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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소설집 No.4 [배수아]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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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4학년 때 '문학과 사회'란 수업을 들었다.
그 때 수업은 매주 단편을 읽고
소설의 주제와 사회 문제를 연결해서 발표를 하는 수업이었다.
그 당시에 읽었던 소설들을 최근 하나씩 꺼내어 다시 보고 있다.
그런데 왜 배수아를 먼저 들었을까..-ㅅ-
실수다. 나는 듀나를 읽으려고 했는데.
배수아의 소설은 내가 한국 문학에 대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을 일깨운다.
어린 시절 한국 소설을 읽을 때 나는 그것들이 지나치게 어둡고 어렵다고 생각했다.
우리 나라의 근대와 현대는 격동적이라는 말을 사용할만큼 격변하고 있었고,
그에 따라서 가치의 혼란과 사회 구조의 변화가 심하게 일어나고 있었던 만큼
그 당시 소설들의 분위기가 그러한 것은 필연적인 일이었다.
삼국지나 퇴마록을 즐겨보던 나는 그런 무거운 분위기를 즐길 수가 없었다.
나는 한국 문학을 괜시리 어렵고 무게를 잡는, 읽어봐야 무슨 의미인 지 알 수도 없는 것으로 여겼다.
무엇보다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던 것이 가장 큰 문제였을 것이다.
가치의 차이는 작가의 세대와 독자의 세대 사이에도 존재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배수아의 소설이 한국 사회의 문제를 건드리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일깨운 건 아니다.
(물론 완전히 동떨어져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사회적 문제를 직접적으로 건드리진 않는다는 것이다.)
'소설집 No. 4'에 실린 단편들은 회색빛 구름을 낮게 드리우고 있는 빽빽한 빌딩의 도시를 연상시킨다.
거리는 황량하고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무표정며 다른 사람에겐 아무 관심없이 자신의 세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객관화된 것은 존재하지 않고 내가 믿고 싶은데로, 내가 보고 싶은데로, 내가 듣고 싶은데로 존재할 뿐이다.
단절.
그녀의 소설들은 기만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그들의 기만은 로맹 가리의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에서처럼
적극적으로 자신을 속이며, 내가 왜곡한 세계를 진실인 양 포장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그들에게 기만은 사회적 구조가, 인생의 모순이 만들어놓은, 자기 자신은 어쩔 수 없는 것들이다.
아니, 어쩔 수 있다고 하여도 그들은 기만에 대해서 아무런 의지도 보여주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은 필연적으로 각자를 소외시키고 극도의 외로움과 허탈함을 불러일으킨다.
들리지않을 노래와 읽히지않을 소설처럼, 절대 표출되지 않는 감정과 대화.
모든 것은 자기 안에서만 의미를 지닐 뿐이고,
그 의미의 진실이 외부에서 다가올 때 느껴지는 감정 역시 지극히 자신만의 몫이다.
소설집은 무덤덤한 듯하지만, 결코 무덤덤하지 않는 느낌을 우리에게 던져준다.
작가가 소설 전반에 깔아놓은 단절과 소외는 어쩌면 작가와 독자 사이에도 놓였는 지도 모른다.
작가는 자신이 하고싶은 이야기를 소설집에 가득 담아놓았지만,
그것은 작가 자신의 세계에서만 공허하게 메아리칠 뿐, 그 의미는 독자들에게 명확하게 다가가지않는다.
독자인 내가 느낄 수 있던 것은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만들어낸 자기만의 (기만적인) 세계와 외로움이었다.
단지 그 느낌...만 남아있을 뿐.
그러나 느끼게 할 수 있다는 것이 아무 의미도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배수아의 소설을 통해서 나와 타자의 단절과 소외를 자각하게 된다.
끝없는 외로움 속에서 그녀는 아무런 대답도 해주지않았다.
기만이 가지고 있는 거대한 무게만을 우리에게 올려놓고 아무런 말도 하지않는다.
그것은 독자가 계속해서 고민해야할 부분일까.
적어도 나는 고민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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