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 Pan in NeverLand

2010년 10월 18일 월요일 날씨 맑음. 참을 수 없는 존재의 평범함. 본문

일기

2010년 10월 18일 월요일 날씨 맑음. 참을 수 없는 존재의 평범함.

☜피터팬☞ 2010. 10. 19.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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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시절에 난 내가 특별한 사람이길 바랐다.
 아마 많은 남자 아이들이 나와 같은 상상을 하며 자랐을 것이라고 혼자 추측하는데...

 언젠가는 내가 지구를 지키는 로봇을 조종하는 파일럿이 되기를 원하기도 했고,
 지구의 미래를 바꿀 어떤 운명의 힘이 혹 나에게 있었으면 하고 바라기도 했다.
 초능력이 있어서 무언가 남들은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었으면 하고 상상하기도 했고,
 내가 알지못하는 나의 과거-보통은 가족관계-에 의해 하루아침에 나의 평범한 일상이 바뀌기를 희망하기도 했다.

 ....요는 간단하다.
 나도 영화나 만화에 나오는 주인공이고 싶었던 거다.

 실제로 만화나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이 될 수는 없었지만,
 나는 운좋게도 다양한 영역에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솔직히 그냥 경험을 한 정도라기보다는 나름대로 인정도 받았다.
 그림으로, 노래로, 공부로, 글짓기로, 창작으로...
 이래저래 나는 내가 좋아하는 분야에서 적어도 못한다는 소리를 들은 적은 그닥 없다.

 어떤 일을 하면서 나의 가능성이 보일 때마다 나는 내 스스로가 자랑스럽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내가 특별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제껏 몰랐다가 발견한 나의 새로운 모습이 미래를 이끌어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평범한 일상을 살다가 어느 날 세계의 운명을 짊어지고 떠나야만 했던 반지의 제왕 속 프로도처럼,
 잘못건 전화 한통으로 여신들과 함께 살게 된 오! 나의 여신님의 케이치처럼,
 아버지없는 설움 속에 자라다 사실은 태양의 아들이라는 걸 알게 되는 그리스 신화 속의 파에돈처럼.
 그렇게 나는 나의 특별함을 늘 꿈꿔왔다.

 그러나 이런 서툰 기대가 그대로 현실이 된다면,
 아마 영화나 만화같은 산업들은 그렇게 대박을 칠 수 없을테지..^^;
 내가 하나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그것에 기대를 품을 때마다 그 새를 놓칠세라 찾아오는 단 하나의 사실은,
 나는 평범하다는 것이었다.
 내가 가진 가능성이나 능력, 재능이 사실은 얼마나 평범한 것인지를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없었다.
 돌이켜보면 내가 어찌나 평범한지 스스로의 평범함에 놀랄 지경이라니까.ㅋㅋㅋ

 평범한 것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세상의 그 어떤 것도 완전히 좋은 것도, 완전히 나쁜 것도 없거든.
 다만, 이제는 나이를 먹어서 유치한 생각으로 여길 법한(게다가 아마 많은 사람은 이미 관심이 없을) "특별함"을...
 머리로는 포기하는데 마음 속 저기 어딘가에선 포기하질 못하고 있다.^^;;

 그래서 아직 스스로를 피터팬이라고 생각하나봐.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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