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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셧터 [반종 피산다나쿤, 팍품 웡품] 본문

감상과 비평/영화

영화 - 셧터 [반종 피산다나쿤, 팍품 웡품]

☜피터팬☞ 2005. 7. 1.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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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름대로 괜찮게 봤던 The Eye란 영화가 태국 영화였었군.
난 이 영화가 내가 최초로 본 태국 영화인 줄 알았는데..ㅋㅋ
간단하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영화는 내게 무척 재미있는 영화였다.

턴과 제인은 친구들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한 여자를 차로 들이받게 된다.
그들은 결국 뺑소니를 하게 되고 그 후로 사진기사인 턴의 사진에는 이상한 것이 찍히기 시작한다.
그 후로 턴의 친구들은 하나하나 죽어가기 시작하고,
턴은 그것이 예전에 사귀던 여자친구 나트레와 관련이 있음을 알게 된다.

이른바 심령 사진. 유령과 관련된 현상에서 꽤나 자주 등장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심령 사진이다.
눈에 보이는 세계와 그렇지 않은 세계의 연결 도구로의 사진기는 무척 흥미로운 것이다.
이 영화는 사진에 왜 귀신이 찍히는 것에 대한 나름의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사실 스토리 자체가 치밀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스토리는 지극히 평범하고, 원한과 복수라는 가장 흔한 소재를 채택하고 있다.
또한 사진기라는 소재 역시 지금까지 우리의 일상 도구를 통해서 공포심을 유발하려 한 여타의 영화들에 비해서 그리 뛰어난 효과를 발휘하는 것도 아니다.
나는 이 영화가 링과 같은 엄청난 대작은 아니라는 것을 충분히 인정한다.
영화의 주제 역시 전설의 고향과 같다는 평을 면하기 힘들다.
그러나 이 영화는 재미있었다.
깜짝 놀래키는 것만이 공포 영화의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나지만,
나는 이 영화에서는 다른 영화보다 많이 놀랐고, 또한 소름까지 끼쳤었다.
(물론 영화는 누구와 함께 보느냐에 의해서 그 시너지 효과가 차이가 많이 남을 또다시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감독의 상상력에 나는 극찬을 보낸다.

감독은 너무도 대담하고 뻔뻔하게 관객들의 심장을 자극하려고 한다.
공포 영화에 길들여진 관객들에 대한 대비로 엇박자를 사용하던 영화들에 익숙해졌기 때문일까?
나는 오히려 이런 뻔뻔한 장면에서 더욱 놀라고 말았다.
감독은 귀신의 등장을 결코 늦추려고 하지 않으면 확실하고도 강렬하게 귀신을 등장시킨다.
(오히려 이런 당당한 등장 때문에 별로였다는 관객도 있었다.)
그러나 쉴새없이 몰아치지는 않으며 적당한 타이밍으로 쥐고펴고를 확실히 한다.

나는 영화를 보기 전에 기술적인 면에서 헐리웃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진 태국의 공포영화가
특수 효과를 남발하는 식의 부족함을 보이면 어쩌나하는 쓸데없는(?) 우려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역시 공포 영화는 저자본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는 양 감독은 뛰어난 상상력과 캐스팅으로 관객의 가슴을 놀래킨다.
무엇보다 괜찮았던 것 중 하나는 바로 귀신역을 맡은 배우 아치타 시카마나였다.
특별한 분장이나 효과없이 그녀의 등장은 감독의 적절한 판단과 어우러져 관객들의 공포심을 유발시켰다.
그리고 매 장면마다 빛을 발하는 감독의 상상력.
영화의 클라이막스에서 비오는 날 비상 사다리를 거꾸로 타고 내려오는 귀신의 모습은 엑소시스트의 계단 장면의 응용이었다.
또한 아무리 내려가도 4층인 계단은 동양적 정서와 잘 맞아떨어졌고,
그 계단에서 기다리고 있던 제인은 이블데드에 대한 오마쥬처럼 느껴졌다.
내게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제인이 연속으로 찍힌 사진을 넘기는 장면이었는데,
이 장면은 사진기라는 영화의 주소재를 가장 잘 이용한 최고의 장면이었다.
물론 사람 몸 위에 올라탄 귀신은 너무 뻔해서 오히려 흥미가 반감되기도 했지만..^^;;

영화는 진부한 스토리와 뻔한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잘도 이끌어간다.
링 이후로 거의 고정적이 되어버린 반전의 형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마무리 등도 영화의 가치를 떨어뜨리기는 마찬가지다.
영화의 내용적인 면에서는 새로운 시도 없이 과거의 것들을 답습하는 수준에서 머물러있지만,
감독은 관객의 공포심을 유발하는 타이밍과 재기발랄한 연출을 통해서 이러한 단점을 충분히 극복하고 있다.
인간의 공포심을 충분히 자극할 수 있는 장면장면과 연출 덕분에 나는 이 영화를 괜찮은 공포 영화로 꼽는데 주저함이 없다.
오히려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고 애쓰다가 아무런 효과도 거두지 못한 일련의 한국 공포 영화들에 비해서
차라리 다른 요소들을 버리고 이런 것에 치중한 감독의 선택은 옳았다고 말해주고 싶다.

P.S : 언젠가의 리뷰에서도 썼던 말인데... 역시 공포 영화에서 최고의 공포심을 유발하는 것은 관객의 방심이다.. 나는 이 영화에 대해 너무 무방비 상태로 영화를 봤다.. 덕분에 실제보다 더 좋은 영화로 보여졌는 지도 모르지..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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