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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여의도-일산 으로의 자전거 여행

☜피터팬☞ 2003. 7. 30.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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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의 계획은 7월 25일에 출발할 생각이었다. 그래서 26일까지..
인천을 찍고 다시 돌아오는 조촐한 계획을 가지고 나와 인표는 미리 부풀어있었다.

하지만.. 24일밤.. 미친듯이 내리는 비를 보며, 우리는 엠에센에서 만나 계획을 28일로 미루기로 했다.
-_-; 젠장맞을..
하지만 25일 당일엔.. 무척이나 쨍쨍한 날씨였다..;;
비가 올 생각은 전혀 없어보였고, 그런 날씨는 26일 저녁까지 이어졌다.
26일저녁부터 차차 흐려진 하늘은 결국 28일까지 이어졌다.

출발 당일 28일...
아침부터 하늘은 잔뜩 찌푸려있었고, 우리는 비가 와도 간다는 생각으로 출발했다.

나는 주변 친구들에게 자전거를 빌려놓았고, 침낭까지 갖추고 있었다.
인표는 모기장과 세면도구, 그리고 선크림을 가지고 왔고, 우리는 12시쯤 출발해서 근처 장판집에서 노숙할 때 덮을 비닐을 샀다.
내려오는 도중 자전거 포에서 바퀴에 바람까지 빵빵하게 넣고, 중랑천 자전거 도로가 시작하는 곳으로 달렸다.

하늘은 흐려있어서 햇살은 전혀 없었고, 바람도 불어 여행하기에 상당히 좋은 날씨였다.
귀에는 MP3를 끼고 신나게 달리기 시작했다.
회룡역부근을 지나 망월사를 가기전에.. 내 앞에 가던 인표의 자전거 뒷바퀴가 이상하다는 걸 알았다. 바람이 없던 거였다.
허걱.. 이런, 바람을 넣은 지 얼마나 되었다고...
우리는 중간에 자전거를 세우고 지나가던 꼬마에게 물어 근처의 자전거포를 알아냈다.
어차피 길고 길게 달릴 예정이니만큼.. 바퀴의 튜브를 완전히 갈기로 했다.
그리고 그 무렵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

비에 가방이 젖지 않도록 비닐로 단단히 무장하고 우리는 그냥 출발하기로 했다.
바로 그 때...
그 자전거 포에 있던 아저씨들이 자전거 여행을 하는 거냐며 물으셨다.
우리는 인천까지 여행을 한다고 했더니.. 그 아저씨들 왈..
"그럼 2시간이면 가겠네.. 그래 인천까지 갔다가 일산으로 돌아오면 되겠구만.."
허허...-ㅂ-;;
1박 2일 코스로 잡은 인천을 두시간이면 갈 수 있었다니..
우리는 상당히 허탈한 기분이 들었고, 기왕 이렇게 된 거 정말 일산까지 가서 호수공원까지 보자고 하며 다시 자전거도로로 접어들었다.

2시간이 지난 후...
우리는 월계역부근에서 올라와 분식점에서 밥을 먹고 있었다..-_-
2시간이면 인천을 간다고라.... 그 아저씨는 대체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한 걸까...허허..;
생각해보니 의정부에서 인천까지 지하철로 2시간이었다..-ㅂ-;
어쨌든 요기를 다 하고 우리는 계속 자전거 도로를 달렸다.
청량리를 지나고 자전거도로 옆에 있는 동부간선도로의 표지판을 통해 성수대교가 어느만큼의 거리에 있다는 걸 확인하며 달리던 우리는..

장안, 전농 빗물 하수 처리장이 있는 곳에서 자전거 도로가 끊긴다는 걸 알아냈다!!
젠장.. 이젠 어쩌지?? 한강 지류도 아직 타지 못했는데...;;
산길을 헤치고 나가 40도 정도 되어보이는 경사를 내려가면 다시 길이 있기도 했지만.. 어쩐지 선뜻 가기가 어려웠다.
지도도 없고.. 대체 길이 어찌되는 지도 모르고..-_-;;
결국 우리는 우리 옆에 있던 자동차 전용(!!)도로를 타고 큰 길을 찾아 나섰다.
옆으로 지나가는 자동차들을 신경쓰면서...;;
그리고 인도를 타고 천호대교를 향해 달리기로 결정하고 자전거 패달을 밟았다.
천호동으로 가는 길은 그리 만만하진 않았다..-_-;
가는 길 중간에 조금 높은 언덕이 있어서... 그 길을 자전거로 오르려고 하다 다리만 풀렸을 뿐이다..-_-;;
결국 천호대교를 찾아내고 역시 자동차 전용도로를 타고 한강 남쪽으로 나있는 자전거 도로를 찾아냈다.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

그 길은 중랑천에 있던 자전거도로만큼 좋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시멘트로 되어있었고, 자전거 전용도로였기 때문에 속력을 내기 아주 좋았다.
한참이나 달리고, 또 달렸다.
비는 여전히 조금씩 내리고 있었고, 덕분에 땀도 나지 않고 덥지도 않은 아주 쾌적한 상태로 우리는 달릴 수 있었다.
가는 길 곳곳에 낚시를 하러 온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비가 오는 날 낚시가 더 잘 된다는 인표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는 한강의 커다란 다리들을 하나하나 지나쳐갔다.

빗줄기가 조금씩 굵어지기 시작할 무렵.. 우리는 잠수교에서 또 길이 막혔다.
인도를 따라서 올라가 잠수교 아래에서 잠시 비를 피하고 있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사실 길이 연결되어있었다. 우리가 길을 잘못들어서 알 지 못했던 것이지..-_-)
10여분을 쉬었을까.. 빗줄기가 점점 굵어지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계속 쉴 수만도 없는 노릇이고.. 그냥 무작정 출발하기로 결정하고 그 다리아래를 빠져나가는 순간...
채 5분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의 몸이 전부 젖어버린 시간은..-_-;
결국 근처 그늘장으로 자전거 기어를 최대로 올리고 있는 힘껏 달렸다.
그리고 빗줄기가 좀 그치기를 마냥 기다리고만 있었다..-_-;
(다리를 꼬고 싶었지만.. 축축한 바지의 느낌 때문에 도저히 다리를 꼴 수가 없었다..;;)
여의도까지 한 7Km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우리는 약간의 허탈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냥 그곳에서 밤을 새야하는 건가하는 생각까지 하며 우리는 초조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뭐, 기다리는 동안 엄청시리 말 안 듣는 산돌이라는 강아지를 보면서 즐기기도 했지만..ㅋㅋ

그렇게 1시간을 보냈을까.. 우리는 빗줄기가 아주 조금 약해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가자! 고지가 눈앞인데... 여기서 멈출 수야 없지!
7시가 조금 되기 전에 우리는 다시 출발했다.
속력을 내서 한참을 달리자 눈 앞에 63빌딩이 나타났다..-ㅂ-
여의도군.. 그런데...;;; 이게 뭐지..;; 여의도는 분명 섬인데..;
우리는 계속 자전거 도로만을 달렸고, 특별히 다리같은 것도 지나친 기억이 없었음에도.. 이미 여의도에 들어와있었다..-ㅂ-;;
63빌딩을 뒤로 하고 계속 달리고 달려, 여의나루 역 부근의 휴게소에 도착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빗속의 데이트를 즐기기위해 와있었다.. 재수없게시리..-_-

그곳에서 인표와 나는 숙박을 어떻게 할 것인가 생각했다. 흐음...
비가 계속 너무 많이 내리고 있었고, 다음날까지 온다는 일기예보가 있었기 때문에..
바로 물가 옆에서 자는 것은 좀 위험하다고 판단되었다.
결국 여의도 안에 있는 찜질방을 찾아내서 그 곳에서 1박을 하기로 결정했다.

여의도 중심가를 찾아내서 한 40분 정도를 돌아다녔을까... 젠장할...-_-
그 놈의 동네는 무슨 찜질방이 하나 없냐..;; 하나쯤은 있을 법도 한 데 우리가 못찾은 건 지, 아님 정말 없는 건 지..
결국 우리는 찜질방 비스무레한 이상한 사우나에서 잠을 자기로 결정했다.
시설 진짜 구린 곳에서..-_-;;
여의도의 양복입은 사람들 사이에서 묘한 위화감을 느끼면서 우리는 사우나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다음날.. 우리는 바로 일산으로 출발했다.
일산으로 가는 길은 비교적 순조로웠다. 중간에 길을 잘못들어서 또 자동차 전용도로를 탈 뻔도 했지만...;
지하철에 들어가서 지도를 확인하고, 사람들에게 물어가면서 우리는 일산으로 향했다.
고양에서 일산으로 넘어가면서 살짝 길을 잘못들 뻔도 했지만.. 어쨌든 우리는 무사히 일산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아주 손쉽게 점심이 조금 넘어서 일산 호수공원을 찾아낼 수 있었다..^^

아침엔 조금 흐렸던 하늘이 점점 맑아지고 있었고 덕분에 우리는 중간에 썬크림을 발라야 했다.
하지만 그렇게 덥진않았고, 자전거를 타서 그랬던 건 지 아니면 바람이 불어서인 지 시원한 바람을 느끼면서 계속 달릴 수 있었다.

일산에 도착해서 우리는 그 근방에서 사는 동아리 후배 보람이에게 점심을 얻어먹었다.
사실 전 날 사우나에서 머물면서 보람이에게 전화해서 반 장난으로 찾아갈테니 밥을 사달라고 했었다..;
그랬더니 정말 사준 것이다..-ㅂ-;
처음에는 그냥 우리가 사주려고 했었는데...; 뭐, 결과적으로는 덕분에 돈이 부족하지는 않게 되었다..^^;
보람이에게 점심을 얻어먹고 함께 호수공원을 자전거를 타고 빙 돌아봤다..

호수공원을 돌면서 느낀 건데.. 거긴 정말 멋진 곳이다.
식물원, 분수, 산책로, 다리, 호수, 그리고 주변 경치... 정말 예쁜 곳이었다.
사진으로 찍어도 괜찮을 만한 곳도 상당히 많았고, 시설도 상당히 잘 관리되고 있었다.
기회가 되면 꼭 다시 가서 사진을 찍고 싶을 정도이다..
(실제 목적은 다른 것일 지도 모르지만..;;; 어쨌든...-_-;;;)

호수공원을 돌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무척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사실.. 시간만 허락되고 길만 알았다면 그대로 의정부까지 자전거를 타고 달렸어도 충분했을 정도로 내겐 에너지가 넘쳤다.

보람이가 사는 곳 바로 앞이 마두역이었는데, 우리는 일단 거기서 지하철을 탔다.
일산에서 파주로 넘어간 후에 의정부로 가는 길이 있다는 걸 대충은 알고 있었는데,
정확하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시간이 저녁으로 넘어가고 있어서 까딱하다간 어디서 노숙을 할 지 알 수도 없는 형편이었기 때문이다.
지하철을 타고 한강 바로 옆에 위치한 옥수 역에서 내리기로 했다.

옥수역까지 아무 문제없이 자전거를 지하철에 태워서(?) 간 후...
우리는 사람들의 시선을 느끼면서 자전거를 지하철역에서 꺼낸 후 길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바로 한강쪽으로 연결된 길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사실 강남에서 강북쪽을 봤을 때 강북쪽에는 한강을 따라서 자전거 도로가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결국 지하철역을 따라 가다가 학교 근처에서 자전거도로를 타고 가기로 했다.
그리고 왕십리역을 찾아가는데...;;;
젠장할..-_-;;
그 곳은 우리가 전날 넘었던 천호대교로 가는 길보다 더 가파른 언덕이면 언덕이지 결코 낮지 않은 곳이었다..-ㅂ-;;
그게 아마 왕십리 고개라지....허허....;;;
자전거를 타고갈 생각은 절대 하지 못하고 걷는 것보다 더 힘들게 자전거를 끌고 그 언덕길을 올라갔다..;;
왕십리에 도착한 후 우리는 회기역 부근으로 방향을 잡고 계속 달려갔다.
뭐, 자전거 도로는 아니지만 인도에는 사람이 많은 편이 아니라서 비교적 수월히 달릴 수 있었다.
회기역 부근에서 파는 장작구이 통닭을 사고 맥주와 후레쉬를 산 후 우리가 자전거 도로를 타고 달리면서 봐놨던 다리 밑에서 노숙을 하기로 했다.

그래...
여기까진 좋았다.. 정말...-_-
이 날은 여기서부터 꼬이기 시작해서 말도 못하게 꼬여버린 하루였다..-ㅂ-;

통닭을 사고 편의점에서 맥주와 후레쉬를 사기 위해 편의점을 찾는데..;;
자전거 도로 바로 위에 위치한 다리까지 도착하도록 도대체 편의점 하나없는 거였다!!!
슈퍼는 많이 있어서 맥주 살 곳이야 많았지만... 후레쉬가 없으면, 대체 통닭이 입으로 들어가는 지 코로 들어가는 지 알 수가 있어야지!!
하아..
결국 우리는 내려가야 할 다리를 상당히 뒤로 하면서 계속 편의점을 찾아 헤맸다..-_-;
30분을 아래로, 아래로...
하지만.. 그 흔한 편의점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젠장할 동대문구!!

결국 헤매고 헤매던 우리가 찾아낸 것은 생활용품을 파는 곳...
거기서는 야외용 렌턴을 팔고 있었고, 우리는 기쁜 마음으로 렌턴을 사고 근처 슈퍼에서 맥주와 마실 물까지 준비해서 다시 자전거도로 위 다리로 갔다.

...
그런데.. 사실 그 도로라는 것이.. 자동차 도로라서..;; 자전거도로로 연결되는 길은 없었다..;
기껏 아래로 내려가는 길은 동부간선도로와 연결되는 자동차도로 뿐..-_-;;
우리는 목숨을 걸고.. 그 자동차 전용도로를 건너가기로 했다..-ㅂ-;;

혹시 알런 지 모르지만.. 자동차전용도로라고 하는 것은.. 그 동부간선도로라고 하는 것은..
신호등이 없다..;;
나도 가끔 달려봐서 아는데.. 만약 차만 많지 않으면 시속 100Km넘게도 달린다..-_-;
퇴근 시간 끝무렵이라 차가 밀리는 것도 아니고.. 신호등도 없으니 차가 멈출 일도 없었다...허허..
....
우리는 차가 안 오는 타이밍을 노려서 목숨을 걸고 자전거를 끌고 달렸다..;;
중간에 자전거를 잘못 몰아서 넘어지기라도 했다면...;
아마 여기서 글을 쓰는 대신 병원에서 안부오는 사람들 체크하고 있었겠지..-_-;

여쨌든.. 우리는 다시 자전거 도로로 합류(?)할 수 있었다..-ㅂ-
이젠 모든 일이 다 끝난 것처럼 생각되었다. 우리가 봐둔 다리는 도봉산 근처에 위치한 것이었고, 거기까지 2시간이면 갈 수 있을 꺼라 생각되었다.
그래.. 집에만 가면 된다. 거기까지가서 기왕에 준비한 노숙도구(?)를 가지고 노숙 한번 해봐야지..
휴대용모기장에 돗자리, 렌턴.. 가방에는 조금 전에 산 통닭과 맥주...ㅎㅎㅎ
신나게 신나게.. 우리는 자전거 도로를 타고 달려갔다..-ㅂ-
그리고 중간에 다리에서 잠시 쉬고 다시 출발하는데.. 뒤에서 인표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인가하고 봤더니.. 뒷바퀴 바람이 다 빠져있었다!!!
허허..;;;
자전거 도로 한복판에서.... 주택가로 올라가는 길이 언제 나올지도 모르고...
당연히 자전거 도로 옆에 자전거 포가 있을 리도 없고..-_-;;;
정말 난감한 상황이었다.. 쉴 때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바퀴가 갑자기 왜 그렇게 된 거지....;;;
하지만.. 하늘이 우리를 버리진 않았던 지 우리가 전날 쉬었던 월계역부근 다리가 곧 나타났다.
우리는 자전거를 끌고 월계역 부근으로 올라갔다.
올라갔다..-_-;;
그게 전부였다...
그 망할 놈의 동네는 근처에 자전거포가 없었다~!!!;ㅁ;
허거걱....
이젠 정말 수가 없군..-_-;;

그냥 월계역부근 그 다리 밑, 자전거 도로 옆에다.. 돗자리를 깔고, 모기장을 치고 잠을 자기로 했다.
돗자리를 펴고 앉으니.. 전날 빗속을 달렸기 때문인 지 여전히 축축했다..;;
뭐, 어쩔 수 있나..-_-;; 그냥 감수하고 앉아야지..;;
그리고는 맥주와 함께 통닭을 먹었다..캬~>ㅂ<
적당히 배를 채우고.. 우리는 모기장을 치고 누워서 이야기를 했다.

12시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웃고 떠들다가, 슬 졸려서 잠을 청하기로 했다.
친구에게 빌린 침낭을 따뜻하게 덮고..^^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고 이리저리 뒤척이다가.. 2시쯤에 확실하게 잠이 들었었다..
그래..-_-
그 놈만 나타나지 않았어도 아침까지 잘 잤을 것이다...-_-

한참을 자고 있던 내 귀에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무엇인가 꿈틀거리고 있는 느낌과 귓밥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린 것이다.
깜짝 놀라서 머리를 흔들고 귀를 아래로 하고 탁탁 털었다..
벌레다.. 벌레가 들어간 거다..-_-
알 수 있었다.. 어릴 적에도 귀에 벌레가 한 번 들어간 적이 있어서 잘 알고 있다..;
이 놈이 어쩌자고 내 귀에 들어간 거얏!!

시간을 보니 4시 13분...(너무 놀래서 본 시간이라 잊어먹지도 않는다..-_-)
조금 전에 산 렌턴을 찾아서 귀에 비추기 시작했다.
곤충들은 빛이 있는 곳으로 온다는 걸 대충 알고 있었기 때문에 후레쉬를 귀에 가까이 대고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얼만큼의 시간이 흘렀는 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내겐 그리 짧은 것같지 않은 시간이 흐른 후에 그 녀석이 꿈틀대는 것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기어나오는 건가? 일어나면서 하도 벌떡 일어나서 옆에 자던 인표녀석도 깼다.
귀에서 기어다니는 느낌이 나면서 이제 나오나보다 하는 순간...
이런 망할..-_-;; 정말 하늘은 하나하나 우리에게 태클을 거는 것인 지.. 렌턴 건전지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나의 유일한 희망이었던 불빛은 점점 약해지고.. 난 아침에 일어나서 햇빛쪽으로 귀를 향하게 해서 벌레를 꺼내야하는 암울한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ㅁ;
이 녀석이 내 고막이라도 건드리면 어쩌지..;; 이빈후과가서 빼내야하는 건가?
아니면 자전거 도로 옆에 있는 중랑천에 머리를 넣어서 이녀석을 익사시킨 후에 물을 빼내면서 같이 빼낼까?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헤짚고 지나가는 순간 인표녀석이 모기쫓는 기계의 후레쉬를 내 귀에 비춰주었다.
하지만.. 그 빛도 얼마 가지 못했고, 약간 충전된 렌턴의 불빛을 다시 귀에 비추다가 다시 그 기계불빛으로 비추고..
귀에서는 계속 버스럭거리는 소리와 그 녀석이 기어다니는 느낌..
가끔은 귓밥을 팔 때 느낄 수 있는 약간의 통증(?)과 귓밥소리가 들렸다.

새벽에 일어나서 문자가 와있다는 것을 확인하던 나는 순간적으로 핸드폰 불빛이 생갔났다.
그래! 이거면 오래가겠다!!
그래서 핸드폰을 귀에 대고 불빛이 꺼지지 않도록 계속 버튼을 눌렀다..
상상해보라..-_-
엎드려서 핸드폰을 한 쪽 귀에 대고 버튼을 계속 누르고 있는 모습을..;;;

어쨌든 상당한 시간이 흐른 후에 벌레가 거의 귀 바깥으로 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인표에게 완전히 나왔냐고 계속 묻고 있었고, 녀석은 계속 아니만 외치다가.. 잠시 후..
"나왔다, 나왔다!! 야.. 이 놈 머리만 내놓고 더 이상 나올 생각을 안 하는데??"
뭬야?? 이 미친 벌레가..-_-;; 거기가 네 놈 집인 줄 아냐? 나오면 죽을 줄 알아라...

인표가 나무젓가락으로 벌레를 쳐서 빼낼려고 나무젓가락을 찾는 동안 다시 녀석은 내 귀로 쏙 들어가버렸다..-_-
안타까워하는 인표... 젠장.. 나는 더 안타깝다고..;ㅁ;
나는 계속해서 핸드폰을 귀에 비추고 있었다. 남들이 봤으면 엄청 통화하는 줄 알았겠지..-_-;
아무튼.. 그렇게 녀석이 다시 들어가고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 그 녀석은 밖으로 쏙 나왔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귀를 털어 녀석을 바닦에 떨궈놓고 죽여버릴까 하는 생각으로 손바닥을 확 든 순간...
으으으으으으~~~~
그건 거의 내 새끼손톱만한 풍뎅이였다...>_<;;;;;;;;;;;
그게 내 귀를 헤짚고 다닌 생각을 하니... 으... 소름이 좍.. 돋는구만..
그 때의 시간이 4시 35분.. 장장 20분을 그 놈과 씨름하고 있었던 것이다.

죽일까 하다 그 녀석 인생이 불쌍해서 그냥 텐트 밖으로 내쫓는 것을 끝으로 일은 일단락되었다.
지금도 귀에서 그 느낌이 떠나질 않는 것 같다....
렌턴... 그 아까운 돈 주고 샀더만 아무 도움도 안 되고..-_-
내 핸드폰보다 못한 렌턴이었구만.. 쯧.. 이 기회에 핸드폰집이나 사줄까?

어쨌든.. 한 밤의 대소동을 접어두고 우리는 다시 잠이 들었다.
10시가 다 되어서 우리는 천천히 일어났다.
슬슬 짐을 정리하고 집에 갈 준비를 마쳤다.
어차피 자전거 바퀴가 맛이 갔기 때문에 더 이상 자전거를 탈 수는 없었다.
월계역에서 북부로 가는 지하철을 타고 우리는 의정부까지 무사히 올 수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자전거포에 들러 자전거 바퀴를 손보면서 알게 된 것인데..
바퀴에 조그마한 철사가 박혀있었던 것이다. 아마 첫날의 경우를 생각해봤을 때.. 그건 출발할 때부터 박혀있었던 듯 싶다..
그동안도 계속 바퀴를 찌르면서 여기저기 구멍을 내서 아예 튜브를 가는 것이 좋겠다는 주인아저씨의 말을 들으면서..
정말 운이 좋은 것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돌아오는 길에 그걸 발견했으니 다행이지.. 중간에 그걸 알았더라면..
정말 손쓸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바람빠진 바퀴의 자전거를 타는 것은 정말 말도 안 되는 것이었으니까.
게다가 의정부에서 여의도, 그리고 일산까지 가는 결코 만만한 거리는 아니었으니까..

어쨌든.. 이 글 속에 담지 못한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뒤로하고 지금은 집에 와있다.
딱히 무엇을 해보겠다거나, 내 체력을 시험하려고 떠난 여행도 아니었다.
단지..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해보고 싶었다.
자전거를 타고 달릴 때 맞는 바람, 페달을 밟는 느낌과 다리의 근육이 움직이는 느낌..
그리고 친구와 노숙을 하면서 하는 이야기와 슈퍼에서 가볍게 사서 마시는 맥주...

이런 것들을 즐기고 싶었던 것이었으리라..
게다가 제일 친한 친구라고 할 수 있는 인표와 함께 한 여행은 큰 마찰도 서로의 불화도 없이..
무난하고 즐거운 여행이 되었다...-ㅂ-

게다가.. 생각지도 못하게 그 자전거포의 아저씨 말 때문에 갔던 일산..
호수공원도 좋았고, 보람이가 사준 밥도 맛있었고.. 또.....^^;;

뭐, 지금도 그렇게 피곤하지 않은 걸 보면..
어제 내가 에너지를 많이 받았던 지 아니면 체력이 생각보다는 괜찮은 모양이다.
다음에도....
또 기회가 되면 자전거를 타고 멀리 여행을 해보고 싶다..-ㅂ-

물론.. 그 때는 귀에 벌레가 들어가지 않게 조심해야지..-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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