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 Pan in NeverLand

2008년 9월 7일 일요일 날씨 맑음. 잠자리. 본문

일기

2008년 9월 7일 일요일 날씨 맑음. 잠자리.

☜피터팬☞ 2008. 9. 7.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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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잔치에 함께 가기로 한 친구를 기다리며 공원에 앉아 책을 보고 있었다.
자리에 앉아 책을 읽고 있던 내 시야에 낯익은 무엇이 잡혔다.
그것은 기묘한 자세로 배와 다리를 하늘로 향하고, 이런 표현을 써도 된다면, 누워있었다.

그건 잠자리였다.

잠자리는 누워있는 자세가 편하지 않았던 지 날개를 퍼덕이기도 하고,
배를 잔뜩 오무려 다리로 잡기도 하는 등 다시 일어나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그렇게 한 1분이 지났을까.
한참을 애쓰던 그 녀석은 잠시 조용해졌고, 나는 잠자리가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녀석은 잠시의 휴식 뒤에 다시 버둥거리기 시작했고 결국 자신의 몸을 뒤집었다.
잠자리의 애쓰던 모습을 보던 나는 안쓰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해서 그 녀석에게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곤충들에게 뒤집혀 있다는 것은 결코 편한 일이 아닐텐데, 그걸 그냥 지켜보기만 한 내가 조금 못된 것 같다는 생각도 하면서.
하지만, 조금 더 녀석을 관찰한 뒤 나는 내 손으로 잠자리를 뒤집지 않은 건 잘한 일이라고 믿게 되었다.

잠자리는 비행을 시도하고 있었다.
그 녀석의 상태로 짐작하건데, 이제 잠자리의 생명은 그다지 오래 남은 것 같아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 녀석은 자신의 마지막을 그냥 편안하고 조용히 보낼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몸을 뒤집은 후 다시 약간의 휴식을 취한 잠자리는 망설이지 않고 비행을 시도했다.
비록 그 비행은 자신이 원래 뒤집혀 있던 곳에서 50cm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추락해 버렸지만.
잠자리는 다시금 누워버렸고, 다시금 몸을 뒤집기 위해 버둥대기 시작했다.
나는 이번에도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그저 읽고 있던 책 사이에 손가락을 끼워 페이지를 구분한 상태로 그 잠자리를 물끄러미 바라보고만 있었을 뿐이다.
조금 전의 그 초라한 비행이 그 녀석의 마지막 비행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하지만, 그것이 그 녀석의 마지막 비행이었다.
잠자리는 공원에 깔려 있는 보도블럭 사이에 머리를 이상하게 쳐박은 상태로 미동도 하지 않았다.
다시 날기 위해 일어나려고 애쓰던 중에 마지막 기력을 다한 듯 보였다.

그래도 그 녀석은.
끝까지 날아보려고 했다.
그 모습이 그렇게 부러워 보일 수가 없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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