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 Pan in NeverLand

2006년 7월 18일 화요일 날씨 비. 한 때. 본문

일상의 모습

2006년 7월 18일 화요일 날씨 비. 한 때.

☜피터팬☞ 2006. 7. 18.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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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이 세상은 경이와 즐거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모든 것은 새로움의 시작이었고, 앎의 과정에 놓여있었다.
그 무렵의 나는 하나하나를 알아가는 기분으로,
내게 들려오는 모든 목소리에 귀기울이며
내가 얻을 수 있는 모든 깨달음을 다 얻고만 싶었다.
그 당시엔 작은 것 하나하나에 내 모든 것이 열광하고 충만했었다.
그리고 나는 내 나름의 어떤 철학을 세우는 데에 성공했다.

그 후로 세상이 조금 바뀌었다.
내 안에서 어떤 철학이 생긴 이후에,
이 세상은 나의 철학을 확인하고 공고히 하는 것에 기여하게 되었다.
내가 접하는 지식과 사상과 이야기들은
나의 사상에서 대부분 소화가 되는 것들이었고,
그것을 내 식으로 받아들이거나 혹은 내 기준으로 비판하거나 하였다.
그래도 세상은 여전히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아니, 그것은 어쩌면 나에 대한 놀라움이었는 지도 모른다.
나의 철학이 내가 살고싶어하는 삶에 잘 부합되는 것을 스스로에게 납득시키는 즐거움이었는 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래도 그 때는 적어도 나의 철학이 얼마나 괜찮은(?) 것인 지 확인하기 위해 노력하던 시기였다.

그 후로 시간은 더 흘렀다.
그리고 그렇게 한참이 흘러가도록 나의 철학은 별로 변한 것이 없다.
내 철학이라는 것이 그렇게 까탈스럽지도, 구체적이지도 않은 폭넓은 것이기 때문일 수도 있고,
내 자신이 남의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들으려는 꽉막힌 놈이거나 주체못할 정도의 고집쟁이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쨌든, 나는 아직까지는 내가 만든 기준과 내가 얻은 철학들에 대해서 특별한 오점을 발견하진 못했다.
(어쩌면 이런 생각이 이미 오점일런 지도 모른다. 이 얼마나 오만한가..-_-)
그리고 세상은 재미없고 밍밍한 것으로 변모하기 시작한다.
이제 그 어떤 이야기도, 그 어떤 드라마도, 그 어떤 서사도 내게 신선함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때때로 많은 것들이 구태의연하고 뻔하게 속이 들여다보여서 짜증이 나기도 한다.
이제는 그런 것들을 약간은 거만한 눈빛으로 '거봐, 결국 그 이야기였잖아.'라며 바라보거나
'흐음... 결국 내가 하고자 하는 바랑 같군...'정도에서 그쳐버린다.
(오만방자하다. 이런 놈은 좀 더 깨져야한다.)

그래. 이 세상이 신선함으로만 가득찬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나는 적어도 내 철학의 한 부분을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나의 철학은 보편과 평범, 일체, 동질 등에 거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내가 접하는 그 모든 것들을 뻔하고 뻔한 것으로 치부할 수 있는 지.
아무리 비슷해보이는 것들이라 하여도, 그것들이 가지고 있는 그 다양한 특성들을 무시하고,
'거봐, 내 그럴 줄 알았어.'라는 말로 일축해버릴 수 있는 지.
나의 철학에서 이런 무료함은 모순이다. 결코 있어서는 안되는 죄악이기도 하다.
이런 오만방자한 태도는 내가 아니다.
나는 결코 밋밋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란 것을 머리는 충분히 이해하고 부르짖는다.
그러나 나의 가슴은, 내 안에 또 다른 목소리는 그걸 이해하지 못하고 비웃고 있다.
그리고 그런 모순된 두 모습의 차이만큼.
괴롭고. 슬프고. 어지럽고. 답답하고.

눈을 돌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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