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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작 - 쿄코쿠 나츠히코 항간에 떠도는 100가지 이야기 [토노카츠 히데키] 본문

감상과 비평/애니

연작 - 쿄코쿠 나츠히코 항간에 떠도는 100가지 이야기 [토노카츠 히데키]

☜피터팬☞ 2006. 12. 31.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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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스러울 것은 없지만,
난 무서운 이야기뿐만 아니라 각종 전설과 신화 등에도 관심이 많다.
그래서 때때로 동화책을 보기도 한다. 고전들 중에서 말이지.
아무래도 난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것들에 상당히 끌리는 모양이다.

영화, 다큐, 소설, 만화 등에서 이런 장르의 것들을 찾아보다가
문득 애니메이션에서도 이런 장르가 있지않을까하는 생각에 무작정 찾아보다 발견한
"쿄코쿠 나츠히코 항간에 떠도는 100가지 이야기"
일본에서 전해내려오는 괴담을 중심으로 여러가지 에피소드가 들어있는 애니이다.
총 13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목처럼 100가지 이야기가 아닌 것이 좀 아쉽다.^^;;

주인공인 모모스케는 괴담을 쓰려고 하는 글쟁이로,
우연한 기회에 부적팔이 퇴마사인 마타이치와 인형술사인 오긴,
변장술을 잘쓰는 배우(?) 나가미미를 만나게 되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괴이한 소문이 도는 곳에는 꼭 그 세 사람이 있고, 우연인 듯 필연처럼 모모스케는 그들과 엮여나간다.

결코 일반적이지 않은, 멀미가 날 듯이 한껏 일그러진 배경 그림들은, 동양의 전통 그림처럼 수묵화의 느낌이 나도록 그려졌다.
연출 또한 과도한 앵글과 과장된 구도를 통해서 기이한 분위기를 연출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보통 TV 애니메이션은 1편에 많은 공을 들이는데, 이 애니 역시 다를 바 없다.
1편은 보는 사람이 현기증이 날 정도로 일그러지고 왜곡되는 배경을 통한 연출로 괴이한 느낌을 강하게 어필하였다.
더군다나 잡신이 많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일본이니, 괴담 또한 내용 자체만으로 묘한 느낌을 자아낸다.

그러나 그 괴담의 중심에는 결코 귀신이나 요괴가 들어있지는 않다.
그 곳에서는 철저하게 인간의 어두운 면이 들어있을 뿐이다.
모든 에피소드에는 인간의 비뚤어진 욕망, 질투, 탐욕이 들어있다.
일그러진 욕심에 지배당한 인간은 더 이상 인간이 아닌 요괴 그 자체나 다름이 없었다.
결국 괴담이라는 것 자체가 정말 존재하는 초자연적이고 비현실적인 것들이 아니라,
인간의 어두운 마음이 저지른 일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라는 것이 이 애니가 취하고 있는 입장이었다.

퇴마사 삼인방은 그러한 인간의 어두운 면을 잠재우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어찌보면 법이라는 테두리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이
일상에서 만나는, 결코 법으로만 해결하고 싶지 않은 문제들을 해결해주는 해결사라고도 볼 수 있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모모스케가 '당신들은 결국 단순한 살인자가 아니냐'고 묻는 것은,
과연 그들이 사회가 인정하고 보장하는 적법한 처우를 무시하고
자신들의 임의로 정의를 실행할 수 있는가에 대한 감독의 의심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지독한 악행에 대해서 법으로만 처리하는 것이 불만이 있는 사람이 보통인 것처럼,
이 애니에서 그들이 행하는 살인(?)은 시청자들을 그리 불편하게만 만드는 것 같지는 않다.
더군다나 이 퇴마사들의 그러한 행동을 묵인해줄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를 마타이치의 입을 통해 말하자면,
"우리는 사는 세계가 틀립니다..."
따라서 괜찮을 지도...'-'a
(요건 사실 위험한 생각이기는 하다...-ㅂ-;;)

어쨌든, 매 편을 통해서 사람들의 어두운 마음을 없애고자 노력하던 퇴마사들의 기행은 13화로 막을 내린다.
인간의 어두움은 너무나 깊기 때문에 하나씩 처리할 수는 없고, 차라리 모든 것을 무(無)로 돌리려던 고용인에 대항하여,
인간의 어두움을 인정하고 그것을 다스리는 (대중 애니로써는 당연한) 결론을 퇴마사들은 택하게 된다.
물론, 애니의 전반적인 구성이나 에피소드마다 담고 있는 분위기를 가만 살펴보면 하고 싶은 이야기는 더 있을 법 하지만,
(이를테면, 이야기 속에서 마타이치나 나가미미의 숨겨진 이야기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또한, 모모스케 역시 자신의 삶에 대한 의지가 약한 것에 대해 고민하는데,
그런 것은 끝내 어떤 결론도 내리지않고 애니는 끝난다.)
TV 애니의 특성상 인기없는 작품과 스폰서가 변덕을 부리는 작품은 오래 갈 수가 없다.-_-
솔직히 이 정도의 퀄리티로 계속 버티려고 하는 것이 좀 무리였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워낙에 명작 TV 시리즈만 봐왔던 탓인지, 이 애니의 퀄리티는 중하 정도로만 평가되었거든.

괴이한 이야기들의 모음이라는 점에서 나의 흥미를 끌었던 이 작품은
어쨌든 일본의 전래 괴담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던져주었다.
더불어 그러한 괴이한 이야기의 배경에 깔려있는 작가만의 생각 역시도.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우리 나라의 경우에도 괴담이 꽤 있었는데,
유교적 전통을 고수했던 조선 시대와 구한말에 이르러서 대부분 사라져버렸다는 것.
덕분에 남아있는 것은 '장화 홍련'정도일까.
우리 나라의 괴담들도 이렇게 애니로 만들면 꽤 신선할텐데 말이지.

P.S : 이 만화는 시대적 배경이나 소재 등에서 일본색이 짙기 때문에 국내 지상파에서 보기는 힘들듯 하다.
뭐, 출판물로는 사쿠라 대전까지 나와있는 상태이니 책으로 나온다면 혹시 모르겠지만,
책에서는 애니의 연출을 절대 옮겨올 수가 없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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