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 Pan in NeverLand

비소설 - 악마의 역사 [폴 카루스] 본문

감상과 비평/책

비소설 - 악마의 역사 [폴 카루스]

☜피터팬☞ 2005. 1. 27. 02:46
반응형

악마란 얼마나 매력적인 녀석인가. 여러분의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보라!
신은 악마가 있기 때문에 존재한다.
만약 세상이 오직 신의 미덕만으로 가득 찬 곳이라면,
우리는 얼마나 따분하고 지루해질 것인가.
온갖 천재들의 아버지, 악마에 대한 오해를 벗겨낸다.


이것은 내가 쓴 글이 아니며, 책의 서문에 적혀있던 말이다.
이 책의 저자는 그동안 이 세상의 신학과 철학, 그리고 인간 세상에 가장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던 신의 존재가 아닌,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다뤄졌던 악마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자, 그렇다면 여기까지만 읽어본 당신은 이 책에 대해 어떤 인상을 갖게 되었는 지 먼저 묻고 싶다.

먼저 나는 이 책으로부터 한 방 먹었다..-_-
이것은 어떤 깜짝 놀랄만한 새로운 그 무엇으로부터 내가 충격을 먹었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사실 내게 조금은 진부하고 답답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었으며, 또한 의식수준의 편협함도 살짝 엿볼 수 있었다.
물론 이 책의 내용이 무척 신선하고 충격적으로 다가올 사람도 있었겠지만.. 이 책이 1900년에 처음 쓰여졌다는 걸 감안하면서 스스로를 진정시켰다.

미리 밝히자면,
나는 이 책이 나에게 그동안에 발전되어온 악마에 대한, 즉 우리가 흔히 부르는 흑마술같은 것 혹은 자신들의 신 중에서 악마를 숭배하는 것에 대한 발전 과정을 보여줄 것이라 기대했었다.
선한 신의 종교가 발전해오고 그 철학이 발전해왔 듯, 악한 신의 종교 역시 존재한다면 그런 발전이 있지않을까하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악한 신을 그 신이 악하다는 것을 알면서 믿는다는 것에는 과연 어떤 식으로 기대심리가 작용하고, 또한 악하다는 것을 알고 믿는 것에는 그에 따른 응보 또한 알고 있을 터인데 어째서 믿는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였었다.
결국 이 책을 통해 얻은 결론은 책을 살 때는 함부로 리뷰만 보고 사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_- 아니면 과대망상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이거나.

책의 저자는 책을 시작하면서 이야기한다. 악마의 역사는 신의 역사보다 오래되었다고.
그러면서 미개인들의 종교를 소개하며 그 신이 얼마나 악한 지에 대한 증명(?)을 인신공양을 원하고 잔인한 희생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기서부터 핀트나가기 시작했음.-_- 그게 뭐 어쨌다는 거냐. 그게 악한 신이 될 수 있는 조건이 되는 건가..;;
사실 인신공양을 한다고 해서 악한 신이라는 것은 절대적으로 근대의 사상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인간의 희생을 바란다고 해서 모두 악한 신은 아니다.(어떤 신은 악하겠지만.)
물론 보편적으로 추구해야할 선이라는 것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들의 시선에서 바라본다면, 그 행위 하나로 그 신을 악 신이라고 우리가 폄훼할 이유는 없다.
하나의 문화를 이해하려고 한다면, 그것을 우리의 시선에서 봐서는 안 되고 그 당시의 시대 상황과 그들의 철학을 바탕으로 봐야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따지면, 서양인들이 그렇게 좋아라하는 크리스트교의 신 또한 무엇이 선하단 말야.
그들의 신에 대한 평가를 대체 근대인의 잣대로 재려고 했다는 것부터 이 저자의 오만함과 편협함은 나의 심기를 건드렸다.
.. 여기서 미리 솔직히 말한다. 나 이 책 흥미롭게는 봤을 지언정 작가의 사상 중 많은 부분에 별로 동의할 수 없다.
뭐, 그렇다고는 해도, 일단 인간의 신앙의 발전이 두려움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사실 이 부분이 상당히 심기를 건드렸을 뿐이고, 그 다음은 분명히 악마의 역사에 관한 이야기이다.

악마의 역사라는 것은 악마 자체의 역사라기보다는 각각의 사회가 발전해가면서, 그에 따라 인간의 사상이 발전하고 다시 종교가 발전하는 과정에서의 악마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책의 초반부는 각 종교에서 악마가 어떤 역할을 담당하고 어떤 악마들이 있는 지에 대한 이야기로 상당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이집트, 아카드와 셈족, 페르시아, 유대교, 불교, 힌두교 등등 세계 각지에 남아있는 수많은 전설과 신화 종교 속에 나타난 악마에 관해 언급한다.
저자는 이것을 통해 우리의 사상에 얼마나 확실하게 악마에 관한 사상과 믿음이 존재했는 지를 증명하면서, 이야기의 초점을 크리스트교로 맞춰간다.

결국 서양의 작가가 쓴 책이니 만큼, 크리스트교의 악마에 관한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 여겨진다.
저자는 크리스트교가 최초로 생기기 시작할 무렵에 과연 어떤 식으로 악마에 관한 사상을 만들었는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크리스트교의 악마에 관한 믿음과 그 사상은 순전히 그들만의 것은 아니었으며, 여러 다른 종교에서 그것을 받아들여 만든 것이었다.
마니교, 조로아스터교 등등, 그 당시 유럽에 만연해있던 수많은 악마에 관한 믿음과 사상들이 크리스트교에 흘러들어가서 크리스트교의 악마의 사상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러나 사실 여기서 악마에 관한 체계는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크리스트교가 로마에서 국교로 받아들여지고 유럽 전체에 퍼져나가면서, 이제 그 전에 크리스트교를 믿지 않았던 나라와 지역에 있던 수많은 신들이 악마의 위치로 전락하게 되었고,
그렇게 됨에 따라 그 신의 임무와 역할들이 어떤 것은 악마에게로, 때로 어떤 것은 신에게로 전가되었던 것이다.
또한, 민족마다의 성격에 의해서 각 민족이 받아들이고 생각하는 악마의 모습 또한 조금씩 틀려지게 되었다.
이것은 종교의 역사라는 부분에서 결코 놓칠 수 없는 부분 중에 하나이지만, 저자는 나름대로 꽤 상세한 설명을 곁들여 이 부분을 설명한다.
또한 성경의 각 부분에서 묘사하고 있는 악마에 관한 이야기, 즉 구약의 악마와 신약의 악마에 관해 그 역할과 위치, 그리고 신과의 관계에서의 변화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내가 말한 내용만을 포함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이 책의 관점에서처럼 절대자가 따로 존재하고 그 반대되는 존재로서의 악마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그 종교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않고서는 절대로 넘어갈 수 없는 부분이며, 이 책이 취하는 방법과 같이 그 당시 종교의 상황과 대비해서 악마에 관한 이야기를 해야하기 때문에,
내가 말한 부분까지의 내용에서 사실 거의 반 정도는 그 당시의 크리스트교 자체에 관한 이야기로 쓰여있다.

결국 크리스트교는 점점 발달하며, 악마에 관한 믿음과 그 힘에 대한 믿음 또한 점점 커져간다.
그리고 역사는 중세 암흑기의 마녀 사냥의 시대로 접어든다.
사실 이 부분은 작가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며, 또한 인류의 역사와 인간의 인식의 발달에 있어서 필연적인 결과에 대한 것이다.
다시말해, 저자는 이 때를 언급하며 그 당시까지 사람들이 당연하게 믿어온 마법과 기적들이 사실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이며,
이런 미신적인 믿음 때문에 벌어졌던 마녀 사냥은 결국 인간 인식의 발달과 과학의 발전으로 인해 없어졌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작가는 이 부분을 씀에 있어서 얼마나 많은 미신적인 믿음이 그 당시에 존재했고, 그 마녀 사냥이라는 것이 얼마나 정치적이며 잔혹하게 이뤄졌는가를 역설하면서,
마녀 사냥을 없애기 위해 노력한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과학의 발달과 인간 인식의 발달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주장을 위한 바탕을 마련한다.
사실 이 부분은 꽤 재미있는 부분이기도 했으며, 역사에 대한 책임의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가질 법한 약간의 분노와 흥분을 느꼈었다.

세계의 수많은 신화와 종교 속에서 나타난 악마들과, 크리스트교의 발달에서 나타난 악마 사상의 변화.
책의 앞 부분은 이런 식으로 나눌 수 있을 듯 하다. 그리고 책의 말미에는 이제 저자의 주장과 함께 현대에서의 악마에 관한 입장을 피력한다.
책의 마지막을 통해 저자는 악마 자체는 존재하지 않더라도 악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철학적인 입장에서 이야기한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좀 더 다양한 이야기들이 가능하겠지만, 결국 선이라는 것도 악에 대한 상대적인 입장인 것이며, 절대적 선 그리고 절대적 악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준이라고 하는 것은 분명히 있으며, 이 기준을 바탕으로 객관적인 선과 개관적인 악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었고,
여기서 기준은 과학의 발달을 통한 진리라는 것이었고, 이 진리라는 것은 과학적이고 실증적인 방법을 통해 입증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저자는 진화론적 입장을 견지하면서, 자연은 진화하는 쪽으로 나아가며, 이 진화의 과정에 올바르게 순응하는 것이 바로 올바른 것이며, 객관적인 선이라는 것이었다.
또한 저자는 여기에서 악마의 입장, 그리고 역할은 이 진화의 과정에서 장애물을 만들어내는 것이며, 생물은 이를 극복하는 것을 통해 선을-저자가 말하는 선을- 이룩할 수 있으므로 악마 역시 전체의 과정에서는 긍정적인 존재라 하였다.
결국 악마와 신이라는 것은 동전의 양면처럼 하나를 구성하고 있는 것이되, 그것의 상반된 면이라는 상징을 이해해야한다고 하면서 이제 과학적인 기준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상, 혹은 종교에 대한 이야기를 맺음한다.

나도 저자의 초인간적이며, 초도덕적인, 그리고 초존재적인 신에 대한 입장에 대해서는 동감한다.
신이라는 존재는 절대 선이 아닌, 절대의 진리, 즉 불변하는 자연의 섭리와 이 우주의 법칙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통해 진화론적인 입장에서 선이라는 것을 결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것은 새로운 논의를 필요로 하는 것이며, 작가의 말처럼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는 사람은 행복하며 선하다라고 말하기에는 아직 논란이 너무 많다.
과학이라고 하는 것은 절대적이기는 하나, 그 절대성에 있어서 아직 확실하지 않은 부분도 많기 때문이다.
또한 실증과 증명을 통해 그 기반을 갖게 되는 과학은 그런 면에 있어서 수많은 가능성 또한 열어놓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 기준을 잡기가 그리 쉽지않다.
게다가 이 작가가 맘에 안 드는 생각 중에 하나는, 인간우월주의이다. 이것은 단순하게 인간이 더 고등한 생물이다라는 의미만을 내포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이 더 우월하며,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들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행동은 자연의 법칙에 더 부합한다는 이야기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어느 날, 우리보다 더 고등한-저자의 말로는 우월한- 외계인이 갑자기 나타나 지구인들을 사냥한다면, 이 책을 바탕으로는 한 마디도 할 수 없을 것이다.

또 하나. 과학과 과학의 가치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 과학의 객관성은 인정하지만, 과학 자체는 아무런 가치를 가지지 않는다.
결국 가치를 창조해내는 것은 그것을 이용하는 인간의 몫이며, 과학 절대주의는 조심해야할 것이다.
다만 과학은 우리 인식의 폭을 넓혀주고, 때로 우리의 판단에 어떠한 근거를 마련해줄 뿐이다.
대체 우리가 길가는 한 할머니의 무거운 짐을 들어주는 것에 어떠한 과학적 근거가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저자는 책 중간에 악마에 대한 정의에 대해 스스로 모순적으로 이야기하고도 있으나.. 그것까지 일일이 들춰서 말하고 싶지는 않다.
전반적으로 작가의 사상에는 동의하기 때문이다. 악마의 역사의 시초에 관한 부분은 빼고서.^^


내가 저자의 사상을 모두 파악한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은 지난 번에 읽었던 악마의 문화사와 비교되며 아주 좋은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었다.
악마의 문화사가 신학적 입장에서의 철학을 바탕으로 악마에 대한 사상을 이야기했던 반면, 이 책은 좀 더 역사적인 관점에서 악마에 대해 접근했다.
결론 역시 비슷한 듯 하면서 서로 많이 다른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똑같은 것은 선과 악은 실제한다는 것이다.
악이란 단순히 선의 부제 즉 선이 없기 때문에 악하다는 것이 아니라, 악 그 자체로 실존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
저자의 악마 사상에 대해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많았지만, 이 책은 충분히 흥미롭고 많은 논쟁거리를 던져주고 있었다.
다른 것은 다 차치하고라도 논쟁거리가 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경의를 표한다.

마지막으로, 그래도 악이란 것은 그 실체로 들어가면 들어갈 수록 그리 매력적이지않다는 것이다.
반응형
Comments