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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Earth VS. the Spider(거미) [스콧 지엘] 본문

감상과 비평/영화

영화 - Earth VS. the Spider(거미) [스콧 지엘]

☜피터팬☞ 2008. 3. 13.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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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화학 연구소의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는 쿠엔틴.
그는 자기 옆집에 사는 간호사 스테파니를 좋아하고
거미를 닮은 슈퍼 히어로인 Arachnid라는
코믹 주인공을 동경하는 착하고 평범한 청년이다.
하지만 쿠엔틴이 근무하는 연구소에 괴한들이 침입하고
그 괴한들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그의 절친한 동료 닉이 살해당하고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무력감에 빠지게 된다.
그는 충동적인 기분에 연구소에서 연구 중이던
거미 체액을 자신의 팔에 주사하고
얼마 후 자신에게 엄청난 능력이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후로는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으니 원치않으면 읽지않는 편이 좋을 지도..^^;

슈퍼 히어로는 슈퍼맨처럼 처음부터 외계인이던가,
배트맨처럼 뚜렷한 의지와 재력으로 되는 경우보다는
스파이더맨이나 헐크, 혹은 (기억하시는 분이 있을 지 모르지만^^;) 앤드류처럼
어처구니없는 사고나 우연한 사건들로 인해 탄생하는 경우가 더 많다.
평범한 사람이 초능력을 갖기 위해서는 단순한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기 때문일까?
아니면 단순히 그러한 우연이 더 드라마틱하기 때문일까?
어쨌든 슈퍼 히어로가 된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에 책임감을 가지고
이 사회에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일반적인 스토리다.

그런데, 여기서 몇가지 의문이 있다.
원래부터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던 슈퍼맨이나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배트맨을 제외하고
우연한 기회에 힘을 얻는 초능력자들은 아무 부작용없이 어떻게 그 힘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
초능력에 걸맞는 엄청난 능력이나 악의를 가진 또다른 집단 혹은 개인이 없는 상태에서
사회 정의라는 것이 과연 한 사람의 개인이 판단할 수 있을 정도로 단순명쾌한 것일까?

어쩌면 이 영화는 기존의 슈퍼 히어로물이 가지고 있는 이런 의문을 비틀어진 시선으로 바라본 것일 지도 모른다.
정의롭고 착하고 순한 평범한 한 청년이 실험중이던 어떤 액체를 통해 초능력을 갖게 되고,
그 힘을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여인을 위험에서 구해주며 사랑이 싹트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힘을 정의로운 일에 사용하려고 마음먹고 그 힘을 사용하는 법을 알려고
이런저런 일들을 해보는 것은 일반적인 슈퍼 히어로물의 첫 번째 이야기와 별다를 것이 없어보인다.

그러나 자신의 능력 때문에 불면증이 생기고,
평범한 음식들은 먹을 수가 없게 되고 그로 인해 자신의 애견까지 키울 수 없으며
주사한 약물의 부작용으로 거미가 되어가는 그의 모습 때문에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을 제대로 만나지도 못하게 되는 상황은
슈퍼 히어로들의 무난한 다음 단계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사소한 오해로 무고한 사람들을 해치고, 변해버린 자신의 신체를 유지하기 위해서
살아있는 사람을 사냥해야 하는 그의 운명은 초능력이 생기는 것이 우리가 꿈꾸는 것처럼
영웅다운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는 필요조건인가 하는 의문을 품게 하기에 충분한다.
그러고보면 슈퍼 히어로물 코믹이나 영화에 등장하는 다른 영웅들은 너무나 행복한 것이다.
먹고 사는 문제로 고민하던 스파이더맨조차도.ㅋ
영웅으로 살아갈 수 없는 초능력자에게 주어진 최후의 운명은 죽음이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킹콩을 떠올리게 했는데,
어쨌든 덕분에 그는 마지막까지 자신이 좋아하던 여인의 영웅으로 남을 수는 있게 되었다.

어떠한 사건에 대해 바라보는 시선은 다양할 수 있다.
비단 이 영화 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꿈꾸던 어떤 능력이 사실은 축복이 아니라 재앙일 수도 있다는 것은
여러가지 영화나 소설, 만화 등을 통해서 우리에게 알려져왔다.
얼마 전에 본 '시간을 달리는 소녀'도 그렇고, 시선은 다르지만 '스파이더맨 2'도 비슷하다.
모든 것은 양면이 있으며 어느 쪽에 비중을 두는가에 따라서 이야기의 흐름과 무게도 변화한다.
영웅을 꿈꾸던 평범한 한 남자의 비극적 이야기인 영화 '거미'는 누군가의 말처럼 스파이더맨의 또 다른 결말일 지도 모른다.

P.S : 포스터를 찾다가 알게 된 것인데 이 영화는 58년도에 나온 동명의 영화의 리메이크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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