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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데라]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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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 잡힐 듯 잡히지 않은 그 무엇. 그리고 나의 삶의 되돌아봄.
이 소설은 러시아가 체코를 침략하고 그것에 반한 운동이 한참이던 "프라하의 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 때를 살아간 네 명의 인물들.
토마스와 테레사. 사비나와 프란츠.
그들은 이 책의 제목처럼 가벼움과 무거움을 대표하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분류할 수는 없다.
그들은 각각의 영역에 서 있었지만, 그 안에서 또 다르게 구분할 수 있었다.
토마스 - 가벼움을 추구하면서 무거움을 원하는 인물. 그는 테레사를 사랑하면서 사비나와의 관계도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도 완전히 청산하지는 못한다. 그는 행동에 커다란 지침이 있는 것 같지만, 그것의 비중은 가변적이다.
사비나 - 그녀 삶의 주된 목적은 배반이다. 아니, 그녀가 매력을 느끼는 부분이 바로 배반이다. 그녀는 무거움을 두려워하고 재미없어한다. 그녀는 끝까지 가벼울 수 밖에 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사랑이 단순한 유희는 아니다.
테레사 - 그녀는 무거움이다. 그녀에게 삶은 무거움이었고, 사랑 역시 그러했다. 그녀는 토마스에게 짓눌리고, 어머니에게, 그리고 그 추억에 짓눌리며 살아간다. 그녀의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책임감과 약속이다.
프란츠 - 그 역시 무거운 인물이지만, 가벼움에 대해 알게 된다. 그는 무거움을 선호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가벼움이 무엇인 지 깨닫게 되고는 그 가벼움에 대해 어느 정도 받아들인 사람이다.
이 책은 단순하게 보면 네 사람 사이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토마스와 테레사. 토마스와 사비나. 그리고 사비나와 프란츠.
각각의 인물들은 자신들의 방식으로 사랑을 하고.. 아니, 그것을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는 지 자신이 없다.
하지만, 사랑이 아니라고 할 수도 없다. 그냥 사랑이라고 하자.
그래, 사랑을 한다. 하지만 그 사랑은 상대적이고 개인적이고, 또한 가변적이다.
그들은 시종일관 사랑한다. 그들은 작품 속에서 단 한번도 "나는 널 사랑했었다."라던가 혹은 "이젠 사랑하지 않는다"따위의 말은 하지 않는다.
그들은 계속해서 사랑하며, 사랑한다는 그 마음 자체만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 각자를 속박하고 구속하며 행동에 변화를 주는 것은 바로 그 사랑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방법으로 사랑을 하고 상대를 받아들이며 해석한다.
사랑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변하는 것은 나의 상황과 그 사람의 상황. 주변의 관계. 그리고 내 심정의 변화이다.
(이 심정의 변화라는 것은 사랑이라는 것의 변화가 아님을 밝혀둔다.)
그것이 그들을 떠나게 만드는 이유가 되기도 하고 계속 남아있게 만드는 이유도 된다.
토마스가 테레사에게 느낀 사랑의 감정은 테레사가 느꼈던 코드와는 다른 식이었으며,
토마스의 테레사에 대한 사랑과 사비나에 대한 사랑은 토마스라는 한 인물의(한 사랑의) 두가지 모습을 보여준다.
테레사의 토마스에 대한 사랑의 시작은 전혀 그가 의도하지 않은 그녀의 메타포에 의지하고 있고
프란츠의 사랑은 사비나의 스타일에서 근거하지만, 그가 좋아하는 스타일과 그녀가 호감을 갖는 남성상에는 큰 골이 있었다.
마찬가지로 사비나는 완벽하게 자신의 스타일에 충실함으로써 마지막에는 그녀 혼자 뿐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것을 불행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엇갈림과 만남. 차이와 공통점. 극과 극. 오해와 이해. 받아들임과 편견. 속박과 자유.
그리고 무거움과 가벼움.
내가 지금까지 읽은 책 중에서 유일하게 부제가 붙은 책이다.
아마 최소한 한 번은 더 읽어야지만이 이 책에 대한 내 나름의 서평을 할 수 있겠지 싶다.
단순하게 이야기될 수 없는 책이었기 때문이다. 각각의 내용들은 각각의 내용만으로도 이야기할 것들이 너무 많았다.
지금 써놓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조차 너무 피상적이서 글을 쓰는 것이 도저히 내키지 않을 정도이다.
하지만 정리하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아서.. 지금은 할 수 없을 것 같다.
나의 에너지가 가득 찼을 때는 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책에서 받은 감동에 마음이 가벼워져서 내 의지의 무거움을 실현할 수 없다.
사랑이라는 것. 삶이라는 것. 관계라는 것. 그것들을 받아들이고 소화하는 각각의 방식에 대한 이야기들.
어느 것이 옳다라고는 말하지 않는다.
다만 그들은 그 안에서 충실할 뿐이다.
충실함. 그것은 가벼움과 무거움을 동시에 담을 수 있다는 걸 지금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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