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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모든 이름들 [주제 사라마구] 본문

감상과 비평/책

소설 - 모든 이름들 [주제 사라마구]

☜피터팬☞ 2005. 1. 30.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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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기소 보조직원인 쥬제씨.
그는 50세가 넘은 결혼도 안 한, 평범하다 못해 존재감조차 없을 정도의 인물이다.
그의 유일한 취미는 유명한 사람들에 관한 신문 기사 등을 스크랩하는 것.
그러던 그가 어느 날 우연하게도 전혀 알지 못하는 한 여인의 호적등기본을 보게 된다.
그 후로 그는 그 여인의 행방을 추적한다.
왜 만나려는 지에 대한 명확한 이유도 없이...

'눈먼 자들의 도시'라는 작품으로 나에게 다가온 주제 사라마구의 또다른 작품.
이 책은 확실히 '눈먼 자들의 도시'와는 다른 느낌이지만, 여전히 작가는 내게 물음을 던져주고 있다.
삶의 의미란 무엇인가. 좀 더 명확하게 존재란 무엇일까?

작가는 과연 존재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을 던지고 있었다.
주인공 쥬제씨는 혼자 살아가는 사람이기에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기에 잘 맞는 인물인 것 같다.
항상 다른 사람과의 끊임없는 관계 속에 있는 우리같은 사람들에게 '존재' 그 자체의 의미는 쉽게 다가오지 않기 때문이다.
  타인의 삶에 깊이 관여해본 적이 없던 쥬제씨는 그 여인을 찾는 과정 중에 그녀의 삶에 깊숙하게 관여하게 된다.
그는 어쩌면 그녀의 부모까지도 몰랐던 부분에 대해서까지 알게 되는 것이다.
그는 그녀를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지만, 그녀에 관한 것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그가 찾던 그녀는 이미 죽어있었다. 그것도 이유를 알 수 없는 자살로.
허탈해하는 그에게 그의 소장은 제안한다.

'나라면, 그녀의 사망일을 지운 새 기록부를 만들꺼야.'


우리에게 누군가의 존재란 과연 그럴 지도 모른다는 생각.
우리가 존재한다고 느끼는 것들의 근거는 사실 그런 기억의 단편들에 기대고 있다.
쥬제씨에게 그녀의 근거가 단순히 종이 몇 장과 사람들의 기억에 의한 것이었던 것처럼,
비록 우리는 직접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람과 함께한 어떤 사건들을 공유하고는 있지만
결국 그 사람의 존재는 그 기억과 기록이다.
우리가 아는 그 누군가가 만약 연락이 끊기고 얼마의 세월이 흘러 죽어서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고 해도,
우리에게 그 누군가는 우리의 기억과 기록들을 통해서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비록 죽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단지 서류상의 단 한 줄에 지나지 않는 지 모른다.
그의 죽음이 우리에게서 추억과 느낌까지 함께 앗아가는 것은 아니므로.
그것이 그의 존재의 증거는 기록이나 묘비의 이름이 아니라 그의 모든 행위이므로.

실로 존재라는 것은, 한 사람이 존재했다고 하는 것은 우리의 기억과 추억에 의해서.
즉 함께한 그 모든 것에 의해서 증명되고 기록되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실제로 이 세상을 살았더라도 아무의 기억이나 기록에 남겨지지않은 사람은 존재를 알릴 수 없고,
그 증거가 무엇이건 간에 누군가의 기억이나 추억 속에 살아있다면 그는 존재를 알릴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등기소의 소장은, 죽은 자들의 서류와 산 자들의 서류를 모두 합쳐서 보관하자고 한 것이었을까?
한 사람의 존재에 대한 근거가 그 묘지의 이름이 아니기에 그 양치기는 묘비들을 모두 뒤바꾼 것일까?
죽음이란 단지 그가 멀리 여행을 가서 못만나는 것과 같은 것일 뿐, 존재 자체는 과연 변하지 않는 것일까?

'너에게 붙여진 이름은 알아도, 네가 가진 이름은 알지 못한다.'
책의 첫 페이지에 씌여있던 글귀였다.

나의 존재에 대한 근거는 내 이름은 아니다.
우리가 존재를 인식하는 것은 그 이름 때문'만'은 아닌 것이다.
이 책에서 주인공인 쥬제씨만이 이름을 가지고 나머지 사람들은 단지 소장, 아랫집 할머니, 양치기 등으로 불리는 것도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과연 우리의 존재란... 그리고 나의 존재란...
우리는 우리의 존재를 어떤 식으로 알리고 있을까?


P.S : 이 소설을 다 읽고났을 때 장미의 이름이 생각나면서 피식 웃게 된 것은 나 혼자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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