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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 탐구/낙서

갑자기...

☜피터팬☞ 2008. 7. 1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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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까지 나는 일본 괴담 작가인 쿄고쿠 나츠히코의 '우부메의 여름'을 무척 재미있게 읽었고,
그 탄력을 받아서 리차드 매이슨의 '나는 전설이다'에 접근했지만,
생각만큼의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책 후반의 단편을 스킵하고 넘어갔다.
그리고 오늘 움베르토 에코의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을 집어들었는데...
아직 그다지 큰 흡입력을 찾아내지 못하고 뜻뜨미지근한 상태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우부메의 여름'이 가진 분위기에 너무 심취해있었던 것 같다.
그 책의 경우 불가해한 일들을 현상학적, 심리학적으로 접근하면서
초자연적인 현상에 대한 나름의 기준을 제시하는 추리 소설 형식의 책이었는데,
그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 나름대로 많은 생각을 해야했다.
그러다가 리차드 매이슨의 생각보다 가벼운 공포 소설에 실망했고,
움베르토 에코에 반사적으로 기대를 높게 잡았다가 더욱 가벼운 내용에 몰입하지 못하고 있다.
(움베르토 에코에게는 철학적인 내용을 기대했는 지도 모르겠다..ㅋ)

책 분위기가 '갑자기' 변해버려서 독서의 맛이 떨어지고 있는 상태다.


'갑자기'의 사전적인 의미는 '미처 생각할 겨를도 없 급히'라고 DAUM사전에 나와있다.

'갑자기'라는 말 자체가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이런 갑작스러운 일들은 보통 좋은 일보다는 나쁜 일이 더 많은 것 같다.
이를테면, 빨간 딱지 비디오를 보고 있을 때 '갑자기' 부모님이 오시는 바람에 낭패를 봤다던가,
온도가 갑자기 변하는 바람에 감기에 걸렸다던가,
교수님이 갑자기 중간 시험을 보자고 하는 바람에 평소 하지도 않던 공부를 해야 한다던가.



물론 '갑자기'라는 말이 들어가는 좋은 상황도 많다.
'갑자기' 찾아온 사랑이라던가,
'갑자기' 수업이 휴강되었다던가, 등등.
그런데, 갑자기라는 말은 사전적으로도 정의되어 있듯이
뜻하지 않게 찾아온 것이고 준비되어 있지않은 상황에서 찾아오는 것이다.
그래서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지않음에도 (적어도 내게는) 부정적인 결과를 이끌어내는 경우가 많다.
좋은 의미로 사용한 '갑자기'의 경우에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뒤끝이 좋지않은 케이스다.
갑자기 사랑이 찾아왔지만, 내가 그 사랑을 안정적 단계까지 끌어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던가,
갑자기 휴강이 되어버렸지만, 막상 무얼 할 지 고민하다가 다음 수업이 되어버렸다던가, 등등.

'갑자기'라는 말에는 준비하지 못한 상황에 대한 당황과 곤란함이 묻어나는 것 같다.
개인이 가진 임기응변과 감각에 따라서 그러한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과 진행은 다르겠지만,
어쨌든 그다지 달갑지도, 즐겁지도, 안정적이지도 않다.

....

암튼, '갑자기'라는 건 좋지않은 느낌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하고 싶은 말의 전부야..-ㅂ-
그러니까 낙서, 그 자체라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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