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 Pan in NeverLand

2013년 10월 14일 월요일 날씨 구름 조금. 결혼 생활이라는 것. 본문

일상의 모습

2013년 10월 14일 월요일 날씨 구름 조금. 결혼 생활이라는 것.

☜피터팬☞ 2013. 10. 15. 00:09
반응형

 

 

 

결국 어제도 눈물을 쏟게 만들었다.

전혀 의도하지 않았다고 할 수도 없겠다.

의식적으로 그러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히 나는 내 아내를 괴롭히고 싶었다.

 

시작은 아주 사소한 것이었다.

라면물을 조절하지 못한 것에 대한 내 지적에 아내는 조금 과하게 반응했고,

나는 그 과한 반응에 더 과하게 냉담해졌다.

그렇게 4시간이 넘도록 냉랭한 분위기가 지나고

그 사이에 켜켜이 쌓인 감정은 한번에 폭발해버렸다.

 

서로의 잘잘못을 들추고 자신의 입장만을 한참을 고수하며 언성을 높이다가

나는 어느 순간 내 마음이 스르르 녹아내리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아내의 눈물이 멈추지 않는 것에 대한 죄책감 때문이기도 했고,

내 하고싶은 말을 다 쏟아낸 후에 자연스레 감정이 풀리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싸움이라는 것이 그렇다.

내 감정이 다 풀렸을 때 상대의 화도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풀어진 마음과는 별개로 나는 계속해서 밀고 밀리기를 계속했다.

 

많지는 않지만 처음도 아니었던 서로에 대한 감정의 대립은,

그렇게 서로가 서로의 입장을 주장하고 듣는 동안 서서히 풀어지고 눙졌다.

나는 내가 하고싶은 이야기를 다 했고, 아마 아내도 섭섭하고 답답했던 감정을 다 쏟아냈을 것이다.

우리는 서로가 무엇을 바라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치열하게 부딪힌만큼 깨달았다.

아주 사소한 일로 시작된 싸움은 우리 사이에 얼마나 큰 격차가 있는지 확인하게 해주었지만,

그것은 우리를 멀어지게 하기보다 아직도 우리가 서로에게 좀 더 애정을 가져도 된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가 없으면 안 될 사이라는 것을 확인하듯 꼭 껴안았다.

 

길지 않았던 연애 기간만큼 우리는 아직 서로를 더 알아가야한다.

그리고 그 알아가는 과정에서 우리의 태도는, 아마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보여준 태도와는 사뭇 다를지도 모른다.

내 아내는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빈틈이 많지도 않았고,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여유롭고 너그럽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아직도 더 성장할 수 있고, 성장할 것이다.

그게 내가 생각하는 사랑이고, 내가 희망하는 결혼이다.

 

정은아.

앞으로도 계속 싸우더라도, 우리 지금처럼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으면 좋겠다.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