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 Pan in NeverLand

영화 - 미트 페어런츠 3 [폴 웨이츠] 본문

감상과 비평/영화

영화 - 미트 페어런츠 3 [폴 웨이츠]

☜피터팬☞ 2011. 4. 17.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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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위 그레그를 별로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장인 잭.
 하지만 그도 세월의 힘을 이기지는 못하고
 번즈 집안을 이끌어갈 새로운 가장을 찾아야만 했다.
 그는 사위 그레그에게 번즈 집안을 이끌어달라고 하며
 '갓 파커'(그레그의 성은 파커)라는 이름까지 붙여준다.
 그래그는 장인 잭을 안심시키기 위해
 자신이 믿음직하고 능력있음을 보여주려 하는데...

 아주 오랜만에 극장을 찾아서 본 영화다.
 오래 굶었다가 갑자기 좋은 걸을 먹으면 탈이 나는 것처럼
 한동안 극장을 찾지 않았던 내게 어울리는 영화일 지도.
 가볍고 생각없이 웃을 수 있잖아.
 무엇보다 이런 영화에선 절대 해피 엔딩이고 말야.

 영화 등급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이 영화... 미국식 화장실 개그가 난무한다. 
 지저분하고 성적인 코드들이 계속해서 등장하는데
 이건 참 취향의 문제일 듯.
 흠... 나는 그런 장면들에서 박장대소하고 웃었는데,
 다른 관객들의 반응은 그렇게 화끈하진 않았던 듯.
 내가 사소한 것에 크게 반응한 것일 지는 모르겠지만,
 일종의 엄숙주의를 엿본 듯도 하다.
 그래서 오히려 오버해서 더 좋아했는 지도 모르겠다.ㅋ

 그렇다고 이 영화가 아무 주제없이 화장실 개그만 난무하는 그런 영화는 아니다.
 나름대로 영화에서 하고싶은 이야기는 분명히 있다.
 헐리우드 영화는 흥행이라는 측면 때문에라도 그냥 대충 만들기보다는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주려고 하거든.
 그것이 미국인들의 시선에 맞춰진 것은 분명하지만, 우리 나라 사람들의 정서와 완전히 동떨어져있는 것은 아니다.
 이 영화가 3편까지 이어지면서 그 안에 계속해서 흐르고 있는 주제는 하나다.

 "결혼과 가족"

 
결혼이라는 것은 한 가족과 다른 가족이 새롭게 가족을 이루는 사회 제도이다.
 이 사회 제도 속에서 구성원들은 자신의 위치에 따른 모습을 요구받는다.
 이러한 가족의 위치는 항상 고정적이지는 않고 세월의 흐름에 따라, 그리고 가족 구성원의 변화에 따라 변하게 된다.
 번즈 집안의 사위로 인정받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그레그의 시련은 단순히 가족구성원의 한명으로 인정받는 것을 넘어
 가족구성원들을 이끌어가야할 지주로서의 모습을 요구받는 것에서 시작한다.

 가장으로의 역할에 대한 요구는 우리 나라나 미국이나 그다지 많이 다르지 않는 것 같다.
 무엇보다 경제적인 능력이 가장으로서의 능력의 척도로 작용한다는 점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영화 속에서 그레그가 인정받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부분들을 살펴보자면,
 가족구성원들을 포용하는 능력이나 중립적이고 현명한 자세와 구성원들을 꼼꼼히 살피는 인정많은 모습이 아니라,
 어떤 일이든지 해결할 수 있는 슈퍼맨적인 능력과 교육과 같은 미래 투자에 걱정없는 경제적인 능력이다.

 영화 속에서는 가장의 역할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보다는,
 앞서 말한 기준에 맞추기 위해 무리하면서 스스로를 곤경에 처하게 만드는 그레그(밴 스틸러)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러한 고민은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이 땅의 아버지들과 곧 아버지가 될 사람들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좋은 직장과 높은 연봉이 결혼의 기본 조건이 되는 현실의 모습은 이미 우리에게
 "좋은 가장이란 무엇인가"라는 좋은 가장의 정의에 대한 고민보다는
 이미 좋은 가장의 기준을 암묵적으로 정해놓고 "좋은 가장이 되기 위해 어떤 것을 해야하는가"에 집중하게 만든다.
 뒤늦게, 과연 좋은 가장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빠져있는 것이 아쉽다는 생각은 들지만,
 영화는 최소한 그 후의 문제를 헐리우드 식의 유쾌함으로 풀어낸다.
 결국은 자신의 모습을 잃지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거지.
 어떤 위치에 있다고 무리해서 자신을 버리고 새로운 옷을 입으려고 하지는 말라는 메시지는
 아주 간명하고 단순하게, 어떻게 보면 너무 간단해서 무게감이 전혀 없이 전달되고 있다.
 하지만 가벼울 꺼면 끝까지 가벼워지는게 좋다.
 우리 나라 코메디 영화에서 종종 보여지는 신나게 웃게 하다가 막판에 눈물 빼려고 하는 시도, 이 영화는 조금도 없다.
 그리고 그게 헐리우드 코메디의 미덕이기도 하지.

 여하튼, 꽤나 화려한 캐스팅을 갖춘 미트 페어런츠 3는 가벼운 코메디 영화임에도
 웃음과 나름의 메시지 면을 모두 놓치지 않고 충실하게 전달하고 있다.
 희대의 명작이나 결코 놓치지 말아야할 대작까지는 아니더라도,
 기분전환용으로 이런 단순하고 가벼운 영화, 결코 나쁘지 않다.
 나처럼 오랜만에 극장을 찾은 사람들도 처음부터 부담되는 영화보다는 이런 영화가 무리없어 보이고.ㅋ

 마지막으로, 영화는 보수적인 시선 속에서 "좋은 가장"이라는 기준을 이미 정하고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다.
 그리고 이 영화의 내용을 단순히 웃고 넘기지 못하고, 나름대로 가족 구성원들의 갈등이라는 측면을 읽어낸 사람들에겐
 무엇보다 좋은 가장, 혹은 좋은 가족 구성원을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가족이라는 가치관에 대해 보수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지않다면 더더욱.
 혹, 보수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더라도... 경제적인 능력이 좋은 가장의 첫번째 조건은 아닐 테잖아.
 물론 무시할 수 없다는 것 또한 맞는 말이지만...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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