이 최근 내가 생각해보곤 하는 국내 정치에 관한 문제점이 발생하는 부분이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윤리적이라는 것이 반드시 정치권력을 담보해주지는 않고,
 정치권력이 없다는 것은 현실 정치에서 아무 의미가 없다는 뜻이 된다는 점.
 또한 국가 지도자의 윤리적 자질과 행동이 국가의 이익을 보장해주는 것은 결단코 아니라는 점.
 (전에 읽었던 프레시안의 한 칼럼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실패가 위악적이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진보 세력이 정치적으로 자신들이 옳다고 설정한 방향을 유지하면서
 국가 구성원들의 다양한 요구와 현실의 복잡한 세계 정치 구도 속에서 오는 요구를 해결할 수 있을까?
 물론 '군주론'은 내 이런 질문에 구체적인 대답을 제시해주진 않았지만..^^;;

 3판 개역본으로 나온 이번 '군주론'은 나에게 비교적 쉽게 마키아벨리의 생각을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용어의 통일은 책을 읽는 동안 흐름을 잃지않고 내 나름의 논의를 전개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고,
 등장인물에 대한 설명은 이 책이 씌여질 당시의 이탈리아 상황에 무지한 내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무엇보다 부록을 통해 초판 번역본의 '군주론' 설명을 실어준 것은 '군주론'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게 해주고
 더불어 '군주론'에 담겨있지만 스스로는 겨우 느낄 수 있었던 수많은 쟁점사항들을 깨닫게 해주었다.

 뒤늦게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읽어봐야지라고 생각해오던 '군주론'.
 그간의 내가 관념적이고 개인적인 문제에 포커스를 맞춰왔다면
 '군주론'은 현실적이고 사회적인 문제에 눈을 돌리고자 하는 시도가 될 것이다.



 그런데... 내게 군주론은 꼭 처세술같이 보였다는게 비슷한 분야의 다른 책을 선뜻 읽지 못하는 이유라면 이유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라던가, '20대에 꼭 해야할 일들'과 같이....
 내가 아직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이나 심각성을 모르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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