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 Pan in NeverLand

애니 - 원더풀 데이즈 [김문생] 본문

감상과 비평/애니

애니 - 원더풀 데이즈 [김문생]

☜피터팬☞ 2003. 7. 20. 21:52
반응형
User-created
6년동안 126억원... 뭐, 이런 것을 제외해도 충분히 오래전부터 흥미를 자극하고 있던 만화였다.
미루어지기만 하던 개봉시기와 재제작의 소식들...

그리고 막상 뚜껑이 열렸을 때...

일단... 칭찬부터 하고 들어가련다.

최소한.. 나는 한국 에니메이션의 새로운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충분히 아름다운 영상들과 음악.
배경으로 사용된 미니어쳐는 CG로 도배해버린 다른 어떤 만화보다 더 만화에 잘 어울렸다.
(실제 배경을 사용한 것보다도 훨씬 좋았다. 뭐, 간혹 "로저래빗.."이 생각날 정도로 어색한 부분도 있었지만..)
클라이막스에서 델로스 시스템이 파괴된 후의 영상과 음악에서 메트로 폴리스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2D의 캐릭터들도 훌륭했다.
나름대로 미국이나 일본의 영향에서 벗어나려 한 그림체는 썩 마음에 들었다.
CG가 너무 눈에 띈 것이 조금 아쉬웠지만, 미니어쳐와 CG, 그리고 2D는 꽤 적절한 배분으로 잘 조화되어있었다.
(만화가 아니라 게임을 보는 듯한 CG로 만든 런딤보다 훠~얼씬 좋다)
움직임도 아주 자연스러웠고, 리얼했다.

어쨌든..
기술적인 면에 있어서 더 이상 다른 나라에 뒤진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하지만..
역시 시나리오가 빈약하고 매끄럽지 못한 연결이 종종 눈에 거슬렸다.
1시간 30분 동안 모든 이야기를 담아내기에는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이야기가 너무 방대했다.
그게 아니라면 연출자들의 이야기 전개방식이 무척 서툴렀다고 해야겠지.
화려한 영상들을 많이 보여주려고 시도한 까닭에 영상적인 면은 좋았지만, 내용은 빈약해진 듯한 느낌이다.
(멋진 장면을 보여주려는 것은 알겠지만.. 그런 것을 조금만 더 줄이고 스토리에 관련된 내용을 더 넣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루와 에코반의 싸움의 이유나, 전개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행동들은 크게 무리가 없어보였지만..
마지막에 델로스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전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싸우는 모습들과
델로스 시스템이 파괴된 후의 그 무중력 상태와 같은 것은 전혀 이해가 요구되지 않고 단지 받아들여야만 했다.
뭐, 그 후의 이야기에 대해서는 관객의 몫으로 남겨두긴 한 것이겠지만..
뭐랄까.. 제작자들이 여운을 남기려고 한 것이었다면.. 최소한 나에게는 실패다.
덕분에.. 글쎄.. 이것도 단지 내 생각이긴 하지만.. 어른들에겐 좀 어색한 이야기로, 아이들에겐 조금 어려운 이야기가 되어버린 것 같다.

차라리 TV판을 먼저 선보인 후 이 영화가 극장판이었다면 어땠을까?
웬지 보여지지 못하고 묻혀버린 이야기들이 많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뭔가 할 이야기가 더 있어보였는데...
(이것은 아래 주인공들과도 관련이 있다)

주인공 캐릭터에 대한 불만도 크다..-_-
그들에게는 사실 별다른 매력을 찾을 수가 없다.
수하도, 제이도, 시몬도.. 인간적인 모습을 찾기 어려웠다고 할까?
수하는 정말 아무 갈등없는 인물이고, 제이는 생각없어보이는 인물이고, 시몬은 모순적인 인간이다.
물론 제이같은 경우엔 초반에 에코반이 하는 짓에 대해서 썩히 맘에 들어하지않는다는 것이 비춰지긴 하지만..
그들에게는 '갈등'이라는 것이 없어보인다.
목소리 연기도 그렇고.. 그들이 하는 행동에 있어서도 고뇌하거나 상황에 의해 힘들어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나마 시몬이 살짝 그러긴 하지만.. 오히려 어설프다..-_-)
세 명 전부.. 너무 담담하고 감정이 없어보인다.
급변해버린 상황을 너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모습들이.. 그들의 매력을 지워버렸다.
게다가 마지막 싸움에서 하는 행동들은.. 글쎄...대체 무슨 짓이지하는 생각이....;;
또한.. 그들의 관계에서 보여지는 모습들과 극 중에서의 행동들은
(수하-제이 : 어릴적 친구.. 상당히 모호하다..;; 그리고 웬지 억지같다
  제이-시몬 : 친구이며 상관과 부관 그리고 짝사랑의 사이.. 복잡하지만.. 어설프다..-_-
  시몬-수하 : 친구이자 라이벌?? 상당히 갈등이 있지만.. 갈등의 해소는 너무 싱겁다)
전혀 자연스럽지 못하고, 알 수 없는 어색함, 불편함만 주었다.
오히려 내게는 주변 인물들.. 마루 레지스탕스의 그 대머리 난쟁이가 훨씬 매력적이고 인상적이었다.
아무튼.. 주인공 세명의 임팩트가 약한 것이 무척 아쉬었다.

그리고 성우...-_-
어째서 전문성우를 쓰지 않는 것인가..;;
국내에 실질적 의미의 만화영화 전문 성우가 없다고는 하지만..
투니버스에서 활약하고 있는 성우들이 캐릭터를 맡았다면.. 훨씬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주인공들의 감정없는 목소리연기는 연출일 수도 있지만..;;)
제대로 목소리의 감정이 전달되는 것은 역시 그 대머리 난쟁이 밖에 없었다.
아니면 노아 박사나 레지스탕스 대장, 그리고 그 말라깽이 부하정도?
아이들의 목소리는 정말.. 레지스탕스와 있을 땐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수하와 있을 땐 아주 잘 어울렸지만..;;)
결국.. 목소리가 전체적으로 조화롭지 못하고..
마치 TV연기자와 성우들이 한 만화영화에서 연기할 때 느껴지는 어색함이
(아마겟돈에서 이병헌과 다른 성우들이 보여준 그런 것들..)
느껴졌다고 한다면.. 내가 너무 까다로운 걸까?
만화영화, 특히 한국어로 더빙된 경우에는 목소리의 연기가 무척 중요함을 생각해볼 때..
(외국어인 경우엔 딱히 어색함을 찾기는 어렵다.)
글쎄.. 이 캐스팅이 과연 괜찮았나 하는 느낌이다. 성우들을 쓰면 너무 어린애만화 같은 느낌이어서 그런건가?
혹은 성우들의 오버연기가 맘에 들지 않아서 였을까?
하지만.. 목소리만의 연기를 따지면.. 그들을 따라갈 수 있는 사람은 대체 누구인가?
뭐.. 그래도 언젠가의 홍길동처럼 배우들을 성우로 쓰려고 돈을 쳐바른 것보단 훨 나았지만..
(마리 이야기는 보류다.. 그건 전체적으로 그랬기 때문에...;;)

가장 아쉬웠던 것은 역시 뭔가 아쉬움이 굉장히 많이 남은 시나리오였고,
그 다음에는 그닥 매력없는 주인공들이었으며
(정말.. 연기력과는 상관없이 생긴 걸로 주인공을 뽑은 것이란 말인가!!)
마지막으로는 성우들의 연기였다.

시나리오같은 경우에는 무척 중요한 것이긴 하지만...
뭐, 캐릭터들의 표정 연기라던 지, 배경과 CG와의 어색함도 그리 크진않았고, 움직임도 무척 좋았다.
화면에서 보여지는 화려함이나 박진감(긴장감은 떨어졌지만..;;)
CG를 잘 활용한 카메라 워크 등 충분히 좋게 봐줄 부분은 많았다.
뭐, 인물들이 많이 나오는 경우엔 다들 거의 움직임이 없는 것이 거슬리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상당히 높은 점수를 줄 수 있겠다.(물론 기술적인 측면에서만..)

내가 썩히 기대를 많이 한 것이 아니다.
일부러 흠집을 잡으려고 이렇게 쓰는 것도 아니다.
적어도 내가 보기엔 이 만화를 "굉장히 잘 만든" 만화로는 인정해도 "굉장히 재미있는" 만화로 인정하긴 어렵다.

첫술에 배부를 수 있으랴..-ㅂ-
이젠 나머지만 채우면 된다. 사실 지금까지 나온 국내 에니메이션 중에,
소위 극장판이라는 것 중에 마음에 드는 시나리오는 거의 없었으니까.
게다가 이런 대규모 SF는 처음이니까.. 절반 이상의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P.S : 이 만화가 실패할 경우 국내 에니메이션계의 타격은 무척 클 것이 두렵고.. 성공할 경우 이런 빈약한 스토리에 돈만 많이 쓰는 만화가 계속 나올까봐 걱정이고... 딜레마이다..-_-

P.S 2 : 이 영화에 대한 한 마디는.. What a wonderful days!!
-해석 1 : 이 얼마나 원더풀한 데이즈인가!!
-해석 2 : 무엇이 원더풀한 데이즈인가!!
의미는 알아서....-_-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