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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변신 [프란츠 카프카] 본문

감상과 비평/책

소설 - 변신 [프란츠 카프카]

☜피터팬☞ 2005. 3. 26.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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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판원으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그레고르 잠자.
그가 외판원으로 일하게 된 것은 순전히 가족 때문이었으며, 이 때문에 그는 그 직업에 회의를 느낀다.
그리고 그는 거대한 갈색 벌레로 변하게 된다.

성에 이어서 바로 읽게 된 변신.
이 소설은 내게 카프카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더해주었다.
자신을 위해 살지 못하고 가족을 위해 살아가는 그레고리의 변신을 통해 우리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의 모습과 우리 존재를 바라보게 된다.
거대한 시스템으로 이뤄진 이 세계 속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위해 존재하지 못하고, 하나의 부속품으로 남아있게 된다.
성에서도 묘사되었듯이 부속품으로의 인간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이 세계는 그 나름대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방인이 되면서부터, 우리는 이 시스템에서 벗어나와 하나의 독립적인 자아로 이 시스템을 바라보게 된다.
성에서 K가 문자적 의미 그대로의 이방인이었다면, 그레고르는 거대한 벌레가 됨으로 이 세계의 이방인이 된다.

그러나 그의 의식은 여전히 거대한 시스템에 남아있었으며, 그는 그로 인해 고민하고 괴로워한다.
그는 자신이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어서 돌아가 자신의 직장을 다시 다니게 되기를 희망한다.
그 직업을 전혀 좋아하지도 않고, 가족이 어느정도의 안정을 찾게 되면 그 직장을 버릴 생각까지 하면서 말이다.
그는 한 사람의 인간이 아닌, 가족이라는 시스템에 묶여있는 부속품에 불과했다.
내가 이렇게 말하는 것이 가족의 가치를 인정하지않는 몰인간적인 모습으로 비췰 지도 모르지만,
소설을 계속 읽으며 가족들의 행동을 바라보면 나의 판단이 크게 잘못되지않았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가족들은 그레고르의 회복을 간절히 바란다. 그의 모습이 혐오스러웠지만, 그래도 가족의 일원으로 어서 정상이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그들이 그가 정상적인 모습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은 다른 것이 아니라, 그의 변신으로 인해 자신들의 생계가 위협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레고르가 변신하고 난 후에, 일을 할 수 없을 것처럼 보였던 그의 가족들은 각자 직업을 갖게 되고 다시금 생계를 유지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후부터는, 자신들이 직업을 갖고 그것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부터는
그레고르를 진정으로 귀찮은 존재, 혐오스러운 존재로 바라보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들이 필요로 했던 것은 식구의 일원으로서의 그레고르가 아니라 자신들의 가정에 돈을 벌어오는 존재로서의 그레고르였던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벌레가 된 그레고르가 죽었을 때, 마치 괴물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것처럼 자신들의 행복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은 마치 해피엔딩인 양 묘사되고 있는데 이것은 너무 현실적이어서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이 소설은 비극이다. 그리고 그 비극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비극이다.
그레고르의 변신을 통해서 우리가 바라보게 된 것, 혹은 고민하게 된 것은 우리의 존재 가치가 우리 스스로의 모습 그대로, 그 어떤 시스템 속에 담겨진 하나의 기능이 아닌 순수한 인간 그 자체로 인정받느냐 그렇지 않으냐하는 것이다.
소설 속 그레고르의 내면은 여전히 인간이었으며,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은 하지 못하더라도 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그것을 표현하고 있었다.
그러나, 가족들의 눈에 비친 그레고르는 거대한 벌레 그 자체였으며, 그의 의식과 그가 표현하는 의사와 관계없이 자신의 이해관계속에서 그를 바라본다.
그리고 그가 자신들의 구성원으로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비로서 그를 버리게 되는 것이다.
그레고르가 자신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존재로 인식하지 않았다면, 그가 벌레로 변했음에도 여전히 그레고르임을 인정했다면, 가족들은 그를 방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또한 그레고르가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가지고 그가 하고 싶어하는 일을 하면서, 자신의 존재를 가족에서 찾지않고, 본인 스스로에게서 찾았다면 아마도 그는 벌레로 변신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결국 그는 자기 자신의 존재와 욕구를 느끼게 되면서,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느끼기 시작했을 때 벌레로 변한 것이다.
그가 벌레로 변한 것은 실존적인 존재로 변했음을 의미한다.
성에서 K가 언제나 자신의 논리로 이야기하고 그 논리가 마을 사람들에게 거의 받아들여지지않았던 상황은,
변신에서는 극단적으로 그레고르가 벌레의 모습이 되면서 사람들과의 대화가 불가능함으로 나타난다.
개인의 가치를 추구하고, 개인이 순수하게 개인으로 살게되었을 때, 그것은 거대한 시스템과 충돌을 일으키고, 받아들여지지않는다.

시스템이 원하지 않는 인간은 결국 버려지고 살아갈 수 없음에 대한 비극.
그리고 그 비극에는 죽음 이외에는 그 어떤 구원도 없음을 말하는 냉소적이고 비극적인 소설.

그러나 나는 이미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꿈틀대는 한 마리의 벌레이기를 스스로 갈구하고 있다.
이 세계의 부속품으로 존재하는 내가 아니라, 단 하나의 독자적이고 실존적인 존재로서의 내가 되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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