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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로맹 가리] 본문

감상과 비평/책

소설 -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로맹 가리]

☜피터팬☞ 2006. 7. 14.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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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대해 탐구한 책은 많이 있다.
심리적으로, 생물학적으로, 화학적으로, 문학적으로, 철학적으로.
그토록 많은 이야기가 나와있어도,
우리는 이 이야기가 끝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간이라는 존재 하나를 파악하는 것은 그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을 너무 아쉬워하지는 말자.
아직 우리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을 지언정,
지금까지 인간에 대해 고찰하고 고뇌해온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 나름대로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우리에 대해 이야기하니까.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역시 그렇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단어가 있었다.
'기만'
그렇다. 인간은 기만적인 존재이다.
인간은 자신의 기준으로 세상을 판단하고 바라보며, 살아가려한다.
(그것은 신념이기도 하고, 지식이기도 하고, 또는 욕심, 혹은 사랑이기도 하다.)
그것은 때때로(사실은 종종) 의도하지않게 스스로를 옭아매고 모순에 빠뜨린다.

그러나 그것이 기만이라는 것을 우리가 과연 어떻게 알겠는가.
인간은 알 수 없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기만에 대해 무지하거나 무시한다.
우리가 기만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고 하여도 어찌할 수 없는 그런 처지에 처할 때가 많다.
자신의 기만을 인정하는 것은 때때로 자신의 가치를 부정하게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자기 자신을 기만한다는 것을 알았다고 해도 결국 아무런 의미도 없다.
우리는 스스로 기만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과연 그 순간 그것을 판단할 수 있을까.
아니, 그런 노력은 불가능하다. 노력한다고 하여도 그것이 기만인 지 아닌 지 판단할 수 없다.

그렇지만, 우리 이러한 사실에 너무 분개하거나 슬퍼하지 말자.
우리 자신의 기만은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에 생기는 필연적인 결과이고,
그것은 우리가 우리의 존재 가치를 세우기 위한 기준때문에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니까.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우리 자신의 기만을 인정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그 이후부터다.
자신이 얼마나 연약하고, 자신의 사상이 얼마나 취약한 지를 깨닫는 것이
바로 인간을 겸손하고 너그럽게 만드는 것이니까.

그래. 이 책이 나에게 말해준 바는 바로 그것이었다.
내가 얼마나 나약하고 어리석은 인간인 것인가를.
인간이란 이토록 오만하게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을.
하지만, 아직도 '기만'에 대한 수많은 의문과 의구심이 남아있다.
그것에 관해, 이 책에 실린 대답 하나를 들려주자면,

"글쎄, 적어도 한 가지 이유는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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