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 Pan in NeverLand

2006년 7월 10일 월요일 날씨 비. 힘. 본문

일상의 모습

2006년 7월 10일 월요일 날씨 비. 힘.

☜피터팬☞ 2006. 7. 11.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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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년 6월 중순 무렵, 나는 화천에 있는 자대에 있었다.
갓 이등병이 되어 이제 겨우 자대에서 첫 근무를 서게 된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우리 부대에서 가장 힘든 훈련 중에 하나라는 '적지종심훈련'을 하게 되었다.
'적지종심훈련'은 전시 상황을 가정하고 실시하는 훈련이었는데,
당시 우리의 작전 지역이 강원도에서도 험하다고 소문난 7사단 부근이었기 때문에
훈련이란 훈련은 다 뛰어본 고참들조차 진저리를 칠 정도였다.
(나중에 작전 지역이 15사단으로 바뀐 후에 나는 7사단이 얼마나 험한 지형인지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막 군대 생활을 시작한 나는 오히려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별다른 감정이 없었다.

당시 우리 소대의 소대 선임병은 오석진 병장이었다.
날카로운 인상으로 가득했던 고참들 중, 몇 안되는 순하고 차분한 인상으로 기억하고 있다.
성격도 느긋하고 조용조용했던 것 같다.
이 사람이 일직병을 할 때면 조금 더 편하게 점오 정리를 했던 기억도 생생하니까.
(단지, 한 번 화가 나면 눈도 못 마주칠 정도로 무서워진다..;;)

연평 해전이 터지기 며칠 전, 갑자기 오석진 병장이 나를 불러 앉혔다.
그리고 나에게 훈련에 대해 이야기해주기 시작했다.
군기가 바짝 들었던 이등병의 나는 각을 잡고 앉았고, 그는 내게 편안한 자세로 들으라고 말을 해주었다.
무슨 이야기를 했었는 지 모두 기억이 나진 않는다.
다만, 기억에서 생생한 한 마디는

"네가 겉보기에는 약해보이지만, 나에게는 어떤 힘이 느껴져."

군대에 있을 때도, 제대를 하고 난 후에도,
내가 특공대를 나왔다고 말하면 아무도 믿지않을 정도로
유약하고, 비리비리한 모습으로 보여지는 어리버리한 이등병인 나에게
힘든 훈련을 이겨내게 하기위한 응원의 말로 저런 이야기를 한 것인 지,
아니면, 정말로 나에게서 어떤 힘을 느껴서 그것을 솔직하게 이야기한 것인 지,
시간이 흐른 지금도 그 저의를 명확하게 판단하지는 못한다.
어쩌면 위의 이유 두 가지 다였는 지도 모른다.
분명히 말할 수 있는 한 가지는,
저 말은 나에게 그 후의 군생활을 함에 있어서 큰 힘이 되어주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지금.
나는 오석진 병장의 말이 정말로 사실이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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