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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해프닝 [M. 나이트 샤밀란] 본문

감상과 비평/영화

영화 - 해프닝 [M. 나이트 샤밀란]

☜피터팬☞ 2008. 6. 30.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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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사람들이 자살하기 시작한다.
미 동부의 센트럴 파크에서 시작된 이 기현상은
점점 주변으로 퍼져가기 시작하고
미 정부는 테러의 가능성을 점치며 시민들은 대피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자살하는 사람들은 계속 늘어만 가고...

'happening'은 '(우연히 일어난)일, 사건'이라고
DAUM 사전에 나와있다..-ㅂ-
제목 한 번 잘 지었다. 영화 속 사건은 말 그대로 해프닝이다.

사람들은 왜 갑자기 자살하기 시작하는가...??
정부는 최초 테러라고 발표하지만 곧 식물에 의한 것일 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노 부부는 식물들은 화학물질을 뿜어내어 대화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주인공 엘리어트는 식물들이 인간을 공격대상으로 삼고 모여있으면 위험하다는 생각을 한다.
사람들은 밀집해있는 도시에서 떠나 사람이 없는 작은 마을로 뿔뿔이 흩어진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가정일 뿐이다.
영화는 사람들이 왜 자살하기 시작하는 지에 대해 뚜렷한 이유를 말해주지 않는다.
물론 식물이 인간을 자살로 몰고간다는 가정이 가장 타당성이 있다.
주인공의 가설이나 영화 속 과학자의 가설도 식물이 그런 일을 일으켰다고 하고
최초의 사건 발생이 공원이고 영화의 마무리를 보아도 거의 확실한 가정인 것 같다.
하지만 영화는 이런 분명한 가정만을 내놓을 뿐 명확하게 가정을 사실화해주진 않는다.

영화의 가정은 등장인물들을 미칠 듯한 상황 속으로 몰아넣는다.
원인은 알 수 없지만 분명히 사람들은 죽어간다.
인간이 모여있으면 위험한 것 같아서 도시에 있던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져서 시골로 도망가지만...
생각해보라, 식물이 인간을 공격한다고 한다면 도시보다 식물이 많은 시골이 과연 안전한가?
호흡이라고 하는 것은 생물의 가장 기본적인 활동이기 때문에 인간은 이 위협에서 결코 안전하지 못하다.
도무지 이 악몽과 같은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보이지않는다.

인간은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오는 공포. 거대한 상황 앞에 선 무력한 개체의 두려움...
그런데... 이 영화, 대체 왜 안 무서운 거냐.....
나에게 이 영화는 호러 영화라기보다 재난 영화라는 인상이 더 강하게 느껴졌다.
초자연적인 부분이 부족했기 때문일까?
미스트처럼 그로테스크한 그 무엇이 없었기 때문일까?
아니, 좀 더 근원적으로 호러 영화와 재난 영화의 차이는 무엇일까?

일반적인 호러 영화는 초자연적인 대상을 통해서 상황적인 공포를 유발한다.
유령이나 괴물과 같은 가시적(?)이고 분명한(?) 대상이 존재하고
주인공은 그러한 존재를 물리치는 혹은 상황을 해결하거나 벗어나는 핵심 역할을 한다.
재난 영화에서 인간을 공포로 밀어넣는 존재는 호러보다 좀 더 포괄적인 존재이다.
화재, 해일, 폭풍, 급격한 기온 저하 등등.
어쩌면 공포를 주는 대상의 문제 때문에 이 영화가 호러같이 안 느껴지는 지도 모르겠다.
자연적인 존재와 초자연적인 존재의 차이랄까.
그래서 이토 준지의 '소용돌이'는 호러로 분류하고 이 영화는 재난 영화로 분류하게 되는 지도.

영화의 장르야 무엇이건 간에, 어쨌든 이 영화를 보는 내내 그다지 무서운 기분은 들지않았다.
나는 샤밀란 감독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스타일에 그다지 호감이 가지 않기 때문이다.
문학으로 따지자면 서사의 문제라고도 할 수 있겠지.
그의 영화를 보면서 그다지 긴박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은 단순히 취향의 문제인 지도 모른다.
(샤밀란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나는 그닥 동의하지 않지만.)
그러나 분위기를 극도로 고조시켜 사람들을 긴장감 속에서 숨막하게 만들지도 않고,
겨우겨우 끌어올린 분위기를 그렇게 허탈하게 풀어버리는 것은 도통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의 영화에서 그가 하고자하는 이야기나 강조하고자 하는 것에 내가 별 흥미를 느끼지않기 때문인 지,
혹은 그의 영화를 풀어내는 스타일이 나에게 별다른 인상을 주지 못했는 지는 모르겠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나는 대체 왜 이런 이야기를 이렇게 풀어내야했는 지 의구심이 가시질 않았다.
차라리 영화를 오롯이 끝없이 도망쳐야만 하는 상황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좋았을 것을..ㅋ


P.S :  며칠 전 꿈 속에서 해프닝과 똑같은 상황에 처해봤다.
          진짜 무섭더라..-ㅂ-;
          공포 영화 속 상황 설정은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자신이 직접 처하면 무섭다.. 이건 확실해..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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