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 Pan in NeverLand

영화 - 하나와 앨리스 [이와이 슈운지] 본문

감상과 비평/영화

영화 - 하나와 앨리스 [이와이 슈운지]

☜피터팬☞ 2008. 12. 19. 23:36
반응형
 
같은 중학교 친구이면서 발레학원도 함께 다니는 하나와 앨리스.
중학교 졸업을 앞두고 하나는 앨리스에게 이끌려 어딘가의 역에서 마사키를 보게 된다.
먼 발치에서 그를 훔쳐보며 마사키를 좋아하게 된 하나는
고등학교에 진학하자 마사키가 활동하는 만담부(?!!)에 가입까지 한다.
그러던 어느날, 마사키의 뒤를 몰래 쫓던 하나는 마사키가 독서에 열중하다 셔터에 머리를 부딪히고 기절하는 것을 목격한다.
잠시 후 깨어난 마사키에게 하나는 마사키가 기억상실증에 걸려 연인인 자신을 못알아 보고 있다고 거짓말을 하고,
설상가상으로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인 앨리스를 마사키의 전 여자친구로 둔갑시키게 된다.
어이 없는 거짓말로 시작된 세 사람의 얽히고 섥힌 이야기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나는 이와이 슈운지의 영화를 보통 두가지로 분류한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이 천재 감독의 영화를 나와 마찬가지로 분류할 것이다.)
'릴리 슈슈의 모든 것'과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와 같이 무거운 분위기에 비판적인 영화와
'러브 레터'와 '4월의 이야기'로 대표되는 밝고 대중적인 영화.
물론 모든 영화에는 이와이 슈운지표의 눈이 시릴정도의 영상은 필수적으로 담겨있다.
이 영화는 당연히 밝고 대중적인 영화다.

막 고등학생이 된 귀엽고 풋풋한 두 소녀의 이야기.

좋아하는 상대를 막무가내로 쫓아다니다가 기가 찰 정도의 거짓말을 하는 하나의 모습이나
생각지도 못한 연예인 회사에 스카우트 된 후에 별 생각없이 여기저기 오디션을 보는 앨리스의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내가 살아왔던, 그리고 아마 많은 사람들이 살아왔던 사춘기 시절의 어린 모습과 닮아있었다.
사랑이 뭔지는 모르지만, 좋아하는 사람과 어떻게든 맺어지고 싶은 강렬한 마음과 그 마음을 채우고 싶어서
밤새워 편지를 쓰기도 하고 그 사람의 환심을 사기 위해 유치한 일도 마다하지 않았던, 거칠것 없는 시기.
미래에 대해 철저한 계획과 비젼이 있다기 보다는 그저 막연한 미래에 대한 희망과 기대 속에서
자신이 해보고 싶은 일들을 그저 재미있겠다는 마음만으로 뛰어드는 무모한 도전도 즐거울 수 있던 시기.
그런 시기의 두 사람이었다.
하나의 거짓말도, 그런 거짓말에 동참해준 앨리스도 절대 가볍게 장난하는 마음으로 임한 것이 아니었다.
성인이 된 사람들이 똑같이 행동했다면 결코 이해받을 수 없었던 그런 행동이 그들에게는 진심이었고, 심각한 것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기절할 정도로 머리를 세게 부딪혔다고는 하지만,
대체 기억상실증이라는 황당한 거짓말을 곧이 곧대로 믿어줄까?
게다가 다른 모든 건 기억하고 있으면서 자신의 연애에 관한 것만 잊어버릴 수가 있을까.
...
하지만 이게 웬 걸...-ㅅ-;
믿어도 너무 순수하게 잘 믿는다. 그러니 이제 해!피!엔!딩!
...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한 남자 사이에 두 여자가 있는데 사건이 간단하게 진행될리는 만무하다.
(흠... 하지만 내 눈에는 그 남자가 그리 멋지게 보이진 않았는데 말이지.)
더군다가 앨리스를 끌어들인 것은 하나 본인인 이상 문제는 간단히 정리되지 않는다.
마사키는 잃어버린 기억을 찾는다는 핑계로 앨리스를 계속 만나고,
앨리스는 마사키를 통해 아버지와의 추억을 회상한다.
그리고 하나는 자신의 사랑을 놓치기 싫은 마음 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시간이 가면서 조금씩 어긋나는 두 사람.

하나가 마사키와 만날 수 있었던 것은 거짓말 덕분이었다.
그러나 바로 그 거짓말 때문에 하나는 앨리스에게 마사키를 넘겨야할 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만들어버렸다.
하나는 마사키에게 진실을 고백하기로 결심하고 자신으로 인해 벌어진 수많은 사건들과 앨리스와의 연극을 정리하고자 한다.
나는 하나가 만들어낸 상황은 거짓이지만, 하나의 마음만은 진실이었다고 믿는다.
아마 마사키도 그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하나가 고백하기 전에 모든 상황을 알아채고도 하나에게 아무말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나와 마사키는 어리기는 했지만 어리석지는 않았다.

나는 '러브 레터'를 보면서 시간이 흐른 뒤에 회상해보는 첫사랑의 애틋함을 느낄 수 있었다.
'하나와  앨리스'는 그러한 애틋함을 회상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첫사랑에 대해서 우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수많은 사랑에 관한 정의나 성질을 이야기하진 않는다.
그 때의 그 마음은 즉흥적이기는 할 지언정 생각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순수한 성질의 것이니까.
하나가 모든 거짓말을 고백하기로 한 것은 사랑의 진실성을 되찾기 위해서였다기 보다는
거짓말이 만들어낸 수많은 오해와 억지를 풀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이제 막 사랑에 눈을 뜨기 시작한 사람들 사이에서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었다.

그리고 앨리스는 첫번째로 오디션에 통과한다.
하지만.. 솔직히 마지막의 그 이야기는 어쩐지 곁다리에 불과한 듯한 느낌이다.
하나가 하나를 얻었으니 앨리스도 하나를 얻어야한다는 느낌어었달까.^^
하지만 이와이표 영상 속에서 펼쳐지는 발레씬은 나에게 꼭 나쁜 것은 아니었다.


영화는 전혀 무겁지 않다.
깃털만 날아가도 웃음을 터뜨리는 10대 소녀들의 웃음처럼 가볍다.
막 고등학교에 들어와서 막 사랑을 시작한 두 소녀.
그 나이 때에나 가능할 법한 상상력이 만들어낸 해프닝.
그저 그런 일들 속에서 그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아마, 이미 성인이 되어버린 우리는 그런 일을 감히 하지도, 그리고 그렇게 솔직하게 풀어내기도 힘들테니까.

P.S : 영화가 전반적으로 큰 기복이 없고 갈등도 삼하지 않아서... 뭐랄까... 너무 편안하게 봤다고 해야할까...;;
어쩌면 조금 심심하다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ㅋ
하지만.. 주인공들이 너무 귀여워서...^^;;;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