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남단의 7광구의 이클립스 호에서는 오늘도 시추작업이 한창이다.
갖가지 위험스런 상황에서도 대원들은 석유를 캐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성과는 없다.
그렇게 작업이 한창이던 어느 날 전임 캡틴 안성기는 대원들을 철수시키기 위해 투입되고
석유를 포기할 수 없던 하지원은 안성기를 설득해 한달동안 시추 작업을 더 진행하기로 한다.
그러나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석유가 아니었다. 그것은....
엄청난 지루함이었다!!!! -ㅂ-;
최근 여러가지 이유로 너무나 지쳐있던 스스로에게 선물을 줄 마음으로
청량리에 있는 롯데 시네마에서 4D로 개봉한 7광구를 봤다.
영화 자체보다도 아바타 이후로 3D영화도 못 본 터에 4D에 대한 궁금증이 작용한 결과였다.
하지만 결과는.. 앞서 말한 것처럼 의자에 짓물린 내 엉덩이가 불쌍할 정도였다.-ㅅ-;
영화 도입부는 다이나믹하다.
영화의 도입부는 4D의 효과를 굉장히 잘 살리면서 시작한다.
바닷속, 인간이 감히 쉽게 들어가지 못하는 미지의 영역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컴퓨터 그래픽이 만든 입체감과 함께
4D가 아니었으면 절대 느낄 수 없는 몸으로 전해지는 효과들로 인해 적절한 긴장감과 기대감을 갖게 한다.
많은 블록 버스터 영화가 그런 것처럼 영화의 도입부는 다이나믹하고 역동적인 장면들로 관객의 몰입을 요구한다.
전사의 이미지를 보여준 둘
그리고 그게 끝이다..-ㅅ-;
영화는 그 이후로 긴장감도, 공포도, 감동도, 웃음도 주지 못하고
나머지의 시간을 어영부영 떼우며 4D의 효과만 각인시킬 뿐이다.
괴물을 소재로한 블록버스터 영화를 표명하고 있으면서
같은 장르 영화의 클리셰를 따라가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완성도 높은 스토리를 통해 관객을 매료시키지도 못한다.
결국 영화의 완성도가 느슨하다 못해 바닥에 질질 끌려다닐 정도...;;
영화의 가장 큰 문제는 괴물 그 자체다.
영화 속 괴물은 그다지 매력적이지도 독특하지도 않다.
그저 혐오감만을 주려고 했다면 그 나름대로 성공이라고 할 수 있을까.
괴물 영화인데 괴물에 대한 설정 자체가 너무 빈약하다고 할까.
괴물의 탄생 배경을 보면 결국 인간의 욕심 때문인데,
이 부분이 영화 속에서 전혀 부각이 되지 못하다 보니
괴물은 상징성을 전혀 갖지 못하고 그에 따른 감동이 전혀 없다.
결국 영화에서 주목하게 되는, 그리고 영화가 보여주려는 긴장감은
그저 주인공들과 괴물의 사투 뿐이다.
좋다.. 뭐 그런 상징성.. 굳이 없어도 된다. 꼭 뭔가 상징적인 영화만 재미와 감동을 주는 건 아니니까.
하지만 이 괴물이라는 캐릭터가 갖는 문제는 단순히 이런 부분에서 그치지도 않는다.
가장 기본적으로 괴물이 인간을 공격하는 패턴이나 괴물의 행동이 그다지 일관적이지도 않다.
(괴물의 설정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음을 여실히 드러내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괴물의 행동이 나름의 이유와 패턴을 갖게 되면 관객은 영화의 진행 속에서 나름의 예측을 하고,
그것이 상상력을 자극하며 주인공들의 행동이나 이야기의 전개 속에서 관객 스스로 긴장감을 만들어내는데...
이 영화 속 괴물은 그저 괴성을 지르며 사람들을 죽여서 끌고가는 것 이외에 아무런 특징을 만들어내질 못 했다.
더군다나 끌고간 사람들은 결국 새끼를 배양하기 위한 영양소로 쓰는 것 같은데...
여기는 설정이고 배경이 전혀 없어서 보면서 그냥 에일리언 2를 따라했다는 느낌 밖에 떠오르질 않는다.
7광구 괴물만의 특징이 없냐고 하면 그건 절대 아니지만
결국 그런 특징을 살릴만한 영화 속 장치는 거의 없다고 봐야지.
관객은 그저 지독히도 안 죽는 괴물이 쿵쿵대고 뛰어다니며 소리를 지르는 장면을 지겹게 봐야만 한다.
블록버스터 영화니 화려한 볼꺼리를 만드는 목적에 충실한다는 건 알겠지만,
최소한 이야기라면, 거기다가 괴물이라는 미지의 생명체를 등장시켰는데 긴장감이 없다는 건 큰 문제다.
그저 뻥뻥 터지는 세트들과 화려한 카메라 워크만으로 관객들이 좋아할 꺼라고 생각하는 건가..-ㅅ-;
괴물이 그다지 긴장감을 주지 못한다면 캐릭터들의 갈등을 통해서라도 긴장감을 유발할 수 있어야 했는데
(애당초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로 승부를 볼 것이 아니었다면 말이지...)
연기력을 검증받은 화려한 배우진들에 비해서 등장인물들 간의 갈등 역시 괴물의 지루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영화 속에서 이런 갈등의 요소를 보여줄만한 캐릭터는 먼저 안성기...-_-
안성기는 영화의 전개와 함께 숨겨진 목적이 드러나는 역할이다.
개인적으로 안성기는 캐릭터 관계의 반전을 던져주어야 하는 인물었다고 생각한다.
카리스마넘치고 자상한 캡틴의 이미지에서
석유에 대한 욕망으로대원들을 사지에 몰아넣는 실수를 저지르는 역할이 안성기인데...
이런...
그는 끝까지 그저 카리스마넘치고 자상한 이미지에 책임감까지 덧씌운 모습만 보여주다가 끝난다.
마지막에 그는 자신이 만든 괴물과 목숨을 걸고 싸우는 '전사 안성기'의 이미지를 남긴 것은 좋았는데...
그렇게 쉽게 포기할 꺼 뭐하러 괴물이 그렇게 거대하고 무시무시하게 될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게다가 석유 시추선에서 그런 괴물을 배양하는게 캡틴이라는 직함 하나만 있으면 가능한 일인가..;;)
자신의 욕심과 대원들의 생명 사이에서 고민하는 내면적 연기를 표현하지 못할 정도의 연기력도 아니고...
상황이 그 정도였으면 하지원하고 충돌이 발생할 한데.. 그마저도 너무 짧아서 임팩트도 약하고...-ㅅ-;
아무리 생각해도 안성기씨의 역할은 아쉽다. 멋지긴 했지만..-ㅅ-;
두번째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인물은 신임 캡틴이다.
이 신임 캡틴이 안성기보다 순위에서 밀리는 이유는 괴물의 탄생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팀원에게 지지받지 못하는 소극적인 성격의 캡틴의 존재는 극박한 상황에서
갈등 유발 요소로 뻔하지만 아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데, 그런 모습은 마지막에 아주 잠깐 등장하고 끝..;;
영화 진행 내내 존재감이 드러나는 경우는 그저 하지원과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 이외에는 전혀 없다.-ㅅ-;
갈등을 만들어내려면 신임 캡틴과 전임 캡틴의 충돌, 그리고 그 안에 애매한 위치의 대원들... 와.. 많네..'-'
소극적이고 지도력이 부족해보이는 이런 캡틴이 오히려 결정적 역할을 하면서 나름의 감동을 줄 수도 있는 건데..
이건 뭐,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고... 갈등도 없고.. 긴장감은 당연히 없고...헐...
영화에 아주 약간의 배경 설정을 암시하는 것만으로도 두 캐릭터는 충분히 갈등을 유발할 수 있었다구.
영화 초반을 장식하는 고생스런 시추 작업은 대체 무엇을 위해서 인가? 결국 돈아냐?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이런 영화에서 나올 수 있는 인물은 탐욕에 물든, 회사의 입장을 대변하는 캐릭터잖아.
석유 시추가 핑계고 사실은 괴물을 배양할 목적으로 다시 돌아온 우리의 캡틴 안성기씨는 영화 속에서
주인공들이 괴물을 죽이는 걸 방해하고 그들을 사지에 몰아넣는 걸로 극중 긴장을 끌어내는 편이 좋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런 욕망과 생사의 기로 사이에서 발생하는 갈등은 극중 긴장감을 훨씬 더 끌어낼 수 있지않았을까.
캐릭터 간의 갈등이 긴장감을 유발하는 아주 좋은 예는 스티븐 킹 원작,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의 '미스트'다.
'미스트'에서 괴물보다 더 큰 공포를 유발하는 인물은 광신도인 카모디 부인이다.
영화를 본 사람은 그녀가 유발하는 갈등이 관객들에게 얼마나 엄청난 공포를 던져주었는지 잘 알 듯.
여튼 '7광구'는 그런 갈등이 전무한 덕분에 관객에게 재미를 줄 수 있는 긴장감 유발이라는 책임이
순전히 괴물이라는, 그나마도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한 캐릭터의 두 어깨에만 올려져 있었던 샘이다.
그리고... 오지호는 대체 뭐니...-ㅂ-;;
이 친구의 영화 속 존재감은 과연 있기는 한 건 지...;;
오토바이만 멋지게 타는 모습 보여준 거말고 뭐가 있어...;
아.. 마지막에 괴물이랑 벌이는 사투?? 지루한 영화 진행 중에 가장 지루했던 장면...ㅋㅋㅋ
배우의 이름값이 있기에 존재감없는 캐릭터에게 나름의 존재감을 주려고 억지로 넣은 장면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이 영화에서 그나마 볼만한 건 이 두 사람.
이 영화에서 그나마 빛을 발하고 있는 존재는 송새벽과 박철민이다.
(이 두 배우에 대한 나의 평가는 내 개인적인 호감도 강하게 작용한 것임을 미리 밝혀둔다..^^;;)
이 캐릭터들이 빛났던 이유는 사실 가장 전형적인 캐릭터들로 가장 전형적인 행동패턴으로 활약했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덕분에 캐릭터에서 새로운 매력을 찾을 수는 없었고,
더구나 배역 조차도 이 두 배우가 다른 영화에서도 많이 보여준 배역에서 크게 벗어나지도 않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다른 캐릭터가 워낙 엉망이기였기 때문에 빛났다는...ㅋ
아무튼 걸출한 이 두 배우가 무너져가는 이 영화를 그나마 지탱하고 있었다는게 나의 개인적인 평가.
한국의 시고니 위버?? 여튼 여전사 이미지는 확실하다.
남은 인물은 이제 하지원 하나인가...
하지원은 영화 속에서 주어진 배역에 그저 충실하다.
사실 별다른 평가를 내릴 수가 없는 것이 아주 무난한 주인공에 아주 무난한 연기라
영화 속에서 딱히 빛을 발하지도 빛이 죽지도 않는다.
조금 전의 박철민과 송새벽에 대한 평가를 생각하면 좀 박한 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극을 끌어가는 주인공의 비중이 극에 맛을 더해주는 조연과 같을 수는 없지않은가.
헐리웃에서 괴물과 싸우는 여전사라는 비슷한 이미지의 시고니 위버와 놓고 본다면,
역시 영화의 실패와 함께 하지원의 패배다..^^;;
에일리언과 싸운 시고니 위버는 에일리언의 상징적 의미와 함께 여전사라는 것이 부각된 반면,
하지원의 경우에는 괴물과의 대립각이 약해서 여전사라는 이미지가 퇴색되었기 때문이라는 생각.
아무튼 하지원의 필모그래피에서 본다면 '7광구'는 그녀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을 듯 하진 않다.
평소 내 리뷰 스타일과 다르게 이야기 위주보다는 인물 위주의 리뷰가 되어버렸다.
생각해보면 이야기에 대해 쓸 것이 그다지 없기 때문이기도 했는데
애당초 이 영화 광고부터 블록버스터임을 강조한 것을 생각해보면 이야기라는 요소는 처음부터 중요하지 않았을 듯.
하지만 블록버스터를 강조하려고 설정과 갈등을 포기한 것은 이 영화의 결정적 실수다.
영화가 오락이라는 것을 부정하진 않지만, 그저 흔들리고 물이 뿜어져나오는 효과가 좋다면 롤러코스터가 더 낫지..;
아마도 3D나 4D를 통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다른 부분은 포기한 채 3D나 4D효과가 잘 드러나는 연출에만 신경쓴 것 같다.
(확실히 영화 중간중간 그런 느낌을 강하게 받는 장면들이 꽤 많았다.)
덕분에 영화를 보고 나와서 인상에 남는 건 영화보다는 그저 흔들리는 의지와 종아리에 불어오던 바람 뿐..;;
나는 4D라는 것 자체는 꽤 흥미를 가지고 있고 이것이 앞으로의 영화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정도 보편화가 이루어질 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블록버스터라는 장르에 한해서 본다면
더 많은, 더 화려한, 더 자극적인 볼꺼리를 목적으로 하는 블록버스터에게 4D는 물만난 물고기와 같을 것이다. 그러나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영화를 위해 이런 효과들이 존재해야지 효과를 위해 영화가 존재한다면 극장에 온 이유가 없지않은가.-ㅅ-; 영화 '7광구'는 4D 효과와 영화 감상의 근거에 대해 아주 좋은 반면 교사가 될 듯.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