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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3월 27일 목요일 날씨 맑음. 정리에 관하여. 본문

일기

2008년 3월 27일 목요일 날씨 맑음. 정리에 관하여.

☜피터팬☞ 2008. 3. 27.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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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나란 인간은 참으로 정리란 것을 못 한다.

연구실의 내 자리는 나의 일반적인 상태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책상 위에 흩어져있는 이면지와 필기구들은 새삼스럽지도 않다.
보고난 후에 제자리에 꽂히지 못한 책들과 논문들은 혼란을 가중시킨다.
다 마신 커피잔과 어느 어느새 재털이로 변한 종이컵은 키보드와 모니터 사이를 자리잡고 있다.

방이라고 해서 딱히 다를 것은 없다.
부족한 공간 덕분에 책꽂이를 분양받지 못한 책들은 잠자리의 한 켠에 층층이 고층빌딩을 만들어간다.
이불은 침대인 양 전혀 개켜지지 않은 상태로 언제나 자기 자리를 고수하고 있고,
책상 위에는 컴퓨터 주변 기기들과 몇 장의  CD가 어지럽게 널려있다.

그러고보면, 나는 내 자신도 잘 정리하지 않는 듯도 하다.
머리는 매일 감긴 하지만, 면도는 일주일에 한 번으로 그친다.
손톱이나 발톱도 어느 순간 생각나면 손질할 뿐, 딱히 기간을 정해놓지도 않는다.
'정기적'이라는 말만큼 나랑 거리가 먼 단어도 없을 것 같다.
옷이나 머리도 그저 적당히 적당히 벗어놓고 입을 뿐, 맞춤이라던가 스타일이라던가 그런 건 없다.
난잡하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더라도 깔끔함과 단정함은 나랑 어째 매치가 안 되는 듯한 기분.

며칠 전에는 옷을 좀 잘 입고 나갔나보다.
그렇게 안 입는 내가 단정하고 깔끔하게 입고 나갔던 것 같다.
연구실 후배가 내 새로운 모습에 약간은 놀란 듯도 했으니까.
그런데 역시 나는 그런 거랑은 궁합이 안 맞는다.
결국 그 날은 내 얼굴을 난잡(?)하게 만들어버렸으니까.

이제는 하다하다 내 얼굴까지 정리 안 되게 만들어버리는구나..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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