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 Pan in Never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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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 탐구/낙서

Moon Alone

☜피터팬☞ 2008. 12. 7.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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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를 피우러 나가기 위해 문을 연다.
밖에 나가서야 담배가 점퍼가 아닌 웃옷 속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 점퍼 지퍼를 닫은 걸 후회한다.
담배를 한 대 물고서 하늘을 보니 캄캄한 밤에 달 하나만 덩그마니 놓여있다는 걸 안다.
아직 이른 밤이라서 일까. 왜 하늘엔 별 하나 없이 달만 보일까.
그것도 달빛조차 보이지않아 초라해 보이기까지한 달만.


많은 친구들이 온 것은 아니었다. 연중 행사 중에 하나로 언제나 그래왔듯 만난 대학 동기녀석들. 언젠가부터 대학 동기 모임에는 곧 결혼할 여자친구나 동기들 사이에서 익숙한 여자친구를 데려오는 것이 당연해져 버렸다. 오늘은 세 커플. 그 중 한 커플은 내년에 결혼한다고 동기 모임을 통해 청첩장을 돌리기 시작했다. 나는 진심으로 그들을 축하했다. 내 친구와 그의 아내가 될 사람은 정말로 잘 어울려보였고, 서로의 미래를 약속하는 사회적인 제도에 대해서 나는 축하해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내 친구는 사람들의 축하를 받느라 정신이 없었고, 그의 표정은 계속 행복한 상태로 머물러 있었다.
자리에 앉아서 앞에서 익어가는 고기들을 먹으며 친구들이 권하는 술을 마셨다. 가끔 그들의 이야기에 장단맞춰 웃어주면서 먹고 마시기를 반복했다. 친구들이 하나씩 늘어나기 시작했고, 술자리가 으례 그렇듯이 서로 자신의 잔을 들고 이 자리, 저 자리로 옮겨가면서 때로는 혼자서, 때로는 서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배가 어느정도 불러오면서 나는 내가 한동안 아무말없이 그저 멍하니 술집에 걸린 TV를 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같은 해에 같은 대학, 같은 과에 입학한 친구들이지만, 나의 뒤늦은 복학 때문에 만들어진 약간의 거리는 여전히 내게 남아있었던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취직한 녀석들은 이번 주식 폭락으로 타격이 꽤 있었던 모양인지 그 주제로 한동안 이야기를 이어갔다. 몇몇 친구들은 이번에 결혼하기로 한 친구와 그 친구의 여자친구를 상대로 술잔을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시끄럽다. 화장실을 간다는 핑계로 슬쩍 자리에서 일어났다.


담배를 피우러 나가기 위해 문을 연다.
밖에 나가서야 담배가 점퍼가 아닌 웃옷 속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 점퍼 지퍼를 닫은 걸 후회한다.
담배를 한 대 물고서 하늘을 보니 캄캄한 밤에 달 하나만 덩그마니 놓여있다는 걸 안다.
아직 이른 밤이라서 일까. 왜 하늘엔 별 하나 없이 달만 보일까.
그것도 달빛조차 보이지않아 초라해 보이기까지한 달만.

경기불황이라고는 하지만 거리에는 사람들이 북적인다.
다들 삼삼오오 무리지어서, 종종 걸음으로 어딘가로 향한다.
나는 담배를 반쯤 태우다 혼자 노래를 흥얼거린다.

"Anybody find me somebody to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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