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 Pan in NeverLand

연작 - 묘지의 키타로 1-11 [치오카 키미토시, 토에이/후지TV] 본문

감상과 비평/애니

연작 - 묘지의 키타로 1-11 [치오카 키미토시, 토에이/후지TV]

☜피터팬☞ 2013. 5. 20. 03:54
반응형

 

 

 유령족은 과거부터 이 세상에 살고 있었지만, 인간이 번창하기 시작하면서 점점 그 수가 줄어든다.

 결국 유령족은 키타로의 부모님을 제외하고는 모두 사라지고,

 키타로의 부모님조차 병으로 인해 키타로를 임신한 상태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하지만 키타로는 죽은 엄마의 무덤을 뚫고 태어나고, 태어나자마자 사고로 한쪽 눈을 잃는다.

 그렇게 세상에 홀로 남은 유령족의 마지막 생존자 키타로.

 어린 키타로가 걱정된 아빠는 키타로를 돕기 위해 눈알로 살아나고

 키타로는 들쥐사내, 네코 양 등을 만나며 키타로의 험난한 인간 세상 살아가기가 시작된다.

 

 결국 봤다.

 한쪽 눈을 가린 덥수룩한 머리카락과 눈알, 줄무늬 조끼와 나막신, 작달막한 키.

 어린 시절, 기원은 알 수 없었지만 괴담과 관련된 책이나 게임 등에서 자주 등장한 모습의 캐릭터.

 그 캐릭터가 등장하는 연작 애니메이션을 근래에 보게 되었다.

 애니를 보고 난 후에 자료 조사를 좀 해보니, '게게게의 키타로'라는 다른 스타일의 애니가 존재하고 있었다.

 '게게게의 키타로'가 소년층을 대상으로 한 모험 활극 스타일인데 비해 이 만화는 성인층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확실히 등장인물들의 성격이나 에피소드들을 봐도 어린이층에게 적합한 애니는 아닌 듯 하다.

 대부분의 에피소드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애니가 가질 법한 권선징악의 구도나 도덕성과는 거리가 있는데,

 괴담이나 민담에 가까운 '묘지의 키타로'가 원작에 더 가까운 스타일이라고 한다.

 

죽은 후에 아들이 걱정되어 눈알로 부활한 아빠. 그런데 부활할 수 있으면 죽은게 무슨 의미..;;

 

 동명의 원작을 만든 미즈키 시게루는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였다가 한쪽 팔을 잃고 만화가가 된다.

 (한쪽 눈을 잃은 키타로와 묘하게 겹치는 부분이다.)

 '묘지의 키타로'는 그런 작가가 전후 일본을 (한쪽 팔로) 살아가며 바라보던 시선을 담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런 작가의 시선에 비친 당시의 시대 속에서 지속적으로 강조되는 것은 바로 '돈'이다.

 아아.. 뭔가 강하게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ㅅ-

 

키타로의 첫사랑, 네코양. 괴담에 가까운 이야기지만 역시 돈과 관련된 이야기다.

 

 키타로는 비록 유령족이지만 인간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현실적이다...-_-;;)

 그래서 키타로는 빚쟁이가 되어 수신(水神)을 상대로 돈을 빚독촉을 하다 노여움을 사서 도쿄에 수해를 입히기도 하고,

 들쥐사내는 키타로의 돈을 빼앗거나 심지어 사람까지도 죽게 만든다.

 극중 등장인물들도 돈이나 명예 등 세속적인 가치를 맹목적으로 쫓는 등,

 '묘지의 키타로'는 경제벌레라고 불리면서 경제를 급속도로 성장시키던 전후 일본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명문(?) 요괴대학 박사 출신인 들쥐사내. 하지만 세상이 인정하지 않는 학문으로 돈을 벌기는 쉽지 않다.

 

 거기에는 인정이나 자비같은 것은 끼어들 여지가 없다.

 오로지 돈, 돈, 돈.

 돈을 벌기 위해 일어나는 일 때문에 피해를 받는 사람들이 등장하지만, 그건 그들의 사정일 뿐이다.

 그나마 키타로가 어느 집에 묻힌 귀신의 친구가 되어주기 위해

 불법으로 주택을 점거한 에피소드는 살짝이나마 훈훈할 수도 있었지만,

 집주인의 관점에서 바라본 그 에피소드 역시 돈에 눈 먼 사람들의 잔인함을 보여줄 뿐이었다.

 

 거의 모든 에피소드에서 돈이 등장하고 그 돈과 관련되어서 유쾌한 내용은 하나도 없어서 기분이 찜찜할 정도였다.

 하지만, 가난하고 어린 키타로나 명문대(?) 박사지만 지저분하고 세상 사람들이 관심없는 학문을 연구한 쥐사내가

 이런 빡빡한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해 보여주는 비열함과 이기적인 모습은 이런 돈에 미친 세상에 대한 풍자일 것이다.

 살짝 씁쓸해지는 것은 이 애니의 등장인물들이 보여준 모습은 시대가 달라진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것.

 전후 일본이 경제 성장을 외치며 보여주던 돈에 대한 욕망은 현재에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는 듯 하다.

 

 그렇게 돈에 집착하며 아웅다웅하는 팍팍한 현실 속에서 우리는 어떤 위안이나 탈출구를 찾을 수 있을까.

 11편의 조금 짧은 듯한 이 연작은 마지막에 가서 살짝 그 해답을 보여준다.

 

지옥은.. 어쩌면 생각만큼 그렇게 나쁜 곳은 아닐지도 모른다.

 

 호기심에, 돈 때문에, 명예 때문에 지옥을 방문한 세 사람은 각각 이유는 다르지만

 지옥에 가서야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무언가를 느끼게 된다.

 세 사람이 권력을 위해 비겁한 짓을 하고, 돈을 벌기 위해 아둥바둥 살아가고, 명예를 추구하려고 애를 쓰던 일들이

 지옥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이승에서나 저승에서나 욕망에 얽매이지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하는 키타로 아버지의 대사는

 온갖 욕망에 사로잡혀 점점 인간적인 모습을 잃어가던 전후 일본에 (그리고 우리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었을 것이다. 

 

키타로 때문에 인생이 꼬여버린 미즈키상. 원작에서는 어떤지 모르지만 이 애니에서 가장 불쌍한 캐릭터..ㅠㅜ

 

 전쟁 패배의 상처를 딛고 경제적으로 빠르게 성장하던 일본의 어두운 이면을 잡아낸 애니의 내용과는 별개로,

 나는 이 애니의 초반을 볼 때 어쩐지 우리 나라의 '아기공룡 둘리'가 오버랩이 되었다.

 애니의 초반에 고아가 된 키타로를 불쌍히 여겨 거둬들였지만,

 키타로와 엮였다는 이유로 직장을 잃고, 어머니는 미치고, 결국에는 수신의 화를 온 몸으로 받은 초반의 미즈키.

 어쩐지 둘리와 친구들을 먹여살리지만 매번 골탕만 먹는 고길동이 처한 상황과 너무나 비슷하지 않은가??

 물론, '아기공룡 둘리'의 에피소드는 이 만화에 비해서 훨씬 보편적이고 좀 더 교훈적이지만..;;

 어쨌든 나는 이 미즈키라는 캐릭터가 너무 안타까워서 키타로라는 캐릭터에게 그다지 정을 줄 수 없었다...-_-;

 예전에 '아기공룡 둘리'에서 둘리가 아니라 고길동에게 감정이입이 되면 나이를 먹었다는 증거라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

 아무래도 나는 유령족 아이인 키타로보다는 초반부터 등장하여 이유없이(?) 불행해진 미즈키에 감정이입을 한 듯하다.

 

역시 평범한 주인공이라고 볼 수 없는 비열한 웃음을 짓는 키타로. 성인용이라고 할만하다.ㅋ

 

 어쨌든, 이 애니는 막 감상을 끝냈을 때보다 리뷰를 쓰기 위해 생각을 다듬으면서 참으로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내가 내용을 한번에 제대로 잡아내지 못하기 때문이지만, 이렇게 이야기를 정리하다보면 다시 보고 싶은 작품이 있다.

 시대적 배경은 많이 다르지만 등장인물들의 행동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이 '묘지의 키타로'가 바로 그런 작품이다.

 

 모든 것이 돈으로 환산되는 각박한 현실에서 외치는 외눈박이 주인공과 외팔이 작가의 목소리.

 우리는 그 목소리를 현실 적응에 어려워하는 루저들의 투정으로 치부할 수 있을까.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