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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인구수 436 [미셀 맥스웰 맥라렌] 본문

감상과 비평/영화

영화 - 인구수 436 [미셀 맥스웰 맥라렌]

☜피터팬☞ 2007. 2. 25.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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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어느 한적한 시골 마을인 록웰 폴스.
이곳은 100년동안 인구수가 436명을 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마을이다.
미 통계청은 이것을 행정상의 착오라고 생각하고 스티브를 파견한다.
스티브는 마을에 도착하여 마을 사람들을 직접 만나보고 그간의 기록을 살펴보며
인구수가 436이 행정상의 착오가 아님을 알게되면서 마을의 수상한 기운을 느끼게 된다.
계속되는 악몽 속에서 그는 마을이 비정상적이라고 판단하게 되는데.

영화는 전체적으로 느린 템포 속에서 결코 관객을 놀래키지 않는다.
스릴러나 서스펜스에 더 가깝다고 느껴지는 이런 영화는 오히려 그게 미덕이다.
영화는 관객에게 쓰잘데기없는 긴장감이나 초조함을 만들어내지 않는다.
영화의 긴장감과 초조함은 이야기의 흐름 속에 골고루 퍼져 있으며
그것은 어느 한 부분에서 두드러지지 않고 균형을 갖춘다.
이런 식의 긴장감 배분은 너무 심할 정도여서 영화에서 가장 긴장감이 흐르던
스티브의 탈출 씬에서도 그다지 심하게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이다.
그리고 관객은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그런 긴장감과 초조함이 여전히 남아있음을 느끼게 된다.
무엇보다 이런 영화를 가장 빛나게 하는 것은 역시 관객의 방심.-_-

저예산 영화에 유명한 배우는 한 명도 출연하지 않고 국내에는 개봉조차 되지 않은데다가
감독의 이름조차 모르고 이야기의 제목과 도입부에서 느껴지는 뻔한 결말은
나에게 편안하고 안일한 자세로 이 영화를 감상하게 하는 모든 요소들이었다.
언젠가 보았던 Session 9에서도 배웠듯이... 방심하지 말자. 하지만 약간의 방심은 영화의 재미를 높여준다.
자, 지금부터는 스포일러가 담겨있으므로 원하지 않다면, 이 뒤는 안 읽는 편이 좋다.

이 영화의 결말은 초반부에 빤히 읽힌다.
영화의 설정과 이야기의 흐름은 이 영화의 결말이 어떠하리라는 것을 암시한다.
어찌보면 그것은 이런 식의 이야기에 길들여진 우리들이 흔히 추측할 수 있는 그런 범주이다.
인구수 436을 유지하기 위해 마을을 탈출하려는 사람들을 바보로 만들고,
새로운 사람이 유입되오면 기존의 마을 사람들 중 한 명을 제비뽑기로 죽이면서도
자신들은 신의 의도에 따라 행동하고 있고,
자신이 살던 곳으로 돌아가려는 스티브를 잡아놓고 고문하면서도 당신을 위한 일이라고 말하는
이런 광신자들 속에서 우리가 기대하는 단 하나의 결말은 무엇인가.
여기서 한 단계 더 뛰어넘은 결말을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지 모르겠지만,
나는 지극히 단순한 사람인 지라 평범하고도 해피한 결말을 생각했다.
물론 결말에 다가가기 전에 마냥 좋을 수 만은 없는 그런 설정을 깔아놓기는 했지만.
어쨌든 스티브는 탈출을 시도하고 나는 그 탈출의 순간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됐다.
그리고는 이제 뻔한 에필로그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 뻔한 에필로그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뒤에 보여지더군.

이 영화는 믿음에 대한 의심과 믿지않음에 대한 공포를 불러왔다.
믿음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분명한 것은 믿음이라는 것에는 합리적이지 않은 부분이 (그런 부분이 크건 작건) 있다는 것이다.
외부의 사람들은 혹은 믿지않는 사람들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그 무엇이 믿음에는 포함되어 있다.
믿음을 강요하는 것에 대해 우리는 거부감을 갖고 배척하지만,
만에 하나, 그 강요된 믿음이 진실이라면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 것인가.
물론 그 안에서도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위해 그 강요된 믿음을 거부할 사람은 존재하겠지만,
이 영화의 설정에서 무서운 점은, 강요된 믿음이 진실인 지 혹은 거짓인 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거기에는 그 어떤 숭고함이나 가치도 개입되어 있지않다.
그 죽음에는 단지 믿음의 진실성의 판단만이 들어있을 뿐이다.
또한 그 믿음을 거부하려는 또 다른 사람들에게 본보기도 되지 못한다.
단지 보여지는 것은 여전히 강요되는 믿음 뿐이며, 그 믿음에 대한 막연한 불만과 의심 뿐이다.
강요된 믿음이 두려워 마을에 남아있기를 선택한 어떤 사람은 잘 살고 있었다.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 문제가 있는 삶을 살고 있지는 않았다.
어떤 의미로, 인간은 매우 빨리 적응하지 않던가.

신이 노아에게 배를 만들고 그 배에서 지내라고 했을 때 그는 그 말을 그대로 따랐다.
그러나 우리는 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진 않는다.
단지 신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만을 들을 수 있을 뿐이다.
비가 온 후에 노아는 40일이 지나도록 결코 배의 문을 열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밖에 비가 오는 지 물이 찼는 지를 결코 볼 수 없을 뿐더러
언제든 문을 열 수 있는 자유도 있다.
이 때의 자유는 결국 악마의 유혹이며 파멸의 길이 된다.
그러나 과연 그런 결과를 무엇을 근거로 판단할 수 있단 말인가.

영화가 끝난 후에
나는 지하철에서 "예수 천당, 불신 지옥"을 외치는 사람들의 협박이
얼마나 무서운 지 그리고 얼마나 절박한 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그렇다고 내가 그것을 믿을 생각이 있는 건 아니다.
왜냐하면, 내가 살고 있는 록웰 폴스에는 인구수 436외에도 다른 인구수를 주장하는 사람이 너무 많거든.
어떤 인구수를 받아들여야하는 지를 판단하는 문제 역시 어렵고.
결국 우리 모두는 마을을 빠져나가기 위해 도망치는 스티브와 다를 바가 없을 지도 모른다.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영화의 에필로그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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