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 Pan in NeverLand

2009년 7월 7일 화요일 날씨 구름 많음. 분노는 나의 힘. 본문

일상의 모습

2009년 7월 7일 화요일 날씨 구름 많음. 분노는 나의 힘.

☜피터팬☞ 2009. 7. 8.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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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일제히 일어나 애국가를 경청한다
삼천리 화려 강산의
을숙도에서 일정한 군을 이루며
갈대숲을 이룩하는 흰 새떼들이
자기들끼리 끼룩거리면서
자기들끼리 낄낄대면서
일렬 이열 삼열 횡대로 자기들의 세상을
이 세상을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간다
우리도 우리들끼리
낄낄대면서
깔쭉대면서
우리의 대열을 이루며
한 세상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갔으면
하는데 대한사람으로
길이 보전하세로
각각 자기 자리에 앉는다
주저앉는다.

                                   -황지우,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한 꼬맹이가 있었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것이 참으로 행복한 일이라고 믿으며 사는 꼬맹이가 있었다.
TV에서 하던 만화영화를 매일 시청하고 매주 만화책을 사보는 것을 좋아하던 꼬맹이가 있었다.
아버지가 보시던 뉴스를 어깨너머로 훔쳐보던 꼬맹이는,
정치란 것은 맨날 싸움박질이나 하는 것이고 누가하던, 어떻게 하던 욕만 먹는 거라 생각했다.
꼬맹이는 자기는 커도 정치에는 전혀 관심같은거 두지 않고 행복하게 살꺼라 다짐했다.
그렇게 꼬맹이는 성장을 하고 자기 주변 사람들의 행복을 빌며, 계속 좋아하던 만화를 좋아하며 살아갔다.

그렇게 꼬맹이가 커서 대학을 가고 군대를 제대한 후에,
더 이상 꼬맹이가 아닌 꼬맹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만화의 현실을 알게 된다.
불합리한 구조와 불합리한 사회 속에서 힘들게 살아가며 고통받는 만화의 어두운 면을 알게 된다.
꼬맹이가 아닌 꼬맹이는 화가 났고, 자기가 좋아하는 만화를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었다.
자기 주변의 행복만을 소박하게 바라던 꼬맹이는 그렇게 사회에 "참여"해야만 하는 이유를 배웠다.
자기 주변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서 자신이 목소리를 분명히 해야하는 이유를 배웠다.

그리고 만화를 시작으로 상황은 조금씩 다르지만 비슷하게 고통받고 있는 사회의 어두운 면을 배우고 있다.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제대로 고쳐야한다고 주장하다가 매를 맞는 사람들을 보고 있고,
제발 죽이지 말라며 피눈물을 흘리며 절규하는 사람들을 죽이는 것을 보고 있고,
말해도 되는 것들을 말한 후에는 잡아가서 괴롭히는 것을 보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잘못을 하고도 전혀 잘못한 것이 없는양 떳떳이 살아가는 것도 보고 있다.

꼬맹이가 아닌 꼬맹이는 너무나 화가 나서 촛불도 들이대보고 소리도 질러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자신의 미약한 힘이 별다른 소용이 없는 것처럼 느껴져서 회의도 들었다.
잘못된 것을 지적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변하지 않는 현실의 거대함에 두려움이 생기기도 했다.
무엇보다 자신이 아무리 애를 써도 그들이 꼬맹이같은 이들을 가리키며,
백수라서 할 일이 없어 그렇다는 소리까지 들었을 때는 부끄러움과 모멸감도 들었다.

그래서 꼬맹이는 열심히 취업을 준비하기로 했다.
사회적으로 좀 더 높은 위치에 올라가서 다시 한 번 그들과 맞서기로 했다.
위에서 찍어누르는 그들을 더 높은 곳에서 찍어누르고 싶어 열심히 공부하기로 했다.
다시는 그들이 꼬맹이를 부끄럽게 만들고 모멸감을 심어주지 않게 하려고 노력하기로 했다.
앞으로는 이런 가슴아픈 일이 생기지않도록 주변 사람들에게 투표를 권하기로 했다.

자신의 분노를 잊지 않으려고 매일매일 그들의 소식을 읽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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