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과 비평/영화2013.11.25 00:10


 허블 우주 망원경을 수리하고 있는 스톤 박사. 

 그녀는 지구에서 600km나 떨어져있는 우주에 있다. 

 주변 동료들의 지속적인 수다를 들으며 수리에 집중하던 초보 우주인 스톤 박사는

 잠시 후 폭파된 소련 인공위성의 파편 소나기 소식을 듣게 된다.

 그리고 쏟아진 인공위성 파편들은 스톤 박사를 우주에 홀로 남겨두는데...


 토요일 오후, 남들보다 매우 늦은 시기에 아직 내려가지 않은 영화의 인기를 감사하며 극장을 찾았다.


 정보가 부족해 아이맥스 3D를 놓친 것이 못내 아쉽지만, 3D로 영화를 본 것은 매우 잘 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아이맥스로 봤다면 광활한 우주의 압도적인 공간감을 느낄 수 있었겠지만,

 3D는 넓은 우주의 화면을 포기한 내게 입체감을 바탕으로 한 현실감을 가져다 주었다.

 중간중간 스톤 박사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부분은 2D보다 3D에서 더 효과적인 연출이었다고 생각하는데,

 그 장면에서 나는 우주복의 답답함과 거북스러운 움직임을 좀 더 사실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눈앞엔 넓고 광활한 우주가 있지만 실상 내게 허락된 공간은 내 몸에 붙어있는 우주복 만큼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그런 감각은 우주에 대한 나의 이미지를 새롭게 추가해주었다.


 어린 시절의 우주는 우주선을 타고 행성과 행성사이를 날아다니며 외계인들과 협력하고 싸우는 배경이 되는 곳이었다.

 그 우주는 무한한 상상력이 펼쳐지는 공간이자 비밀로 가득찬 매력이 넘치는 낭만의 공간이었다.

 그런 우주는 내가 판타지와 신화에 빠지면서 잠시 멀어졌다가 제대 후에 다시금 새로운 이미지로 다가온다.

 빅뱅의 순간을 거쳐 시간과 공간이 생겨나고 우리가 알고 있는 현재와 미래, 과거의 개념이 혼란스러워지는 그런 곳.

 물리학에 빠져있던 나에게 우주는 물리 법칙과 수학 공식으로 가득찬, 개념적이고 드라이한 공간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그래비티는 낭만과 수학이라는 넓은 간극 사이에 또 하나의 우주 이미지를 채워넣었다.

 공간이 끝간데 없이 펼쳐진 광활하고 공허한 공간이자 극단적인 환경으로 인간이 살아남기 힘든 실존적인 모습의 우주.



 영화는 가혹한 우주를 배경으로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인간의 모습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이 영화의 등장인물과 배경에 대해서 잘 설명해놓은 글들이 인터넷에 이미 많이 있어서

 혹시나 이 영화에 담긴 어떤 의미나 상징을 찾는 것이 어렵지 않겠지만,

 그 이전에, 그래비티란 영화 자체가 기본적으로 간결하고 직설적으로 이야기한다.

 우주는 우주이기 때문에 가혹하며, 인간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면서 성장하게 된다.

 영화는 우주와 주인공에 대한 이런저런 장치들을 마련했지만,

 그런 것들을 굳이 곰곰히 씹어보지 않더라도 충분히 영화의 의도가 전달될 수 있을 만큼 영화의 내용은 분명하다.

 특별히 고차원적이거나 철학적인 장치 없이도 영화는 우리에게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우리의 삶을, 우리의 모습을, 우리의 자세를 말이다.


 포기하지 말고 치열하게 살아줄 것을,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서로에게 손을 내밀어 줄 것을.

 그리고, 이런 당연한 것들이 매우 쉽고 간단해 보이지만, 때로는 그리 쉽지도, 간단하지도 않다는 것을.


 이 영화의 최대 재난은, 그리고 우리 인생에 최대의 난관은,

 인간이란 그냥 우두커니 있어서는 살 수 없다는 것에 있다.

 인간은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무언가를 해야만하고, 그것 자체로 인간은 성장하게 된다.

 

 영화는 관객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았다.

 어쩌면 너무나 간단하고 확실한 이야기에 거부감을 느끼거나 유치함을 느낀 사람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그런 간결함이 좋았다.

 영화 속에 담겨진 힌트들을 하나씩 찾아맞추는 것도 분명히 재미있는 일이고,

 그것으로 나만의 이야기를 붙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겠지만,

 때로는 쉽고 확실하게 무언가를 느끼는 것도 충분히 좋은 일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이 영화에서 가장 의미있는 장면을 말해보자면,

 나는 스톤 박사가 지구로 돌아와 중력을 느끼면서 두 발로 대지에 섰을 때보다

 모든 것을 포기했던 마지막 순간에 다시 삶에 대한 애착을 느끼면서 혼잣말을 하는 모습에서 크게 감동했다.

 의미있는 결과를 이끌어낸 것은 충분히 칭찬받을 일이지만,

 결과와는 관계없이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도전하려는 그 모습 자체로 너무나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녀의 마지막을 향한 도전은,

 지금을 살아가는 나에 대한 응원이자 화이팅이 되었다.

  


Posted by ☜피터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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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제가 단순해서 그런지
    몰입 되니 그 폐쇠감에 가슴까지 답답했던 기억이 있네요
    참 좋은 영화 였습니다
    그 몰입감이 싹 가셨던게 라이더누님 몸매 나올때...
    확 깨더군요
    중도에 보지 말고 나가야 하나 할때마나 나와 주시더군요
    절묘한 안배...
    (텨텨텨 =3=3=3=3)

    2014.08.04 15:0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폐쇄감을 느끼게 하는 연출이 정말 일품이었죠...
      특히 주인공 시점에서 우주에서 유영하는 장면을 볼 땐 어찌나 공포스럽던지..-ㅂ-;
      짧지만 매우 인상깊은 영화였어요.^^

      뒤늦게 생각하니 산드라 블록의 몸매가 꽤나 좋았었ㄱ...
      (같이 텨텨텨 =3=3=3=3)

      2014.08.04 19:02 신고 [ ADDR : EDIT/ DEL ]
    • 꽤나 좋았다고요?...
      정말 좋았... ㅋㅋㅋ

      2014.08.05 10:09 신고 [ ADDR : EDIT/ DEL ]
    • 아.. 정말 자꾸 생각나게 왜 이러세요.
      자꾸 생각나니까 좋구ㄴ...ㅋㅋㅋ

      2014.08.05 10:30 신고 [ ADDR : EDIT/ DE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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