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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 남벌 [이현세 / 야설록] 본문

감상과 비평/책

만화 - 남벌 [이현세 / 야설록]

☜피터팬☞ 2006. 5. 29.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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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걸프전 발발.
이로 인해 세계는 다시 오일 쇼크에 빠지게 된다.
심각한 오일 부족에 당면하게 된 일본은,
인도네시아의 유전에 눈을 돌리고,
합법적으로 채굴 중이던 한국 노동자들을 격리시킨다.
이에 한국 정부는 일본에 대해 선전포고를 하고, 제2 태평양 전쟁이 발발한다.
이 무렵, 일본에 살고 있던 오혜성과 그의 일가 및 한국인들은
한국과의 전쟁으로 인해 한국민을 탄압하는 일본 정부에 의해 강제 수용되었다가
탈출을 시도하지만, 탈출자는 오혜성 한 명뿐.
그 후 오혜성은 '사신 카라시니코프'라 불리우며 인도네시아 전장에서 활약한다.

우리 나라 만화계의 거장이라고 꼽을 수 있을만한 작가 '이현세'.
명작들을 만들어냈고,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자신의 작품에 집중시킨 작가이다.
그런데, 솔직히 나는 이현세가 별로였다.'-';
아마게돈, 공포의 외인구단 등등은 나에겐 웬지 흥미를 주지 못했다.
중학교 때에 엔젤 시리즈를 조금 재미있게 봤었지만,
그 때의 관심은 오로지 작품 그 자체는 아니었다.-ㅂ-;
(개인적으로 그 당시 작가 중에 최고로 치는 작가는 허영만이다. '망치', '날아라 슈퍼보드' -_-d)
지금도 별로이고, 이 작품을 본 후로는 나의 그런 성향이 차라리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뭐, 어차피 스토리는 야설록씨 것이니, 화살은 이현세씨가 아니라 야설록씨에게 돌려야하는 건가..-_-a

이 만화는 많은 사람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겨준 작품이다.
해외에서도 그런 카타르시스를 느낀 사람이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재외동포 제외)
어쨌든, 이 만화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다 통쾌하게 읽을만한 스토리를 지니고 있다.
그도 그럴 법한 것이 다른 나라도 아닌 일본을 전쟁에서 누른다는 것은
일본과 한국의 특수한 역사적 상황을 고려해본다면 고개를 끄덕임직도 하다.
그러나 이 만화는 그 밑바탕에 깔려있는 사상들로 인해 나를 묘하게 불편하게 만들었다.

첫번째는 민족주의 VS 민족주의다.
이 만화에서 일본 극우주의는 일본을 장악하고 위험한 전쟁을 도발한다.
또한 전쟁 대상국의 국민들을 마치 2차 세계 대전 때 독일이 유태인을 탄압하듯이 탄압한다.
그런 묘사를 보고 분개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것은 한국인이냐 그렇지않느냐를 떠나서 인간이라면 누구나 분개할만한 묘사였기 때문이다.
이런 묘사는 만화 초반에 등장하는 오혜성 가족의 특수한 상황과 맞물려 묘하게 민족감정을 자극한다.
일본인인 오혜성의 형의 아내와 오혜성 아버지와의 대립구도는 그러한 자극을 더욱 강하게 한다.
이러한 대립은 만화 곳곳에 등장하는데... 뭐랄까, 한국인이라면 그래선 안 된다는 식의 느낌이랄까.
우리의 것이 좋은데 왜 일본 것을 받아들이느냐는 식의 모습이 아니라
일본 것은 무조건 안 된다는 식의 국수주의적 모습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물론 만화는 매우 치밀하게 일본과 한국을 대립적인 구도로 놓고 진행된다.
우리의 것을 과도하게 지키려는 모습은 우리에게뿐만 아니라 일본에게서도 똑같이 느껴진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그런 모습이 자연스럽고도 자랑스럽게 느껴지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전쟁에 참가하는 우리 정부의 모습이다.
여러 모로 살펴보아도, 자국민에 대한 탄압은 전쟁에 참가하기 충분한 이유지만,
어째서 우리 정부는 오일 문제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의 언급도 없었을까.
그리고 왜 전쟁을 시작하기 전 일본에 있는 자국민에 대해선 신경쓰질 않았을까.
그들은 끝까지 대의명분만을 주장할 뿐, 실리에 대해선 이야기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그게 거슬렸다면, 나만 그런 걸까? 일본은 철저히 실리적으로 움직이는 것 같았는데 말이지.
한 가지 더 추가적으로 언급하자면,
한국에 있는 일본인들의 이야기는 단 한 컷도 실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그토록 핍박받는 한국인들과 대비해서 한국에 있는 일본인들은 어땠다는 묘사는 전혀 없다.
과연....'-'a 쓰다보니까 갑자기 더 궁금해지네.

두번째로 걸렸던 것은 영웅주의였다.-ㅂ-;
사실 이건 좀 개인적인 이유가 더 강한 것 같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오혜성같은 캐릭터에게 별로 정이 안 가는 것은 순전히 나의 취향 때문이 아닐까?
흠... 하지만, 오로지 카리스마로 똘똘 뭉친 그런 캐릭터에게서
나는 친근감보다는 거리감이 더 강하게 느껴졌을 뿐이다.
뭐랄까.. 성장하는 모습은 전혀 없이 처음부터 그저 완벽하게만 보이는 캐릭터라고 할까.
기본적으로 이 캐릭터는 한국민이라는 민족을 대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의 이런 완벽한 모습에 열광하는 한국 독자는 더 많았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에게 이 만화는 오혜성 개인의, 오혜성 개인에 의한, 오혜성 개인을 위한 내용같았다.
그가 한국민을 대표한다고 하지만, 모든 초점이 그에게 맞춰져서
그 외의 다른 '한국' 캐릭터들은 어떠해도 좋다라는 느낌까지 받았다면 내가 너무 오버한 걸까.
하긴 주인공이니... 다른 만화의 주인공도 그러한 모습을 갖는 건 마찬가지니까.
...
라고 넘어가고는 싶지만... 이 만화의 스케일을 생각해보면,
오혜성은 좀 오버스런 캐릭터란 생각을 지울 수 없다.-_-
이 만화 속 그의 모습은 한국 그 자체보다 더 위대해보이기도 한다.
그가 있고 없음이 전쟁의 모든 것을 결정짓고, 한국의 모든 것을 결정짓는 그런 느낌.
앞서도 말했듯이 어차피 오혜성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한민족을 대표하기는 하지만...
절대 내 취향의 캐릭터는 아냐.
난 좀 더 인간적인 캐릭터를 좋아한다고.
베르세르크의 가츠가 더 초인스럽지만, 훨씬 더 인간적이다.

마지막으로는... 여성에 대한 생각이다...-_-;
이 만화 곳곳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참... 전통적인 한국 여성상이다.
순종적이고, 절개가 있는...-_-;
순결을 빼앗긴 동생에게 총을 건내는 오혜성의 모습에선 구역질마저 느꼈다.
주예술이란 캐릭터는 순결을 빼앗긴 후에 혀를 깨물어 자살한다.
반면, 주인공 엄지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순결을 지키며 살아남는다.'-'
뭐, 이것도 내 억지일 지도 모르지만, 이런 일련의 여성들이 불러일으키는 이미지는
흔히 우리가 말해왔던 자랑스러운 여성의 이미지와 그리 다르지 않았다.-_-
그러니까 여자 주인공이 되려면, 님에 대한 순정은 물론이고, 순결은 기본이라는 거지.
아, 그러고보니 이휘란이라는 캐릭터가 남아있군.
오혜성의 카리스마에 빠져 그를 사랑한 비운의 여자 캐릭터.ㅋ
그 캐릭터의 역할은 오혜성의 멋진 모습을 강조하기 위한 들러리에 불과한 거지, 뭐.

이 만화는 일본의 극우군국주의를 강하게 비판한다.
그러나 위에서 열거했듯이, 그러한 극우군국주의에 대항하는 것은 우리의 극우주의이다.
이 만화는 비인간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의 대립이라기보다는,
일본의 극우와 한국의 극우의 충돌이다.
나는 민족주의와 같은 극우에 맞서는 좀 더 보편적인 정신의 대립을 바라는 지도 모르겠다.
(이 만화에서 이런 정신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너무 미미해서 느껴지지도 않는다.)
개인적으로 민족주의나 국가주의를 그리 달갑게 생각하진 않거든.
아, 이 문제를 굳이 故 김선일씨와 연관시켜들지 말자.
그것은 단순히 민족적인 문제가 아니다. 국가로써 국민에게 당연히 해야하는 일이지.
나는 이 만화에서도 수용소에서 탈출한 한국민들을 구하려고 노력하는 한국 정부의 모습을 묘사한 부분은 좋아했다.
(그러고보면, 이 만화는 민족과 국가의 미묘한 관계를 자주 넘나다닌다.)
단지, 말했듯이 수용소에 갇히기 전에 뭔가 조치를 취했으면 얼마나 좋아.-_-

나는 일본의 역사왜곡이나 그들의 역사적 만행을 인정하지 않는다.
또한 우리의 아픈 역사에 대해 무감각한 것도 아니다.
만화의 마지막에 일본이 패전을 선언한 후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에 요구하는 내용들이 있다.
그 내용은 내가 극우인가 그렇지 않은가를 떠나서 정당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것은 그들이 역사에 당당하기 위한 최소한의 표현이고, 우리의 아픈 과거에 대한 당연한 보상이 아닐까.
그러나 이러한 것을 실현하기 위해 우리가 극우가 되어야하는 지는 의문이다.
그들의 것을 인정하지 않고 우리의 것만을 주장하는 강한 힘을 가진 극우가 되어야만이 가능한 걸까.
독은 독으로 고친다는 말처럼, 그들의 극우에 대항하기 위해 우리 역시 극우가 되어야만 하는 걸까.

P.S : 이 만화는 여러모로 민감한 소재들을 사용하고 있다.
그만큼 말하기도 힘들었다. 사실 아직도 내 스스로 제대로 된 결론을 내리지 못한 부분도 많다.
민족이나 국가에 대한 태도나 사상 등에 대해서 아직 정립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
내가 이 만화 속에 담겨있는 사상을 극우라고 몰아부치는 것 역시 잘못된 것인 지도 모른다.
단지, 내 눈에 그렇게 보였다는 것일 뿐, 내가 이 만화의 사상을 결정지을 수는 없다.
또한 이 만화가 그렇다고 해서 나는 이 만화를 보지말아야한다는 말 따위는 하지 않겠다.
적어도 난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니까.
그리고 같은 이유로 나의 표현의 자유 역시 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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