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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 하울의 움직이는 성 [미야자키 하야오] 본문

감상과 비평/애니

애니 - 하울의 움직이는 성 [미야자키 하야오]

☜피터팬☞ 2005. 1. 10.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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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우리는 미야자키의 새로운 세계로 들어갈 준비를 마쳐야한다.
그는 '원령공주'와 '센...'에서 느껴지던 다카하타의 색깔을 벗어버리고 그만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무국적인 그러나 분명히 일본이 아닌 서양의 색을 입고 있는 그만의 모습으로.

미야자키 최고의 남자 주인공 '하울'
미야자키를 상징하는 80세의 노인으로 변해버린 '소피'
최초의 '러브 스토리'
SMAP의 기무라 타쿠야의 목소리
판타지적인 느낌이 가득한 세계

이 애니메이션 역시도 미야자키만의 독특한 상상력과 풍부한 감수성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한 장면, 한 장면 결코 놓칠 수 없는 아름다운 영상들이 보는 사람의 넋을 빼놓는다.
10대의 소녀에서 80세의 할머니로 변한 소피의 귀여운 행동들과 하울의 멋지면서도 연약한 모습은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게 전부다.
....
어이가 없군. 대체 왜 이런 만화를 만들어낸 것인 지..-_-;

이 애니에서는 미야자키 특유의 맛을 찾아볼 수가 없다.
그림, 영상, 음악, 심지어 철학까지도 미야자키의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건 그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가 지금껏 해왔던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다.

기존의 지브리 작품처럼 억지스럽지않고 자연스러운 이야기가 아니었다.
이 만화영화는 맥이빠진 듯, 시간에 쫓긴 듯 이야기가 비약되고, 압축되어진다.
한 마디로 이해할 수 없는 스토리인 것이다..-_-

어떤 사람은 이 영화가 반전영화라고 하더군.
하울이 대표하는 것은 약소국 하지만, 뭔가 중요성을 띄고 있는 약소국이고(어쩌면 이라크)
그렇기 때문에 설리반이나 황야의 마녀같은 강대국을 상징하는 인물들이
그를 가만히 두지 않고 소유하려한다는 것이다.
설리반이 하울울 자신의 곁에 두려고하는 이유가 겉으로 보기에는 얼핏 옳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의미를 알 수 없는 것은 꼭 미국이 하는 짓과 비슷하다.
그리고 소피는 바로 미야자키의 이상이다.
결국 미야자키는 세상의 전쟁을 멈출 수 있는 것은 사랑뿐임을 강조하는 것이고,
설리반은 영화의 마지막에 결국 악을 멈출 수 있는 것은 사랑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전쟁을 멈추게 한다는 것이다.
영화 평론가 정성일씨도 이런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이 영화는 이번 이라크 전쟁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 참 많이도 나온다고.
하지만.. 하지만, 뭔가 아쉽다.
이 해석을 읽다보면.. '아, 그렇구나'하는 느낌은 들지만, 그래도 지금까지의 미야자키의 모습과는 많이 틀리다..-_-
설리반이 미국이라면.. 결국 미야자키는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고 싶지 않아서 전쟁의 명분을 이야기하지 않은 것인가?
아니면, 그는 진정으로 미국이 왜 전쟁을 하고 있는 지에 대한 자신만의 정의가 없는 것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모든 전쟁은 저렇듯 이유가 없음을 이야기하는 걸까?
하지만, 이 전쟁은 종국에 가면 이유가 없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증명된다.
하울이 악해지지않을 것이라는 것이 증명되는 순간 전쟁은 멈춰지잖은가.
아무튼 이 영화를 반전영화라고 한다고 해도 찜찜한 구석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적어도 미야자키라면 지금까지의 그의 작품들로 비추어봤을 때
이런 식으로 주제를 얼버무리진 않았을 꺼라는게 내 생각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의 주제는 대체 무엇인가?
나는 배포측의 상업적인 목적으로 만든 카피일 지도 모르는 사랑이야기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정말로 80세가 되어버린 10대의 소녀가 사랑을 찾아가는 판타지 로맨스라고 생각하고 싶다.(적어도 지금은)
왕자님의 키스로 마법에서 깨어나는 공주님에 대한 옛날 동화처럼, 이 영화도 사랑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 만화 영화는 고전처럼 단순히 수동적인 서로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구원의 대상이 되어주는, 현대판 동화인 것이다.
오로지 모자를 만드는 것만 생각하고 있던 소피는 할머니가 되면서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의 힘으로 바꾸기 위해 길을 떠난다.
(만화 영화 초반에 소피의 동생이 그녀에게 외치던 대사들을 잘 기억해보자~)
또한 하울은 우리가 동화 속에서 흔히 봐오던 백마를 탄 완벽한 왕자님이 아니다.
그는 겁도 많고, 약점도 많은 캐릭터이다.
결국 하울은 소피에 의해서, 소피는 하울에 의해서 자신의 원래의 모습을 찾아가게 되는 것이다.
결국 전쟁은 부수적인 것이고, 단순한 도구였기 때문에
미야자키는 그 전쟁이라는 것을 이처럼 단순하고 애매하게 배치한 것은 아닌 지.
(알프래드 히치콕의 '새'에서도 비슷한 장치가 엿보이기에 나는 이 쪽에 더 마음이 간다.)
또한 이 만화는 사랑 이야기가 되었을 때 더욱 빛을 발하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10대의 감성을 간직한 80세 할머니의 행동들은 그 자체로 귀엽고도, 신선하다.
주름진 할머니가 선보이는 귀여운 표정과 행동들. 또한 80세이기 때문에 가능한 10대 소녀의 모습들.
강력하지만, 동시에 연약한 모습을 지닌 최고의 히어로 하울에게 마음을 빼앗기지 않을 여자 또한 없을 듯 하다.
결국 반전영화와 마찬가지로, 사랑 이야기가 되었을 때도,
우리를 우리의 모습으로 존재하게 해주는 것은 '사랑'이라는 주제는 변함이 없다.
마지막의 허수아비의 변신은 그야말로 고전적인 동화의 한 단면.^^

어쨌든, 이 영화는 단순히 소녀들의 미소년에 대한 취향을 만족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치부해도 좋긴하지만..ㅋ
할머니가 되어서 더욱 귀여운 소피와 캘슈퍼와 마르클 등등의 기존의 미야자키의 작품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최고의 조연들이 어우려져 만든 멋진 판타지 로맨스였다.
'고양이의 보은'이 '귀를 기울이면'의 고양이 남작을 다시 한번 써먹기 위해 만들었다는 후문처럼, 이 만화영화도 '센과 치히로'의 리메이크가 아닐까하는 의심을 지울 수는 없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미야자키의 만화 중에 이처럼 즐겁고, 유쾌하고 또한 귀여운 만화영화는 또 없었던 듯 하다.

어쨌든 주제는 사랑!! 당신은 당신의 하울을.. 혹은 소피를 만나셨는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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