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 Pan in NeverLand

영화 - 이벤트 호라이즌 [폴 앤더슨] 본문

감상과 비평/영화

영화 - 이벤트 호라이즌 [폴 앤더슨]

☜피터팬☞ 2006. 7. 30.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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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0년 해왕성 근처에서 이벤트 호라이즌호가 실종된다.
그리고 7년이 지난 후 어느날 갑자기 이벤트 호라이즌이 다시 나타나고,
루이스 앤 클락 호의 밀러 선장과 이벤트 호라이즌을 만든 위어 박사는
이벤트 호라이즌 호를 조사하기 위해 파견된다.

어두운 우주. 생존자가 한 명도 없는 우주선.
이런 SF영화를 접할 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이런 분위기는 마치 유령선을 떠오르게 만든다.
배경이 바다에서 우주로, 배가 우주선으로 바뀌었을 뿐,
여러가지 면에서 두 스타일은 닮은 구석이 많다.
그러나 SF를 배경으로 악령을 다룬 영화는 그리 많지 않다.

먼 과거에 수평선 저 편은 공포의 구역이었다.
지금은 과학의 발달로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바다 끝으로 가는 것이 두렵지않지만,
대신 우주의 저 끝은 아직 인간에게는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다.
(바다의 경우엔 이제 해저에 관심이 집중된다. 여긴 아직 많은 이야기가 숨어있다.)
우주의 저 끝에 과연 무엇이 있을까?

영화는 우주의 저 너머를 다녀온 이벤트 호라이즌을 공포의 대상으로 이용한다.
이벤트 호라이즌은 차원의 문을 이용해 우주의 저편에서 무엇인가를 보고 왔다.
그리고 그것은 인간이 결코 상상하지 못할 그런 것이었다.
어두운 우주선과 암흑 뿐이 우주의 음침한 분위기가 시종일관 이어지는 가운데
'매드니스'에서 세계의 종말을 보고 자포자기하던 위어 박사역의 샘 닐은
이제 종말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인물이 되버린 것 같다.
후에 '매트릭스'에서 '모피어스'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로렌스 피쉬번'은 이 영화에서도
캡틴 밀러라는 강렬한 카리스마를 지닌 역을 멋지게 소화해낸다.

이 영화가 비록 굉장한 영화로 기억되고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상당히 재미있는 공포 영화임에는 틀림이 없다.
98년도에 본 이 영화를 8년이나 지난 지금에 와서 봐도
나에게는 여전히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영화였기 때문이다.
영화는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수많은 공포들을 들추어내고 자극한다.
피하고싶은 과거의 기억과 아픈 상처, 미지의 것에 대한 두려움과 고통에 대한 공포.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지옥'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것은 특정 종교에서 이야기하는 천국과 지옥의 이분법적인 구분에서 나온 지옥이 아니다.
순수한 지옥. 고통과 상처, 아픔과 괴로움, 두려움, 공포가 있는 곳을 뜻하는 것이다.
두 눈을 제대로 뜨고 있을 수 없는 그런 장소로의 지옥.
위어 박사가 악의 화신이 될 수 있었던 것은, (혹은 악의 화신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두 눈을 스스로 파내었기 때문이 아닐까.

영화는 몇 가지 아쉬운 부분을 가지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매끄럽게 진행된다.
고어적인 연출이 난무하지는 않지만, 적절하고 임팩트가 강한 몇 장면이 존재하며,
동시에 악령과 환상에 의해 어떤 식으로 위협을 당할지 모른다는 공포심도 잘 살린다.
차원의 문으로 나온 기계는 마치 오컬트 영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디자인으로 그로테스크한 면을 드러낸다.

영화는 기존의 영화처럼 속편을 예고하는 듯한 마무리를 보여주지만,
아쉽게도 이 영화의 속편은 나오지 않았다.
어쩌면, 그것이 이 영화의 숨겨진 매니아들을 만들어낸 이유인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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