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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 천공의 성 라퓨타 [미야자키 하야오] 본문

감상과 비평/애니

애니 - 천공의 성 라퓨타 [미야자키 하야오]

☜피터팬☞ 2004. 5. 12.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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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작품이다.

내가 굳이 제작 연도를 밝히는 것은 여러가지 의도가 있지만..
일단 무엇보다, 오래된 작품임에도 현재 나온 작품들과 견주어도 특별히 나쁠 것이 없고,
(그만큼 작품 자체가 가지고 있는 완성도가 높다고 할까. 기술적인 부분이나 세련미는 조금 부족할 지도 모르지만..)
무엇보다 그 당시 작품이니 만큼 내가 좋아하는 셀 작업으로 이루어진 작품이라는 것이다.

이미 원령공주, 나우시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토토로 등으로 너무나도 친숙한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이다.
(사실 그 전부터 이 감독은 불법 루트를 통해서 우리에게 친숙해져 있었다.;;)
그리고 이 작품은 무겁지않으면서, 그의 세계관을 잘 반영하고 있고, 무엇보다 신나고 유쾌하다.
아마도 다른 극장판 만화영화보다 오히려 TV판이었던 코난과 더 가깝지않을까하는 생각을 한다.
(등장인물인 시타는 라나와, 파즈는 코난과 무척이나 흡사한 이미지이다. 게다가 모험극이 기본 토대를 이루고 있고, 각 등장인물들의 위치 역시 코난과의 연관성을 부정할 수 없게 만든다.)
메카닉 등에 관해서는 이미 미야자키만의 독특한 메카닉관이 있으니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되겠지.

나는 이 만화영화를 보면서 시종일관 코난과 이상한 바다의 나디아, 그리고 에반게리온까지 닿는 그 어떤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초고대 문명이 가지고 있는 엄청난 과학력, 그리고 스스로의 힘에 의해 파멸된 천공의 성 라퓨타와, 그 힘과 어떤 연관이 있는 소녀 시타. 자신의 꿈에 대한 불굴의 의지와 행동력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지키고 싶은 사람에 대해 한없는 힘을 보여주는 소년 파즈. 비록 공적(해적말고 공적..)이긴 하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고(이것은 그들이 사람들에게 사용하는 무기가 살상용이 아니라는 것을 보면 안다) 역시 자신들이 좋아하는 일에 충분히 열정을 바치는 도라와 그의 아들(?)들. 초고대 문명에 의해 만들어진 약간은 그로데스크한 디자인에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로봇들과 그 힘을 가지려는 어리석은 인간들...
다양한 개성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하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얽히고 섥히면서, 그리고 각자의 목표를 향해서(도달하는 지점은 사실 비슷했지만.) 이야기는 시끌벅적하게 진행되고, 결국은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자연과 함께 하는 소박하고 평범한 삶이라는 것을 은연중에 이야기하며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만화영화를 통해서 이야기하는 내용들은 사실 거의 비슷비슷하다.

그는 자연을 사랑하기를 호소하고 있고, 물질문명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띄운다.
(이 만화의 엔딩부분에서 라퓨타의 해체와 거대한 나무만 남는 것은 참으로 재미있는 상징이다)
그에게 있어 기존의 선악의 가치는 별 의미가 없어보인다.
악당들이 등장하지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하지만 그의 작품 속의 악인들은 언제나 권력의 상징들이다.
그 외의 인물들은 -이 작품 속 도라와 같은 공적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강도나 해적과 같은 식의 인물들이 아니다.
그는 항상 물질문명에 대한 절대적인 추종내지는 권력에 복종하거나 권력을 맹목적으로 추구하는 행위에 대하여 경고하고,
(이것은 그의 2차 세계 대전과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어릴적 경험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그를 다룬 수많은 책에서 언급하고 있다.)
자신의 꿈에 대한 굽히지 않는 의지와 순수한 마음에 대해 상당한 기대를 하며, 그것을 이룰 수 있는 대상 혹은 가장 잘 투영할 수 있는 대상이 바로 어린이들(혹은 청소년들)임을 강조한다.
그리고 그는 모든 작품을 통해 인간의 행복이 특별할 것이 없음을 이야기한다.
함께 하는 삶. 사랑하는 누군가와 함께 하면서 복잡하거나 거창할 것 없이 소박하고, 자신의 일에 충실한 삶이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것임을 강조한다.
-이 만화 속에서 파즈는 시타와 함께 농장에서 살아가자고 말을 한다. 자신이 있던 광산으로 가자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도라와 그의 아들들 역시 자신의 임무에 충실(?)한다.-

혹시 여기까지 읽고 난 후에 "뭐야, 너무 진부한 이야기잖아!"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당신 아직 이 사람의 작품을 제대로 보지않았거나, 문제 의식이 부족한 사람임에 분명하군.
근대 이후에 우리가 자각하기 시작한 수많은 문제들, 물질 문명에 대한 반성이나, 환경문제들이 지금 어떤 식으로 처리되고 있는 지.
거기에 대한 우리의 의식이나 반성이 (직접적으로 당신) 제대로 이뤄지고는 있는 지...
그리고 또 하나. 비슷하거나 같은 주제라고 하더라도, 그 접근방식이나 수많은 사람에 대한 호소력은,
그 작품이 어떤 식의 방법을 취하고 있느냐에 따라서 무척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미야자키의 작품을 보면 알 수 있다.

뭐... 이러니 저러니 해도,
무엇보다 이 사람 작품은 재미가 있다. 너무 어렵거나 딱딱하거나 한없이 무겁지도 않고,
동화적이면서도 희망적으로, 그리고 가벼우면서도 가슴 따뜻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감독.
더불어 이 천공의 성 라퓨타는 내 어릴적의 환상-하늘에 대한 동경과 초고대문명에 대한-에 대한 그림자를 밟을 수 있게 해준다.
원령공주나 센과 치히로보다 나는 오히려 마녀의 우편배달이나 천공의 성 라퓨타의 감성이 더 잘 맞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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