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 Pan in NeverLand

비소설 -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 [알랭 드 보통] 본문

감상과 비평/책

비소설 -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 [알랭 드 보통]

☜피터팬☞ 2009. 2. 23. 23:28
반응형

인생에는 수많은 어려움이 존재한다.
우리는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고,
금전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고통받을 수도 있다.
또한 우리를 낙심시키는 수많은 경우가 있을 것이고,
우리 자신이 가진 조건들에 불만족스러울 수도 있다.
사랑에 실패하고 연인에게 버림받는 등등
인생에서 가슴아픈 일들은 하나의 사전으로 나온다고 해도
결코 얇지않은, 방대한 분량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어려움을들 어떻게 극복해 나갈까??

내가 책을 살 때 가장 우선적으로 제외되는 책들은 '자기계발'이라고 분류되는 책들이다.
일년에도 몇 종류씩 베스트셀러가 되는 그런 책들은 이를테면,
"오바마처럼 연설하고 오프라처럼 대화하라"라던가,
"나를 디자인하라" 혹은 "회사가 붙잡는 1%의 비밀"같은 타이틀을 붙이고 있다.
그렇다고 자기계발이라는 측면을 내가 소홀히 여기는 사람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이런 책들의 내용은 몰라서 안하는 문제가 아니라
행동으로 옮기지 않기에 문제인 부분을 주로 다루기 때문에
굳이 책까지 보는 시간적 투자를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식의 내용은 차라리 좀 더 본질적인 부분을 다루는 철학책들 속에서 찾는 편이 훨씬 더 유익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런 '자기계발'류의 책들을 계속해서 찾고 또 찾을 것이다.
왜?
이런 책들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나는 문제에 대해서 보통 사례별로 이야기하고,
또한 난해하지 않은 표현들을 사용하여 우리에게 위로와 함께 충고를 하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다시 내가 최근에 읽은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으로 돌아가서 이야기해보자면,
이 책은 인터넷 서점 '리브로'에서 '인문/교양 > 철학'으로 분류되어 있다.
하지만 나의 개인적인 분류에 따르면 이 책은 '자기계발'에서 그리 멀지않은 위치에 있다.
인생에서 만날 수 있는 수많은 문제들에 대해서 각각의 사례를 소개하며
독자들에게 위안과 용기를 던져주는 책의 스타일은 자기계발서에서 사용하는 스타일과 별 차이가 없다.
이 책에서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어떤 철학자의 사상과 그런 사상의 근거보다는 독자에게 위안과 용기를 주는 것이다.
굳이 이 책을 '철학'으로 분류한다면, 그것은 아마도 위안과 용기를 주는 방법이 '철학자'와 '그들의 사상'을 이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어쨌든, 우리는 우리들을 괴롭히는 수많은 고민들과 어려움에 마냥 낙심하고 있지는 않아도 된다.
그것은 단지 나 혼자만의 괴로움이 아니었으며
앞서 간 수많은 철학자들이 이런 문제에 대한 슬기로운 해답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의 몰이해와 인정받지 못하는 것만큼 인생에서 힘든 문제는 없다.
하지만, 당신은 서양 철학의 가장 위대한 사람 중 한 명인 소크라테스 역시 그랬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는 심지어 대중이 원하는 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죽음을 맞게 되었다.
소크라테스에 따르면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취향에 맞느냐 맞지않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이성에 따라 행동했느냐하는 것이다.

금전적인 어려움 때문에 행복하지 못하다고 느끼는가?
후세 사람들에게 쾌락을 추구했다는 이유로 오해를 받고 있는 에피쿠로스는 행복에 꼭 돈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말해준다.
에피쿠로스는 행복에 필수적인 것과 필수적이지 않은 것에 대해 구분할 것을 말하면서,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꼭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필요로 하면서 행복하지 않다고 말한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쾌락을 추구한 에피쿠로스 학파는 오히려 검소한 생활을 하며 친구들과의 대화와 사색을 즐겼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인생에는 당신을 좌절시키는 일들이 많다.
하지만, 이러한 좌절은 반드시 당신이 못된 사람이거나 잘못된 인생을 살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운명이 얼마나 장난스럽고 예측불가능한 지는 자신의 제자이자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않은 로마의 황제 네로에게 죽음을 당한 세네카에게서도 볼 수 있다.
그는 어떠한 불행이나 사고가 언제든 우리에게 닥칠 수 있음을 이야기하며 우리가 그것들에 격한 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어느 정도의 체념은 우리의 삶을 훨씬 안정적이고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자기 스스로 인정하지 못하는 부분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은 종종 있다.
우리는 때때로 스스로의 무지함 때문에 괴로워하고 특이한 취향으로 고민하곤 할 것이다.
몽테뉴는 똑똑함이 반드시 인간다움이나 행복을 보장하지는 않으며,
취향의 독특함이라는 것은 단순히 관점의 차이일 뿐이라는 것을 일찍부터 자각한 철학자였다.
자기 자신에 대한 솔직함과 인정, 그것은 다른 사람과 비교를 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닌 순수한 당신 자신을 탐구하면서 얻어지는 것이다.

인생에서 사랑에 실패하는 것보다 괴로운 일은 무엇일까?
쇼펜하우어는 사랑에 실패한 사람들에게 그 사람과의 사랑이 꼭 최고의, 마지막 사랑은 아니라는 위로를 건낸다.
때때로 사랑과 결혼, 그리고 행복은 길게 봤을 때 접합점을 찾기가 쉽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쇼펜하우어에 따르면 결혼이라는 것은 우리의 종족 번식의 본능적 요구에 따른 결과일 뿐이며,
자식을 낳는 것으로 그러한 요구가 만족되면 우리가 꿈꿔왔던 사랑은 단순히 환상이라는 것을 깨닫는 일이 종종 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쇼펜하우어의 사랑에 대한 정의와 연애에 대한 관점에는 거의 동의할 수 없다...-ㅅ-)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신이 인생에서 만나게 되는 수많은 어려움들이 나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역사상 가장 반항적인 철학자 중에 한 사람인 니체는 인생의 고통이야 말로 완성에 필수적인 것이라고 역설했다.
망치로 수없이 두드리지 않은 철이 강하지 않은 것처럼,
아픈 다리와 차오르는 숨을 경험하지 않고는 산의 정상에서 맛볼 수 있는 기쁨을 알 수 없는 것처럼,
우리가 인생에서 만나는, 그리고 앞서 이야기했던, 수많은 고통과 괴로움은 단순히 피하고 꺼려야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일들을 이루려면 고통없이는 불가능하며
그런 것들은 우리의 인생을 더 풍요롭게 해주어 그 후에 얻게 될 만족감과 기쁨을 더 크게 해줄 것이다.

힘든 상황에서 우리를 위로해주는 것들은 여러가지다.
우리는 때때로 가볍고 웃기는 영화를 보거나 잔잔한 음악을 듣거나 신나는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위로를 받을 수도 있다.
친구들과 수다를 떨거나 자신을 괴롭게 만든 것들을 뒤에서 욕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위대하다고 알고 있고 심지어 존경하기도 하는 철학자들이 우리와 같은 고민을 했다는 것,
그리고 그들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했다는 사실은
우리의 고민에 많은 위로가 되고 그 고민을 해결하는 데에 많은 참고가 될 것이다.
이 책을 읽은 후에 인생에서 만나왔던, 그리고 앞으로 만나게 될 수많은 고통과 어려움의 무게가
전과 다르게 느껴진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다.

P.S : 다만 나의 경우... 이 책은 내게 별다른 느낌을 주지 못했다..-ㅅ-;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