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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과 비평/책

비소설 - 신의 봉인 [그레이엄 핸콕]

☜피터팬☞ 2005. 8. 23. 0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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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읽었던 책들 중에 그래도 내 흥미를 강하게 끌었던 것 중 하나는 '신의 지문'이라는 책이었다.
미스테리물에 관해서라면 분야를 불문하고 열광하는 내게 역사적 미스테리에 대한 책은 최고의 관심사 중에 하나였기 때문이다.
그는 그 책에서 스핑크스와 중앙 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의 건축물들과 그 문명의 역법을 통해서,
인류의 기존 역사책에는 씌여있지않은 초고대 문명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다.
그리고 7년 후인 2002년. 그는 '신의 봉인'이라는 새로운 책으로 다시금 내 앞에 나타났다.

그레이엄 핸콕은 신의 지문을 통해 과거의 문명 수준에 대한 새로운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아틀란티스나 그 외의 초거대 문명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 수많은 증거들을 제시했다.
물론 그 전의 책에서 그가 과학적인 태도로 제시한 증거들이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음은 이미 밝혀졌다.
(이 책 이후에 읽은 '옛문명의 풀리지않은 의문들'에서 그의 오류를 적나라하게 지적한다.)
그는 자신의 이전 책에서 지적받은 부분에 대해 공감하고 있었던 것같고,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는 직접 현장답사를 하며 좀 더 실증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이론에 접근한다.
이번에는 직접 현장을 답사하고 탄소방사선측정법과 함께 과거에 수몰된 지형을 과학적으로 복원하기 위해 힘쓴 것이다.

이번 책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부분은 홍수 신화와 함께 빙하기가 끝나면서 수몰된 지역에 대한 탐구이다.
'신의 지문'에서 선사 시대의 초거대 문명의 근원으로 그가 내세운 남극 대륙을 과감히 버리고,
(남극 대륙에 대한 그의 의견이 억지스러웠다는 것은 그 후의 다른 연구를 통해 밝혀진다.)
이제는 간빙기에 빙하가 녹으면서 수몰된 지구의 여러 지역을 그 근원지로 선택한다.
아라비아 해와 인도 근해, 지중해와 중앙 아메리카와 일본 등 수많은 해역에서 발견되는 해저 구조물에 집중하면서,
이러한 구조물들이 빙하기가 끝나는 시기인 약 1만 5000년 전에서 8000년 전에 바다속에 묻힌 것이 분명하며
따라서 이 구조물들은 인류가 구석기라고 여겨지던 시기에 이미 건축이 되었다는 것이 그의 가설이다.
(만약 그의 가설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과거에 배운 모든 역사 지식을 폐기처분해야할 날이 올 것이다.)

그는 자신의 이론을 뒷받침해줄 증거로 빙하기 시대의 세계 지형도를 내세운다.
물론 이것은 지진이나 지각변동에 의한 대륙의 모습을 반영하지는 못하지만, 어느 정도는 빙하기 시대의 지형을 예측할 수 있게 해준다.
그의 가설에 따르면, 지금은 바다에 현재의 대륙붕들은 과거에는 넓은 평야였을 것이며 따라서 문명이 발생하기에 좋은 위치였다는 것이다.
또한 현재 발견되는 수많은 해저 구조물들은 역사적으로 갑자기 나타난 것으로 여겨지는 문명의 근처에 자리잡고 있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문명이라는 것은 일정한 단계 혹은 과정을 거치게 되어있는데,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과거의 몇몇 문명들은 그 출저가 분명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었다.
수메르 문명이나 인더스 문명같은 경우 뛰어난 도시 계획성이나 높은 위생 시설등은 그 이전 문명의 근거를 찾아내지 못한 상태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에 더욱 놀라웠었다.
물론 현재는 인도의 메르가르 지역에서 인더스 문명의 모태로 확인되는 문명의 흔적이 발견되기는 하였다.
그러나, 이 문명 역시 그 기원이 되는 문명은 발견되지 못하였는데, 핸콕은 바로 이러한 기원을 지금은 수몰된 지역에서 찾으려 하고 있다.
또한 실제로 이러한 가능성있는 근해에서 해저 구조물이 종종 발견되고 있는 상태이다.
이를테면 캄베이만에서 발견된 해저 유적은 9500년 전의 구조물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인류 역사에 대해 많은 것을 새롭게 생각해야할 것이다.
이것은 많은 문명에 공통적으로 남아있는 홍수 신화에 대한 설명 역시도 가능하게 해준다.
과거에 홍수 신화에 대한 해석이 강의 범람에 대한 보편적 기억이었다는 가설에서 조금 더 신화에 진실성을 실어주는 증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빙하기가 끝나면서 일시적으로 상승한 해수면으로 인한 홍수가 홍수 신화에 좀 더 적합한 설명이 아니겠는가.
그의 가설이 사실이라면 지금은 환상으로만 남아있는 아틀란티스에 대한 가능성도 어느정도는 열어주게 된다.
또한 문명의 기원과 발생에 대해서도 새로운 논리를 세워야만 할 것이다.

'신의 지문'에서처럼 천체 현상과 논란의 여지가 많았던 이론이 아닌, 좀 더 현장적이고 실증적인 방법으로 과거 문명의 문제에 접근한 그의 방법은 옳았던 것으로 여겨진다.
무엇보다 그의 가설 중 빙하기에 지구의 육지가 현재와는 달랐을 것이라는 사실은 많은 지질학자나 고고학자들도 인정하고 있는 부분이다.
따라서 앞으로 해양고고학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제대로 이뤄진다면 언젠가는 그의 이론이 사실이라는 것이 증명되는 날이 올 지도 모른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모든 내용이 그대로 받아들여도 좋을 정도로 정확성이나 그 신빙성이 높은 것은 아니다.
그가 이론을 전개하는 방법은 어느 정도는 비약이나 급진적인 부분이 많으며, 무엇보다 현재 파악된 증거들을 바탕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또 다른 역사적 증거들의 발견은 그의 이론의 잘못을 증명하게 될 지도 모른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고.
이를테면, 인도에서 발견된 해저 구조물의 경우 인공 구조물일 가능성이 높고, 어느 정도는 인정되고 있으나,
그 외의 지역 이를테면, 비미니 로드 지역의 해저 구조물의 경우 많은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입장을 띄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기는 해도 여전히 그 지역의 고대 문명에 대한 가능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선사 시대 문명에 대한 그의 이론 역시도 확실히 신뢰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가는 부분이 있는데,
고대 문명의 지리학적 지식이 현대에 못지 않았다고 그가 제시하는 증거들은 아직 좀 더 검증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기존의 고고학계의 완고한 입장을 반영하는 부분에 있어서 조금 편협되지 않았나하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
물론 획기적인 발견이 21세기 초에 발견되면서 그의 집필에 반영되지 못한 부분도 많긴 하겠지만,
그가 고고학자들의 입장이라고 내놓은 것 중에는 이미 과거의 이론으로 버려진 것들도 존재했다.
만약 내가 그의 책만 읽었다면, 고고학자들은 새로운 것을 거부하기만하는 집단이라는 인식에 사로잡혔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인 감정에 의한 것이 클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일본의 고대 문명에 대한 그의 의견은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상당히 많았다.
무엇보다 동북 아시아의 고대 문명에 대한 탐구가 너무 일본에만 편중되어 있어 국지적이라는 느낌이었고,
또한 일본의 고대 문명을 파악하는 일에 있어서 중국이나 한국을 빼놓은 것은 그의 이론에 큰 잘못이 아닐까 한다.
물론 지금의 일본 근해에 고대 문명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한 가능성만큼 한국이나, 적어도 중국에 대해서는 충분히 조사해봤어야하지 않았나 한다.
(중국은 아직 대륙에서조차 충분한 고고학적 조사가 실시된 적이 많지 않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전의 책에 비해서 확실히 과학적이고 실증적인 방법을 통해 자신의 이론을 주장한다.
남극 대륙이나 대륙 이동설이 아닌, 좀 더 현대화된 자료를 바탕으로 "과거에 뛰어난 수준의 문명이 존재했었다."라는 그의 주된 주장을 좀 더 신빙성있게 증명하고 있다.
그의 이론에서 많은 부분은 현대의 고고학자들도 인정하고 있는 부분이며, 해저 구조물에 대한 과학적 조사 역시도 그의 이론이 어느 정도는 옳았음을 증명하고 있다.
물론 그의 이론들 중에 수정해야할 부분이 많긴 하겠지만, 적어도 그가 고고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끌어냈다는 점 하나만은 충분히 인정해줘야한다고 생각한다.

선사 시대 문명에 대해서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궁금증들이 무궁무진하게 남아있다.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료로는 그들의 문명 수준을 정확하게 측정한다는 것이 무리일 지도 모른다.
우리는 알고 있는 것보다는 모르고 있는 부분이 많으며,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부분보다는 그렇지 않은 부분이 더 많다.
지속적인 연구와 조사 그리고 투자를 통해 우리의 이러한 궁금증이 언젠가는 풀리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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