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 Pan in NeverLand

애니 - 날으는 돼지, 해적 마테오 [송근식] 본문

감상과 비평/애니

애니 - 날으는 돼지, 해적 마테오 [송근식]

☜피터팬☞ 2006. 1. 31.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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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스카이랜드의 오잉카 마을.
이 마을에는 전설적인 해적이 되길 꿈꾸는 돼지 마테오와 그의 동료들이 살고 있다.
그들은 해적이 되기 위해 해적 교과서를 충실히 이행하며 해적 연습을 하고 있다.
그러던 이들 앞에 최초로 해적다운 일이 하나 생겼으니.
북쪽의 공주 커틀릿이 우연히 자신들의 손아귀(?)에 들어온 것.
그러나 이들은 보물이 있다는 공주의 계략에 넘어가
진짜 해적 '울프 비어드' 일당과 한바탕 승부를 겨뤄야만 한다.

예전에 친구와 함께 춘천 애니메이션 센터에 견학을 간 적이 있었다.
후기를 올리려고 했지만, 당시엔 귀찮아서 패스.
아무튼, 내가 견학을 하던 그 당시에 그 곳에서 한참 제작 중이었던 작품이 바로 이 '해적 마테오'였다.
그래서인지 나름대로 살짝 관심이 가기도 했던 작품이다.

그런데... 날으는 돼지라...
이거 웬지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컨셉이다.
어린이들에게는 신선한 소재일 지도 모르겠지만,
만화 영화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니, 별 관심이 없더라도 적당히 문화 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웬지 낯설지가 않은 컨셉이다.
옳커니. 미야자키의 대표작 중에 하나인 '붉은 돼지'!!!
물론, 붉은 돼지는 공적이고, 마테오는 해적이니 다르긴 하다..-ㅂ-
(특별히 딴지걸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해적은 바다의 도적인데, 하늘을 날면서 해적이라.. 이거 어폐가 있다.)
그리고 붉은 돼지의 배경과 마테오의 배경은 전혀 다르고, 전개 또한 다르다.
그렇기는해도.. 제목만 놓고 본다면, 그리고 기본 설정만 놓고 본다면 찜찜한 기분을 지울 수는 없다.

이야기의 설정과 전개가 붉은 돼지와는 판이하게 다르기는 하지만... 왜 하필 돼지냐고!!
게다가 나는 이 만화 영화를 보는 내내 또 다른 일본 만화의 그늘을 벗어날 수 없었다.
이야기의 전체적인 흐름은, '천공의 섬 라퓨타'나 '이상한 바다의 나이아'와 유사했고,
스카이랜드에 대한 설정은 어쩐지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를 떠올리게 했으며,
전설적 해적이 되겠다는 그들의 바람은 웬지 '원피스'의 그것과 닮아있었다.
결국 갖가지 일본 만화가 짬뽕되어서 나온 아류작(?)인 것만 같은 의심이 자꾸만 생긴다.

.....
원래는 이렇게까지만 쓰려고 했는데....'-'a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저게 전부는 아니긴 하다.
사실 기본적인 컨셉이라는 것은 다 고만고만하지 않던가.
위에서 예를 든, '라퓨타'나 '나디아'나 주요 등장인물들의 설정은 많이 비슷하지 않은가?
또, 나디아에 등장하는 미워할 수 없는 악당(후엔 아군이 되지만..-ㅂ-) 그랑디스 일당은,
'포켓 몬스터'에 등장하는 '로켓단'이나 어릴적에 봤던 만화 '롤러 킹'에 등장하는 악당들과 별 차이가 없다.
적의 로봇을 탈취해 아군 로봇으로 사용하는 것은 로봇 만화에 흔히 등장하는 설정이고,
그 조종사는 원래 파일럿이 아닌 어찌어찌해서 그 로봇과 얽힌 민간이라던가,
천재 박사는 대부분 적들이 먼저 납치해서 나쁜 일에 써먹는 이야기는 새롭지도 않다.
만화에 등장하는 컨셉이라는 것은 정말 걸출한 작품이 아닌 이상 비슷비슷한 것들이 많다.
.....
에잇!! 구차하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 만화는 독창성면에서 정말 요만큼도 좋은 점수를 주고싶지 않다.
내가 열거한 것들이 너무 흔하게 사용되어서 거의 공식화되어버린 것들이라고는 하지만...
이 만화는 이런 공식들이 아니라 다른 작가 작품의 대표적인 특징들을 따왔기 때문이다.
(원피스 이야기는, 어차피 해적이라는 설정을 하는 순간 나오는 결론이니 빼도 좋다.)
이 만화 영화를 재미있게 본 아이들이 나중에 미야자키의 작품들을 보면서 어떤 인상을 받을 지...쩝..-_-

자, 이건 이쯤해두자. 국내 애니메이션의 태생적 한계를 보더라도,
그리고 그 역사와 투자 규모, 대중적 인식과 소비층을 보더라도,
우리 나라에서 아직 정말 걸출한 작품을 기대하기는 그리 녹록치않다.
(그러나, 단편에서는 정말 눈부실정도의 국내 작품들이 많다. 단지 장편은 그 특성상 아직은 어려울 뿐이다.)
그렇다면, 항상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는 이야기의 전개는 어떤가.
이 부분은 나름대로 괜찮게 점수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이미 나이가 있기 때문에 순수하게 아이들의 수준에서 작품의 재미를 평가하기는 힘들겠지만..
이야기 전개는 좀 어거지인 면이 없잖아 있어도 꽤 재미있게 전개되어갔다.
또한 비행기 추격신이나 포로인 공주와 해적들 사이의 관계는 작품의 설정을 무리없이 이끌어가기에 좋았다.
캐릭터들도 나름의 개성이 살아있었고, 그들이 펼치는 활약은 어린이들에겐 충분히 재미있었을 것 같다.

그래픽은 확실히 나아지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이미 미국에서 많은 선을 보인 풀 3D 애니메이션과는 확실히 선이 다른 우리만의 느낌이 난다.
섬세함이나 자연스러움에서 조금 뒤질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캐릭터들은 다른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우리의 캐릭터였다.

또한 이야기 중간에 등장하는 메시지 역시 나쁘지 않았다.
해적 교과서를 보고 그대로 실행하며, 그것만을 추종하던 마테오 일당이,
결국엔 그 교과서를 벗어나 자신들이 하고싶은 일을 하는 것이나,
커틀릿 공주가 자신을 속박하는 성에서 벗어나 혼자 모험을 떠나는 것 같이
아이들에게 그들의 꿈과 비젼을 바라보며 살아가라는 메시지는
그 내용이나 전달방법에 무리없이 자연스럽게 표출되고 있었다.

이 만화. 충분히 재미있게 볼만한 요소들은 많다.
한 가지 의아한 것은, 어찌된 일인 지, 이 만화 영화는 여름에 개봉했음에도 변변한 상영관도 없이 올랐다가 내려왔다.
당시에 극장에 좋은 작품들이 너무 많아서였을까...-_-;

분명히 이 만화는 어린이층을 겨냥한 작품이다.
어른들까지 겨냥한 작품이라고 하기에는 많이 무리인 것 같다.^^;
저패니메이션에 익숙해진 우리들은 '어린이게엔 꿈과 희망을, 어른들에겐 추억과 감동을'주는 만화를 기대하겠지만..
아직은 아니다. 우리의 만화 현실을, 만화 영화 현실에 눈높이를 맞춰봐야한다.
주는 것도 없이 자꾸 좋은 것만 내놓으라고 하는 것은 어거지다.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이 좋은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토양이 되는 것.
나는 이 '날으는 돼지, 해적 마테오' 역시 절반의 성공은 거두었다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우리 만화 영화가 당당히 독보적으로 세계 시장에서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이다.


P.S : 심청전을 못 본 것이 가슴에 한이 된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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