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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무인 곽원갑 [우인태] 본문

감상과 비평/영화

영화 - 무인 곽원갑 [우인태]

☜피터팬☞ 2006. 5. 22.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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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나라 말기의 청주. 아버지의 패배를 본 어린 곽원갑은 최고의 무인이 되기로 결심한다.
그는 한 번도 패배하지 않은 무인으로 청주에 그 명성을 떨치게 된다.
그러나 그는 단지 강함만을 추구하는 무인이었을 뿐.
어느 날 사소한 오해로 인해 진사부를 죽이고, 그 보복으로 자신의 어머니와 어린 딸을 잃게 된다.
이 사건으로 큰 충격을 받은 그는 폐인이 되어 각지를 떠돌게 된다.

진정한 강함이란 단지 힘의 뛰어남, 혹은 기술의 우수성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적은 자기 자신이며, 자기 자신을 다스릴 수 있을 때에야 진정한 무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무술이란 자기 자신을 지키고 남을 지킬 수 있어야하는 것으며,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것은 인격의 완성이다.
...
무술과 관련된 영화나 만화에서 흔히 등장하는 주제 중에 하나이다.
그리고 이 영화는 이러한 주제에서 단 한걸음도 넘어서지 않는다.
강하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곽원갑이 영화 후반부에 보여주는 겸손함은 진정한 무인의 모습이다.
진정한 강함이란, 자신의 힘을 자신을 과시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의미를 위해 사용할 때에 나타난다는 고전적인 명제를 이 영화는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곽원갑은 이 명제를 실현하기 위해, 청주에서 가장 강한 무인으로 남기보다는,
청나라의 마지막 자존심, 아니 중국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며 중국인들의 자긍심을 세워준다.

이연걸이 무술 영화에서 이 영화를 마지막으로 은퇴했다.
무술 영화를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그 그림자 안에 있었던 사람으로써,
그의 은퇴작은 흥미로울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종종하는 말 중에 하나는,
"우리 세대는 이소룡의 그림자를 쫓고 성룡을 보아오면서 자랐다."이다.
그리고 그 성룡의 바로 뒤를 이어서 이연걸이 있었다.
그의 무술은 이소룡처럼 강력한 카리스마나, 성룡처럼 철저히 보여주기 위한 무술이 아니다.
그는 모범적인, 깔끔하고 담백한 말 그대로 교과서적인 무술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영화는 그의 무술 영화인생의 모든 것을 담아냈다고 한다.
아마도, 무인 곽원갑이 성장하는 모습은 이연걸의 그것과 다르지 않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무술 영화인으로써 무술이 가지고 있는 진정한 의미를 알리고 싶었는 지도 모르겠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영화의 전개가 후반부에 매끄럽지 못했다는 것.
전반부가 곽원갑이 진정한 무인이 되어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면,
후반부는 무인으로써 무언가를 깨달은 곽원갑이 어떤 삶을 사느냐에 포커스가 맞춰진다.
그 삶은 바로 중국인 대표로 각국의 무술 고수들을 격파하는 것.
물론 그가 무너져가는 청나라의 백성들에게 자존심과 자긍심을 세워줬다는 것은 인정을 하지만,
갑작스럽게 등장한 서양인들의 존재는 전반적인 흐름을 깨뜨려버렸다.
앞부분에서 약간의 복선이라도 있었더라면 좋았겠지만,
이 영화에서 서양인들의 등장은 말 그대로 '어느 날 갑자기'이다.

이 영화에 대해 중국인들의 자존심 세워주기용이라는 이야기가 들렸다.
분명 이 영화는 세계인들이 중국에 대해 가지고 있는 '신비한' 측면을 강조하기 위한 측면이 있다.
힘이 아무리 세고, 육체적으로 월등해도 중국인들의 무술은 그런 것을 뛰어넘는다는 것을 말이다.
그러나 그것이 어떻다는 것인가.
오리엔탈리즘에 대해선 별로 달가워하지않는 나이지만,
그렇다고 그걸 즐기는 사람들에게까지 강요할 수는 없지않은가.

뭐, 어쨌든 이 영화는 이연걸의 은퇴작으로는 잘 어울리는 듯 하다.
단순히 보여주는 무술을 떠나서 무술의 의미를 생각해볼 영화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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