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 Pan in NeverLand

2012년 1월 4일 수요일 날씨 맑은데 춥다. 가벼움과 무거움 사이. 본문

일기

2012년 1월 4일 수요일 날씨 맑은데 춥다. 가벼움과 무거움 사이.

☜피터팬☞ 2012. 1. 4. 22:51
반응형

 내가 나를 평가할 때 사용되는 키워드 중에 하나는 '무거움'이다.
 나는 어떤 일을 접할 때 진중하게, 진지하게, 의미를 부여하며 다가가는 것이 습관화된 사람이다.
 그래서 때로 웃자고 한 일에 죽자고 덤벼드는 일도 있고,
 상대방의 가벼운 말 속에 담긴 것들을 헤집어서 불편함을 꺼내놓는 일도 있었다.
 내가 이런 무거움을 지니게 된 것은 어떤 사건이나 내용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고 가치를 두려고 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성격의 내가 두어달 전부터 나꼼수를 들으면서 나의 이 주요한 키워드를 조정하려고 하고 있다.
 이게 전부 다 김어준 덕분이다.
 김어준에 대해서는 몇가지 소소하게 할 말이 있지만, 그건 나중에 그의 책을 리뷰하면서 쓰기로 하고.
 나꼼수를 들으며 내가 배우려는 자세는 바로 '쿨함'.
 이 쿨함은 다르게 표현하자면 가벼움이다.
 김어준의 쿨함은 그 어떤 무거운 이야기라도 그걸 무거운 그대로 전달하지 않고 가볍게 치환해버리는 능력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렇다고 해서 그 안에 담긴 의미나 가치가 가벼워지진 않는다는 이야기다.

 나꼼수를 듣는데 갑자기 조커가 내게 말을 건다.
 "Why so serious?"

 이건 접근 방식의 차이다.
 나는 사회적 현상이나 정치적 문제에 대해서 열성적이고 진지하게 접근하고는 했다.
 그래서 종종 핏대를 올리거나 분노하게 되는 일도 있었다.
 김어준은 똑같은 문제에 대해 가볍고 유쾌하게 만들어버린다.
 그래서 그는 웃고 조롱하고 풍자할 수 있다.
 그리고 웃고 조롱하고 풍자하면서 그 안에 담긴 가치와 의미를 날카롭게 집어낸다.

 거기가 포인트다.
 가볍게 접근하되 가볍게 받아들이진 않는다는 것.
 유쾌하고 발랄하게 이야기하되 실없고 무의미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

 아마 올해의 나꼼수는 여러모로 불안하지만 계속해서 방송을 해갈 것이고, 나는 그 방송을 꼬박꼬박 들을 것이다.
 그 안에서 지적하는 정치적인 쟁점들과는 별개로,
 올해 나의 화두 중 하나는 바로 이 쿨함-가벼움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나의 스승들이 무거움을 알려주었으니 이제는 가벼움으로 균형을 맞춰야할 때이다.ㅋ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