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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과 비평/영화

영화 - 설국열차 [봉준호]

☜피터팬☞ 2013. 9. 10.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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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얼음에 덮혀있는 미래.

인류는 그런 지구 위를 끝없이 달리는 열차에서 살고 있다.

열차의 가장 마지막 칸에는 빈민들의 거주지역.

인간답지 못한 취급을 받던 이들은

존 허트와 커티스의 지휘 아래 반란을 계획한다.

열차의 제일 앞에 있는 엔진칸을 점령한 후

열차의 모든 승객에게 평등을 주는 것.

하지만 열차의 칸막이는 그들의 능력만으로는 열 수 없기에

열차 설계자인 남궁민수를 끌어들여 앞으로 나아가기로 한다.

하지만 남궁민수는 뭔가 다른 꿍꿍이를 내비치고...



한참이나 지나버린 영화리뷰가 되었다.

개봉하고 얼마 안 되어서 영화를 보았지만,

영화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할 여유가 없었다.

게다가 영화를 보고 다른 리뷰들을 찾아보다가

이 영화에 대해 매우 잘 분석이 되어 있는 리뷰도 찾아서

굳이 내가 또 뭘 정리해야할까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

(그 매우 잘 분석된 리뷰는 아래 링크를 걸어놨다..^^)

하지만 영화에 관해서 계속 생각나는 것들을 정리하다보니

내가 하고싶은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 분명해져

늦은 리뷰지만 정리를 시도해보았다.

아래의 접은 부분은 영화에 대한 내 나름의 시선이 담겨있다.

(더불어 제대로 스포일도 들어있다..^^;;)

영화를 나중에라도 볼 계획이 있는 사람이라면,

접힌 부분은 영화를 보고 읽는 편이 낫겠다.



설국열차가 한참 화제가 되고 있을 때 JTBC 썰전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김구라는 이 영화에 대해 디스하면서,

영화가 자꾸 자기에게 뭔가를 주입하려고 했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 직후에 허지웅과 박지윤에게 구체적인 이유를 질문받고 제대로 된 대답은 못 했다고 했지만...^^;)

난 김구라가 그렇게 생각한 이유를 알 법도 하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영화는 하나의 영화를 두고 많은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영화다.

일례로 매트릭스를 들자면, 매트릭스는 철학적 상징이 가득한 영화로도 읽힐 수 있고 액션 영화로도 읽힐 수 있다.

어느 쪽에 초점을 두고 보느냐는 전적으로 관객의 몫이 되고 관점에 따라 다양한 즐길거리가 존재한다.

하지만 설국열차는 무언가 상징성이 강한 영화로는 읽힐지언정 액션 영화로만 두고 보기에는 좀 부족한 듯 하다.

그것은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상징성이 강해지는 바람에 영화 내적인 설정의 디테일이 점점 약해져버리기 때문이다.

끝까지 액션영화로도 읽힐 수 있으려면 윌포드에게 무게를 실어줘야했는데...

그가 보여준 사상과 언변은 끝판왕다웠지만 

그 이외(그가 있는 곳의 배경이라던가, 엔진의 디테일이라던가..)에는 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더불어 갑작스런 엔진 바로 뒷칸의 폭동과 허무하게 읽히기 쉬운 열린 결말은

시원시원하고 화려한 볼거리가 넘치던 초반부에 비해서 확실히 영화를 보는 관점을 좁게 만들어 버린다.

봉준호 감독의 지금까지 행보를 돌아봤을 때 나같은 관객의 입장에서 보면 이런 흐름이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덕분에 액션 영화적 측면을 기대하고 갔던 관객들은 마지막에 자신들의 관점이 묘하게 일그러졌음을 느끼게 되어버렸다.

아마 이 지점이 김구라가 말한 관객에게 뭔가를 주입하려고 했다는 주장의 설명이 될 것이다.

확실히 액션 영화로만 볼 수 있던 전반에 비해 후반은 액션 영화로만 보기 어려운 측면이 너무 많거든.

봉준호 감독의 전작인 "괴물"이나 "마더"가 별다른 상징없이 그냥 영화의 내용 자체로만 즐길 수 있었던 것에 비한다면,

이 영화는 후반이 가지고 있는 과한 상징성 때문에 쉽게 남들에게 권할 수는 없는.. 그런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이 영화는 봉준호 감독의 필모그라피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비록 이 영화의 결말이 애매하게 남겨진 열린 결말이지만, 그래도 감독 스스로 무언가 답을 내놨다는 점.

봉준호 감독의 전작인 "괴물"이나 "마더", 더 거슬러 올라가서 "살인의 추억"에 이르기까지

감독은 비틀어진 우리의 현실을 풍자하고 조소하면서 그것을 관조적으로 보여주기만 할 뿐,

그것에 대해 그 어떤 희망이나 자신이 생각하는 해답 비스무레한 것도 보여주지 않았다.

"괴물"의 강두는 자신의 딸 대신 다른 아이를 기르고 있을 뿐, 영화 내내 보여주던 부조리한 사회에 대해선 침묵한다.

심지어 그는 자신의 사건과 관련된 뉴스가 나오는데도, 밥먹는데 시끄럽다며 꺼버리는 인물이다.

감독은 이 영화 이전까지 부조리한 사회를 관객에게 제시하기만 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번 영화는 다르다. 

이번 영화의 결말은, 어쩌면 아주 작은 차이일 지는 몰라도, 분명히 이전의 영화와는 다른 결말을 보여준다.

물론, 내가 지금까지 이야기한 관점에서 보자면, 감독이 어떤 명확한 결말을 보여주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가 예언자나 선지자 혹은 사회운동가나 정치가도 아닌데 사회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할 수는 없잖은가.

하지만 무언가 답을 제시한 것과 제시하지 않은 차이는 분명하다는 것이 내 주장이다.


앞으로도 봉준호 감독이 이 세상의 부조리함에 대해 무언가 끊임없이 이야기할 것인지는 지켜봐야한다.

그리고 설국열차와 같이 그러한 세상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제시할 것인지 아닌지도 아직은 알 수 없다.

다만 봉준호 감독의 영화가 이전 영화처럼 그저 부조리한 현실을 되짚어주기만 하던, 

혹은 이 영화의 흐름을 이어서 무언가 그 부조리함에 대한 반항을 시도하던, 

각각의 방향에서 설국열차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에서 기억할만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다.



P.S : 설국열차의 상징에 대해 매우 잘 정리된 글을 링크한다.

        설국열차, 그 안에 담겨있는 상징과 의미들 - 대중문화평론가 박지종

        이렇게 디테일하고 꼼꼼하게 설국열차를 분석한 글은 이게 최고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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