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 Pan in NeverLand

2008년 9월 8일 월요일 맑음. 낯설음. 본문

일기

2008년 9월 8일 월요일 맑음. 낯설음.

☜피터팬☞ 2008. 9. 9. 01:01
반응형
길을 걸으며 종종 책을 읽는 편이다.
특히나 재미있는 책을 읽을 때는 그 몰입감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한다.
지하철을 탈 때면 거의 항상 책을 꺼내보는데, 그 내용에 빠져들면 지하철에서 내려서 약속장소까지 가는 동안 내내 책을 들고 읽는다.
그리고 약속장소에 도착하면 아쉬운 마음으로 책을 덮으며 한숨을 쉬기도 한다.
밤에 집으로 돌아올 때면 가로등이 밝지않다는 사실이 원망스러울 때도 있다.

오늘은 교회 형이 빌려주었던 미우라 시온의 '월어'를 보고 있었다.
알바를 하기로 한 시간보다 여유가 한참이나 있어 천천히 걸으면서 책을 보고 있었다.
나는 '월어'를 그렇게 재미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내 착각이었는 지도 모른다.
책을 보다 고개를 들었을 때 나는 갑작스러운 어색함을 느껴야 했으니까.

재미있는 책을 만날 때 나는 종종 그런 느낌을 받는다.
책을 읽고 고개를 든 순간, 책 속의 세계에서 갑자기 현실로 돌아온 나는
약간의 시차를 느끼며 현실 속 풍경이 낯설게 느껴지면서 당황하기까지 한다.

어라... 조금 전까지 내 주변을 감싸고 있던 세계는 갑자기 어디로 사라진 거냐.

토끼를 따라 이상한 나라를 여행하고 돌아온 앨리스처럼 나는 소설 속 세계에 빠져서 물리적인 세계를 잠시 잊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느낌은 그리 최근의 것은 아니지만, 나는 그 느낌에 좀처럼 익숙해졌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특히 책을 마지막장까지 읽고 난 후에는 그러한 느낌이 더욱 강하게 느껴지곤 한다.

마치 여행에서 돌아온 듯한 기분이랄까.
먼 길을 떠났다가 집으로 향하는 길에 느끼는 약간의 안도와 나른함.
그리고 여행에서 경험한 즐거운 것들에 대한 회상과 아쉬움.

아마도 그것이 읽을 책이 없을 때 내가 느끼는 허전함과 어색함에 대한,
그리고 계속해서 책을 찾게 만드는 커다란 이유 중에 하나일 것이다.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