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 Pan in Never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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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 탐구/낙서

판결

☜피터팬☞ 2011. 8. 18.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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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뜨겁다... 구름 한 점 없이 내리쬐는 태양...
 태양을 마주하고 앉아 있어 눈을 뜨기도 힘들다. 눈이 아파..

 눈 앞을 보는 것이 그리 수월하진 않지만, 조금씩 빛에 익숙해지면서 내 앞에 앉아있는 세 사람이 보인다.
 어두운 색감의 치렁치렁한 옷을 걸치고 딱딱한 표정으로 그들은 책상 위의 무언가를 보면서 이따금 나를 흘깃거린다.
 꼭 교회 성가대 복장같군. 이런 날씨에 저렇게 입으면 덥지 않을까... 나는 덥다. 지치는 날씨야.
 여기를 피하고 싶은데 왠지 내 앞에 앉은 세 사람의 눈치를 보게 된다.
 어쩐지 분위기가 무겁다. 나도 모르게 긴장이 된다. 하지만 그저 긴장될 뿐 두렵지는 않다.

 가장 오른쪽의 사람이 무언가를 뒤적이며 보다 내게 눈길을 돌리며 갑자기 묻는다.
 "당신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습니까?"
 -네? 그게 무슨...-
 갑작스런 질문에 당황스럽기만 하다. 지금 이게 무슨 분위기야.

 가운데의 사람이 내 말을 끊고 다시 물었다.
 "당신은 자신의 인생에 충실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네! 충실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취조받는 기분이다. 분위기에 조금 짓눌리긴 했지만 동시에 오기가 생긴다.

 왼쪽의 사람이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질문을 던진다.
 "충실한 삶을 산다고 말하는 근거는 무엇입니까?"
 내 인생에 관해서 논쟁이라도 하고픈 건가? 웃기는군.
 -인생을 충실하게 산다고 하기 위해선 먼저 삶의 목적이 있어야 합니다.
  충실한 삶은 스스로 삶의 목적을 세우고 그것에 다가가기...-

 다시 오른쪽의 사람이 내 말 중간에 끼어들어온다.
 "그렇다면 당신 삶의 목적은 무엇입니까?"
 -네? 그건...-
 느닷없이 바뀐 질문은 내게 침착할 수 있는 틈을 주지 않는다. 어이, 내 이야기는 아직 한참 진행 중이었다고.

 가운데 사람이 참을성없이 다시 묻는다.
 "당신이 세운 삶의 목적이 있습니까?"
 -네... 제 삶의 목적은...-
 내 인생의 목적이 없지는 않아. 하지만 지금 저 사람들은 대체 뭘 알고 싶은 거야...

 가장 왼쪽에 앉은 사람은 끝내 내가 더 이상 피할 수 없도록 만든다.
 "충실한 삶을 살기 위해 목적이 있다고 한다면 그 목적을 말씀해 보시지요."
 시작부터 꼬였다. 무언가 말려드는 듯한 기분. 이건 좋지 않다.
 -제 인생의 목적은 사랑... 하는 것입니다...-

 다시 오른쪽에 앉은 사람이 내게 질문한다.
 "왜 사랑입니까?"
 -왜냐하면...-
 말을 하면 할 수록 내가 내 발목을 잡는다.

 계속해서 같은 패턴이다. 가운데의 사람이 질문을 한다.
 "사랑을 인생의 목적으로 삼은 이유가 있습니까?"
 -사랑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추구할 만한 단 하나의 가치...-
 초반의 오기는 어느 순간 사라지고 없다.

 이제 결정타가 날아올 차례이다. 왼쪽의 사람이 나를 바라보며 묻는다.
 "당신은 지금 사랑하고 있습니까?"
 그 질문이 가장 두려웠다. 이제 나는 두렵다.
 -......-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나는 내 가족, 내 친구, 내 동료들.. 모두를 사랑한다. 하지만...

 내 앞에 앉은 세 사람이 동시에 말한다.

 "당신은 사랑하지 않으므로... 유죄."



 ...
 여전히 뜨겁다. 태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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