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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 탐구/낙서

오래된 취미

☜피터팬☞ 2010. 5. 7.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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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쉽게 편견에 사로잡혀 바라보는 취미 생활을 즐긴다.
사람들이 편견을 갖기 때문에 즐기는게 아니라 즐기다 보니 내 취미가 그렇다는 걸 알았다.
이제는 청년에서 장년으로 넘어가는 나이에 있으면서도 여적 그런 걸 즐긴다고 하면
아마 십중팔구는 나를 오덕후라고 생각할 것이다.
여기서 약간 고깝게 말하자면, 제대로 알지 못하고 몇몇 단편적인 사실 혹은 현상을 보고는 오덕이라고 하는 것이나
넷상에서 별다른 근거없이 자신의 생각이나 사상과 다르다고 무조건 빨갱이 딱지 붙이는 것이나 별 차이가 없다는 것 정도는 인지하자.
혹시라도 그런 편견에 사로잡혀있었던 사람이 있다면 곰곰이 생각해봐라.
과연 오덕의 정의가 무엇인지.
특정 취미 생활 즐기면 오덕인지. 무상급식 주장하면 좌파빨갱인지.
둘 다 그렇다고 인정하면 나도 반론 안 하겠다.-ㅂ-
나는 그런 사람을 사람으로 취급은 안 하니까.ㅋㅋ

하여간에 또 쓸데없이 서론만 길었는데.. 아마 이미 알고 있거나 눈치챘을 꺼라고 생각한다.
여기 일기장에도 몇번이나 언급했었고, 어디가서 숨기는 것도 아니고 내 취미는 만화, 프라, 레고 등이다.ㅋㅋ
만화라고 하면 단순히 보는 것에서 그리는 것까지 모든 영역을 다 포함하고 있고,
프라는 단순 조립을 넘어서려고 계속 발버둥치는 정도이며, 레고는 단순 제품 수집이 아닌 창작을 더 좋아한다.

생각날 때마다 던지는 질문인데, 나는 내 취미들을 관통하는 의미가 있는가에 시간을 할애하곤 한다.
취미 생활에 대한 일관성이나 의미부여가 중요한 것은 아닐 지 몰라도
내가 나 스스로를 이해하는 방법 중에 하나라고 생각해본다면 그리 쓸데없는 것만은 아니라고 믿는다.ㅎㅎ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결론은 종종 '상상력의 발현'으로 귀결되곤 한다.
좋아하는 장르도 SF, 판타지, 호러 등 초현실적인 작품들을 좋아하는 걸 보면 아마 거의 정답인 듯 하다.

그래서 이렇게 상상력을 자극하는, 혹은 상상력을 실현하는 취미들 중에 가장 오래된 것은 무엇이냐?
흠... 내 기억을 더듬어보면 만화는 초등학교 4학년 무렵부터, 프라는 초등학교 3학년, 레고는 아마 더 오래 된 것 같다.

그 중에 프라를 어떻게 시작했나에 대해 기억을 더듬어보니 꽤 재미있는 기억이 난다.
초등학교 3학년엔 보이 스카웃을 했었다.
그 해 여름방학에 2박 3일의 첫 야영을 갔었고, 야영 막바지에 그동안 배운 서바이벌 지식에 관한 퀴즈가 나왔다.
내가 맞춘 문제는 숲 속에서 길을 잃었을 때 방향을 구분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하는 것이었다.
야영 중에 배운 지식이었는지, 내가 원래 알고 있던 것인지 지금은 정확하진 않지만,
어쨌든 그 문제를 맞췄고(지금 생각하니 꽤 기특하다..ㅋㅋ) 선물을 받았다.
그 선물이 바로 내 프라의 첫 걸음이었던 '드라고나 2호기 커스텀'이었다.
ㅋ 기억난다.
파란색에 바탕에 둥근 머리와 둥글고 큰 백팩에 달린 긴 포대가.
(내 첫 시작이 드라고나여서인지는 몰라도 나는 꽤 오랫동안 건담보다 드라고나를 더 좋아했다.
물론 작품성이나 인지도에서 드라고나와 건담은 하늘과 땅 차이..까지는 아니더라도 꽤 난다.)
그렇게 시작한 프라는 꽤 오랫동안 내 삶에 영향을 미쳤고, 그 후 내게 생기는 모든 용돈은 전부 프라에 들어갔다..;;
어린 시절 내 용돈은 부모님께 받은 건 하나도 없었고, 설날이나 추석 때 친척들이 주는 것이 전부였는데,
그 때 받은 용돈의 80%가 모두 프라로 환원되어 돌아왔다.^^;
물론 그 당시에 샀던 프라 중에 지금까지 가지고 있는 것은 거의 없긴 하지만..ㅋ

암튼 그 때는 도색이나 개조는 돈많은 집 형들이나 할 수 있는 호사스러운 작업일 뿐이었다.
사고싶은 프라들이 아직도 산더미같은데 어디 물감같은 것에 돈을 쓸 수가 있단 말인가..;;
일년에 겨우 두 번 정도 생기는, 그것도 평균 5만원이 채 안 되는 그 귀중한 돈을 말이다.
초창기엔 2500원이면 최고급 킷을 살 수 있었지만 반다이 제품이 수입되고는 점점 더 까다롭게 골라야만 했다.;;
물가는 오르는데 내 용돈은 언제나 고정이었단 말이지..ㅠ.ㅠ
그래서 장난감 가게에서 프라를 고를 때 2~3시간 정도를 설명서와 디자인을 따지는데 허비하곤 했다.
다 살 수는 없으니 최대한의 만족도를 얻기 위한 신중함이 발휘된 순간이었다고 할까.^^;;
지금 생각해보니 친구네 아버지가 운영하시던 장난감 가게의 단골 손님이었던 나는 친구 아버지께 꽤 귀찮은 존재였을 지도 모르겠다.ㅋㅋ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 취직을 하게 됨과 동시에 다시금 프라에 대한 열정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반다이의 기술력 향상으로 어린 시절 꿈에서나 그리던 프라를 실제로 만져볼 수 있게 된 것도 하나의 이유지만,
확실히 프라는 돈지랄이기 때문에 재력이 확보되기 전까지는 마음껏 즐기기가 힘들었다는 것이 또 다른 이유가 될 것이다.
(취직하기 전에 만들었던 잉그램은 돈많은 사람이나 도색한다는 어릴적 판단이 크게 틀린 것은 아님을 증명해줬다..;;)
취직해서 돈버니까 마음 속 깊숙한 곳에서 잠들어있던 욕망이 다시금 용트림하면서 뛰쳐나온 거지..ㅋㅋ

집에서는 도색을 제대로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어서 최근까지 작업실을 알아보고 있었다가 거의 포기할 무렵...
용마산 근처의 작업실까지 알게 되어 찾아가기로 했다..-ㅂ-
이제 다시 본격적으로 즐겨보는 거다.
어린 시절의 향수와 동경, 꿈 그리고 즐거움이 한데 버무려진 이 엄청난 매력덩어리를 말이다.

점점 더 깊이 발이 빠지는 느낌이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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