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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소설 - 중국 고적 발굴기 [진순신] 본문

감상과 비평/책

비소설 - 중국 고적 발굴기 [진순신]

☜피터팬☞ 2005. 1. 6.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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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연구하는 학문은, 아니 증명하는 학문은 크게 두 가지 분야로 나누어진다.
하나는 고대에 전해오는 문헌을 연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발굴을 통한 유적 및 유물을 중심으로 연구하는 것이다.
역사라고 하는 것은 단순히 문헌만으로, 혹은 유물이나 유적만으로 증명되거나 결정되는 것이 아니며, 이 두가지가 모두 갖추어져있을 때에 비로소 실제적인 의미가 된다.
이 두가지 분야 중에서 발굴에 관한 학문이 바로 흔히들 말하는 고고학이다.
(철모르던 시절엔 고고학과 사학의 차이를 잘 알지도 못했고, 인디아나 존스 덕분에 꽤나 낭만적인 상상까지 했었다..-ㅂ-;;)

이 책은 중국의 발굴에 관한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다.
은나라에서부터 당나라까지의 발굴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 송 때의 유적에 대해서도 조금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역시 기록이 잘 보전되고 그 내용에 신빙성이 높거나 증거가 될 유물이 많은 것보다는 기록이 미치지 못하는 시대,
혹은 전설처럼 여겨지던 것에 대한 발굴이나 문헌이 소실되어있는 시대에 관한 발굴이 훨씬 더 흥미진진하고 중요성이 더 높지 않겠는가.
(하인리히 슐리만이 찾아낸 전설의 트로이 유적이 바로 대표적인 예이다.)
그리고 나에게도 이 책에서 가장 흥미있던 부분은 바로 은나라와 주나라의 발굴에 관한 것과 진시황의 능에 관한 이야기였다.
(진시황의 병마용은 문헌 상의 어느 곳에도 기록되어있지않았다. 시황릉의 발굴을 통해서 비로서 문헌이 알려주지 않은 것을 알게된 것이다.)

발굴을 통한 유물들의 대부분은 모두 무덤에서 나온 것이었다.(물론 간혹은 종교 사원이나 종교 관련 건축물에서 나온 경우도 있다.)
실제로 사후 세계가 존재한다거나 혹은 죽은 후의 인간의 생활에 대한 사실 여부는 둘째로 하고,
어쨌든, 사람들은 죽은 후에도 살아있는 사람처럼 생활한다고 믿었기 때문에 후세의 우리들은 그 당시의 생활을 엿볼 수가 있었다.
죽은 사람의 집을 통해서 살아있는 과거의 시대로 넘어간다고 하는 이 묘한 느낌 때문에 고고학은 로맨틱한 느낌이 드는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실제로 고고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이 학문의 열악함(?)에 혀를 내두르더군...-_-;)

많은 능들이 도굴을 당했기 때문에, 모든 면에 있어서의 면밀한 관찰은 불가능하지만 남아있는 그릇이나 기타의 물품들을 통해서 당시의 생활 상과 기술 정도를 측정할 수 있었다.
또한, 무덤에는 책이 함께 들어있는 경우도 있어서, 그 당시의 학문 등에 대해서도 알 수 있는 경우도 있었다.
책에서 나온 이야기 중에는 손자 병법이 실제로는 두 종류라는 것, 즉 손무라는 사람이 쓴 손자병법과 손빈이라는 사람이 쓴 손자병법 두 가지가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당나라 시대의 능에는 벽화까지 있어서 그 당시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되어주고 있었다.
그 외에도 중앙 아시아에 남아있는 능들을 통해서 실크 로드의 실제성과 문화의 교류에 대한 가시적인 증거까지 볼 수 있었다.
지금까지 벌써 수많은 발굴이 이루어져 문헌의 부족한 점을 메꾸거나 잘못된 점을 바로 잡기는 하지만, 아직 이빨이 빠진 부분은 존재한다.
또한 발굴을 통해서 오히려 찬란한 기술이 어느 한 시기에 갑자기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미스테리도 동시에 등장하고 말았다. 마치 이집트의 피라미드처럼.ㅋ

이 책의 저자는 고고학이라는 상당히 딱딱한 주제를 다룸에 있어서도 결코 지루하게 이야기를 쓰지않았다.
(여담이지만, 이 저자는 추리 소설과 역사 소설에 조예가 깊었다. 아마 이 때문에 이 책이 지루하지 않은 모양이다.)
각 유물과 관련된 역사적 이야기나, 발굴 당시의 상황이나 일화 등도 곁들여가면서 이야기를 풍부하게 만들어가고 있었다.
다만 저자가 일본인이었기 때문인지, 중국의 유물을 비교함에 있어서 일본의 유물에 관한 예가 많이 나왔으며
일본과 중국 사이의 역사적 교류나 문화적 전파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만, 그 중간적 역할을 한 한국에 대한 이야기가 없는 것이 아쉬웠다.
또한, 생각보다 자료사진이나 그림이 빈약했고, 한자가 너무 많이 등장하는 것 역시 내가 이 책을 좀 더 흥미롭게 읽는 것을 방해하는 한 요인이었다.

하지만, 문헌의 빛이 비추지 못하는 저 과거의 중국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더 실증적인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게 해줬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기록이 미치지못하는 시간에 대해 실제의 증거들이 그 자신으로 당시의 시대를 조망해주는 것은 흥미롭지않은가. 이 책은 그런 안내기인 것이다.

역사란 흥미로운 영역이다. 왜 역사를 좋아하고, 지나간 이야기가 뭐가 중요하냐고 묻는다면,
역사란 어제의 우리 모습이고, 우리가 현존하는 의미와 가치를 일깨워며 내일의 다른 모습이기 때문에라고 하련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역사에 가치를 두고 그 실존성에 대해 의미를 두고 계속 찾아내고 발굴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단순한 전설이 아닌, 실제. 그것이 바로 발굴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힘인 것이다.

P.S : 나중에 조사해보니 이 책의 초판(번역본)은 상당히 오래전(1988)에 나왔었다. 어쩐지 책에서 언급한 발굴들은 전부 1980년대 이전이더라. 최근의 발굴 내용이 없어서 무척 아쉬웠다.

P.S 2 : 어떤 사람이 사마천이 쓴 '사기'의 내용은 믿으면서, '한단고기'는 허구라고 생각하느냐고 하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 사마천의 '사기'는 그 내용에 준하는 역사적 유물이 실존한다. 은나라의 갑골문자 등.. 은나라 문자로 확인해본 연대기와 '사기'의 '은본기' 연대기는 사소한 것을 빼놓고는 모두 일치한다고 하였다. 은나라 유물의 발견이 중국측에서 조작한 거대한 사기극이 아니라면, '사기'의 진실성은 그만큼 높아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한단고기의 내용을 증명해줄 유물이 실제로 존재하는 건 지 궁금하다. 쩝.. 근데 웬지 아쉽네...-_-a 한단고기가 사실인게 더 좋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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