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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과 비평/영화

영화 - 블레이드 런너 [리들리 스콧]

☜피터팬☞ 2004. 9. 27.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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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에 만들어진 작품이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퀄리티를 자랑하는 영화.
젊은 날의 헤리슨 포드의 인간적인 영웅을 볼 수 있는 영화.
사이버 펑크의 바이블이자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영화.

이래저래 화려한 수식어가 붙는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이 영화를 통해서 느껴지게 되는 가장 커다란 메시지는 아무래도 "인간"인 것 같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을 정의하는 명제란 무엇인가?

영화는 인간과 복제인간인 리플리컨트를 대비하면서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에 접근한다.
영화 속에서 리플리컨트들과 인간을 구분하는 가장 커다란 요소는 "기억"이다.
수십년을 살면서 섬세하고 풍부한 기억을 가지고 있는 인간들과 상대적으로 짧고 단편적인 기억만을 가진 리플리컨트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고차원적이거나 형이상학적이고 관념적인 사고를 하기는 힘들었다.
그러나 기억에 의한 사고에 의해서 인간과 리플리컨트를 구분하는 기준은 "인간보다 더 인간답게"를 모토로 하는 타이렐 회사의 신제품에 의해서 도전받는다.
만약 리플리컨트들에게 인간의 "기억"을 심어준다면? 그렇다면 더 이상 인간과 리플리컨트들의 기준은 무엇이 될 것인가?
그들은 외견상 우리와 아무런 차이가 없고, 이성이 있고, 감정이 있고, 이제는 기억까지 갖추고 있다.
이제 다시 묻는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점점 인간의 기준에 대한 곤란한 도전을 받게 된다.
현대의 기술로도 이미 복제 인간을 만들어낼 수 있으며, 시험관 아기를 통해서도 인간을 만들어낼 수 있다.
어머니의 몸을 빌어서 태어나야만이 인간이라는 기준은 쉽게 도전받을 수 있고,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말했듯이, 시험관을 통해서 태어나도, 인간은 인간이기 때문이다.
개인의 다양성과 개성은 복제인간이라 하더라도 그 자라온 환경과 가치의 차이에 따라서 보장될 수 있다.
지금껏 우리가 인간이라고 믿어왔던 기준들이 점점 모호해지고 불분명해지고 있음이다.

인간이라는 기준과 관련해서, 우리는 또 하나의 질문에 도달하게 된다.
"우리는 그들을 어떻게 대해야하는가?"

영화 속 리플리컨트들은 노예였다.
그들은 인간이 하기 힘든 일과 어려운 일들에 투입되고 있었으며, 보통의 인간이 꺼려하는 일들을 맡아하고 있었다.
하지만, 무슨 권리로? 인간이 그들을 그렇게 내몰 수 있는 권리가 과연 있는가?
우리가 그들을 만들었기 때문에?
창조자의 피조물에 대한 권리는 그런 것인가? 하지만, 진정한 창조자라면, 그것도 피조물에게 스스로의 의지를 심어준 창조자라면, 그 피조물이 스스로 자신의 길을 선택하게 해야하는 것 아닌가?
신이 우리에게 그렇게 했듯이 말이다.
그러나 리플리컨트들을 만든 이유가 인간 대신 힘들고 어렵고 괴로운 일을 시키기 위함이었는데..
이들이 인간이 아니라는 기준까지 모호해진 마당에, 대체 이들을 어찌 대해야한단 말인가?

결국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는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와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우리가 인간으로 규정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인간을 정확하게 규정하게 되었다면 이런 인간과 같아보이는 또다른 "존재"에 대해서
-그들이 비록 과학의 발전과 우리의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졌다고 하더라도.-
과연 어떤 태도를 취해야하는가?
이제 이런 질문에 대한 대답을, 정확한 대답을 내놓아야할 시기가 얼마 남지않았다.
현대의 과학은 이미 충분히 발전해, 영화 속 사태가 단지 영화 속에서만 그칠 정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의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낸 인간들이 자신들의 인생을 찾겠다고 할 때 과연 우리는 어떤 식으로 그들을 옭아맬 것인가?
이미 신에게서 신의 자리를 빼앗고 있는 우리가 말이다.

영화의 마지막에 룻거 하워는 데커드에게 말한다.
"나는 오리온 전투에 참가했고, 틴호이져의 석양을 봤어. 너희들이 상상도 못할 것을 나는 봐왔다. 이제 이 기억들도 곧 사라지겠지.. 빗 속의 내 눈물처럼.."
자신의 권리를 위해 싸우는 모습.. 자신만의 추억을 간직한 모습.. 사랑, 우정, 정의..
그의 모습은 가장 아름답고 인간적인 모습이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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